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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쿠 시인 이싸에게 반하다.
저자/역자
류시화
출판사명
이레 2000
출판년도
2000
독서시작일
2012년 10월 08일
독서종료일
2012년 10월 08일

Contents

 <한 줄도 너무 길다>는 류시화 시인이 일본의 하야쿠를 모아 낸 시집이다. 엮은이는 말한다. ‘한 줄짜리 시보다 더 짧은 생의 한때에, 여기 그들의 시를 모아 한 권의 시집을 내다.’

 하야쿠는 5-7-5 음절로 이뤄진 한 줄짜리 정형시이다. 세계에서 가장 짧은 시로 유명하고, 주로 자연과 계절에 대해 노래한다. ‘시’에 익숙지 않은 이들도 하야쿠는 힘들지 않게 읽어낼 수 있다. 하야큐는 서정을 나타내지만 아름다우려 애쓰지 않는다. 비장함과 고요함 뒤에 숨겨진 의미를 해석하기위해 고군분투 하지않아도 된다. 그저 담담하게 말해주는 상황이나 장면을 머릿속에 떠올리면 된다.

 나는 특히 이싸의 하야쿠를 좋아한다. 이싸는 바쇼, 부손과 함께 하야쿠의 3대 시인으로 꼽힌다. 이싸는 2만여 편의 하야쿠를 썼고 백여 편이 넘는 많은 시들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일본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하야쿠 시인이기도 하다. 그는 벼룩이나 파리를 친구로 부르며, 그들의 움직임이나 행동을 말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흔히 말하는 미물들로 부터 우리네 인생의 의미를 찾고 있다. 그의 세밀한 관찰력이 곧 인간 생애에 대한 통찰력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그의 하야쿠는 위대하게 평가받는다.

 그러나 내가 이싸를 좋아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의 하야쿠를 읽고 있노라면 그의 따스한 시선이 나에게로 번져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가 자신의 주변에 있던 모든 것들을 보던 시선은 곧 책을 읽고 있는 나에게까지 전해진다. 모든 하찮고 보잘 것 없는 것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시선은 오롯이 그에게서만 나올 수 있는 것이리라. 연민과 동정을 넘어선 무엇인가가 그에게는 존재한다.

 이싸는 모든 사물에 대해 선한태도를 보이는데, 그의 하야쿠를 계속 읽고 있으면 그의 한없이 선함에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한다. 아마도 그의 선함이 현재의 우리에게 절실하기 때문은 아닐까. 그의 시선 끝에서 당신도 또 다른 위안을 얻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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