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s

>>
Book Reviews
>
안목
Book name
저자/역자
유홍준,
출판사명
눌와 2017
출판년도
2017
독서시작일
2018년 08월 24일
독서종료일
2018년 08월 24일
서평작성자
**

Contents

이 책은 넘기면서 나는 포근한 내음이 좋다 . 오래된 책들이 많은 서고의 냄새와는 또 다른 향기에 이것만으로도 책값을 한다는 생각이 잠시 머물렸다. 책 내용도 마찬가지로 포근하다. 보통 어려운 용어들로 작품들을 설명해주는 책들과 달리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말하여 내용 또한 어렵지 않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거기에 차마 관심이 닿지 않을 수 있는 현재의 작가들을 부각시키며 배려해주는 모습은 저자의 인간적인 면모까지 보여주는 듯하다.

저자는 책의 서두를 제목인 안목으로 잡고, 곧이어 안목에 대해서 이렇게 정의를 내린다.“보통 예술적 형식의 틀을 갖춘 작품을 두고서는 안목의 차이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기존 형식에서 벗어나 시대를 앞서가는 파격적인 작품 앞에서는 안목의 차이가 완연히 드러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안목에 대해 재미있는 정의를 한 가지 더 붙일 수 있다고 본다. 분명 분간할 수 있는 힘으로써 안목은 미덕이다. 다만, 그 미덕은 그 분간 가능한 능력을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힘을 통해서만 비로써 발휘될 수 있다고 말이다.

책에서 다루어진 박규수, 김부식, 남태응 등 대부분의 인물들은 명문가이거나 부호들이다. 민간인 신분은 전무하다. 여기서 안목이라는 단어가 내포한 권력이 드러난다. 일반인이 안목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다한들 그것은 한낱 우연으로 치부되거나 무시당하기 십상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안목이 있다는 얘기를 듣는 사람들의 신분들은 항상 결정을 할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진 이들인 확률이 높지 않았던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안목이라는 말을 대신한 다른 단어로 능력을 인정받는다. 그렇기에 안목이라는 단어는 언급되는 순간부터 이미 특정한 가치판단이 이루어져 있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안목은 다른 것을 이해하는 힘이지만, 그 근간은 이미 존재하는 기본적인 것들을 숙달하는 것에 있다. 토대가 만들어지지도 않았는데 기본적인 것과 다른 것을 평評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래서인지 오늘날 인터넷에 존재하는 수많은 (자칭)전문가들이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면서 자신의 뛰어난(?) 식견을 뽐내는 것에 치중하는 것을 볼 때마다 놀라움을 느끼곤 한다. 이런 상황에서 오늘날 안목은 어떤 함의를 지닐 수 있을까. 아니, 함의를 논하기 전에 우선 자기가 가진 기본을 확실하게 해야 할 것이다. 로도스섬에서 멀리뛰기 신기록을 세웠다는 허풍을 증명하는 것은 여기가 로도스다 여기서 뛰어보라!Hic Rhodus, hic salta!라는 물음으로도 충분하니까 말이다.

Full men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