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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나요?
저자/역자
Gary, Romain,
출판사명
문학동네 2018
출판년도
2018
독서시작일
2020년 12월 18일
독서종료일
2020년 12월 18일
서평작성자
정*진

Contents

소설의 작가 에밀 아자르는 1956년, 로맹 가리라는 이름으로 쓴 <하늘의 뿌리>라는 작품으로 공쿠르상을 수상한다. 이후 로맹 가리에 대한 평가가 떨어지자 그는 에밀 아자를 라는 이름으로 다른 작품들을 발표하며 호응을 받고, 그 이름으로 쓴 두 번째 책인 <자기 앞의 생>으로 1976년, 공쿠르상을 다시 한 번 수상하게 된다. 한 작가에게 두 번 이상 시상하지 않는다는 공쿠르상의 원칙을 깬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기게 되었다. 로맹 가리는 이 외에도 <유럽의 교육>,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그로칼랭>, <마지막 숨결>, <새벽의 약속> 등 수많은 작품들을 남겼다. 


이 소설은 파리의 벨빌에 사는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의 불행하고 고독한 삶과 사랑을 그리는 이야기로, 파리 벨빌의 7층 계단의 건물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우리는 주인공 모모를 통해 인간에게 사랑이란 무엇인지, 어떤 생을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하여 알아가고자 한다. 

소설 거의 첫 부분에 모모는 하밀 할아버지에게 “하밀 할아버지, 사람은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나요?” 라는 질문을 던진다. 어쩌면 이 질문이 이 소설의 전부를 이야기 해준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초반에 모모는 엄마가 자신을 찾아오게끔 유별난 행동들을 하는 등 관심을 갈구하는 전형적인 어린 아이의 모습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모모가 계란 하나를 훔치다 여주인에게 걸렸을 때, 여주인은 모모의 뺨을 치지 않고 오히려 계란 하나를 더 주며 뽀뽀를 해준다. 이후로 모모는 유별난 행동들을 을 멈추었다. 또 어느 날 모모는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강아지를 훔쳐 달아나 쉬페르 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자신의 내부에 넘칠 듯 쌓여가고 있던 그 무언가를 쉬페르에게 쏟아부었다. 쉬페르에게 있어 모모는 세상의 전부였고, 모모 역시 쉬페르가 세상의 전부였을 것이다. 문제는 모모가 쉬페르를 너무도 사랑했다는 것이다. 너무 사랑한 나머지 쉬페르를 남에게 줘버린다. 로자 아줌마의 집은 아무리 익숙해도 우울한 곳이었고, 모모는 쉬페르에게 멋진 삶을 선물해주고 싶었다.

    “내가 이 말을 하면 안 믿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 오백 프랑을 접어서 하수구에 처넣어버렸다. 그러고는 길바닥에 주저 앉아서 두 주먹으로 눈물을 닦으며 송아지처럼 울었다. 하지만 마음만은 행복했다. 로자 아줌마 집은 결코 안전한 곳이 아니었다. 돈 한푼 없는 늙고 병든 아줌마와 함께 사는 우리는 언제 빈민구제소로 끌려가게 될지 모르는 처지였다. 그러니 개에게도 안전하지 못했다.”

모모는 쉬페르에게 자신의 겪고 있는 슬프고 힘든 삶을 겪게 하는 대신, 자신과는 다른 삶을 선물해준 것이다. 모모는 쉬페르를 사랑한 것을 오백 프랑이라는 돈의 가치로 따질 수 없었기에 하수구에 버렸고, 송아지처럼 울었지만 마음만은 행복했다는 것은 쉬페르가 행복하게 잘 지낼 것이라는 안도감 때문이 아닐까. 사실 처음에 나는 모모가 강아지를 판 것과 팔고 받은 오백 프랑을 하수구에 던졌을 때 이해가 가지 않았고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모모가 쉬페르를 너무 사랑해서 쉬페르에게 행복한 삶을 안겨준 것을 이해하곤 가슴이 너무 아팠다. 모모는 자신의 방식으로 있는 힘껏 쉬페르를 사랑한 것이다.

로자 아줌마의 건강이 악화되어가고 모모는 이제 로자와 자신은 서로가 서로에게 절실히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밤이 무서웠고, 혼자가 되는 것이 너무도 두려웠다. 하지만 모모는 피하지 않았다. 모모가 로자 아줌마를 돌보는 과정에서 이웃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하밀 할아버지는 모모에게 살아가면서 알게 된 것들을 알려주었고, 5층에 사는 롤라 아줌마는 돈을 나눠주고 음식을 가져다주었다. 그 외의 이웃들도 로자 아줌마를 보살피는 것을 도왔다. 모모가 완전히 혼자인 것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 모모가 하밀 할아버지에게 사람은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냐고 물었을 때 할아버지는 그렇다며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인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모모가 다시 한 번 할아버지에게 같은 질문을 했을 때 할아버지는 네 말이 맞다며 사람은 사랑 없이 살 수 없다는 이전과는 반대의 대답을 한다. 사람은 사랑 없이 살 수 없는 것이다. 

마지막에 모모가 로자의 시체 옆에서 삼주를 지내고 발견되었을 때의 충격이 잊혀지질 않는다. 모모에게 있어 사랑할 사람은 로자 아줌마였고, 로자 아줌마에게는 모모가 사랑할 사람이었다. 이런 모모가 사랑하는 사람인 로자 아주마 없이 어떻게 살아갈지 걱정이 되고 기대가 되기도 했다. 과연 모모는 사랑할 사람 없이 살 수 있을까 아님 사랑할 새로운 사람을 찾게 될까.

<자기 앞의 생>은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조명하며 우리가 그들에 대해 가졌던 편견들과 색안경을 버리고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볼 수 있게 하였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사회적 제도들과 시스템들이 우리가 반드시 간직해야 할 우리의 삶에 대한 생각과 사람에 대한 사랑을 잊게 만든 것이 아니었을가 라는 생각을 하게 하였다. 세상에서 가장 힘들게 사랑하는 사람들이지만, 나느 이 사람들 속에서 불꽃보다 더 뜨거운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의 사랑은 아주 따뜻하고 단단하였다. 

“사랑해야 한다” 라는 책의 마무리는 작가가 우리에게 우리의 삶을 사랑하는 것인지, 사랑할 사람을 찾으라는 것인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우리는 우리의 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사랑’을 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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