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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저자/역자
한강,
출판사명
창비 2007
출판년도
2007
독서시작일
2016년 07월 24일
독서종료일
2016년 07월 24일
서평작성자
**

Contents

채식주의자를 읽게 된 것은 우연만은 아니었다. 영문과 학생으로서 번역에 대해 관심이 있었고,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을 수상한 이 책을 고르지 않는다는 게 오히려 아이러니일 것이다. 번역을 공부해보겠다고 집어든 이책은 생각이상으로 나를 끌어당겼고 곧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에 빠져들었다.

이 책은 총 3부로 나누어져 있는데 1부: 채식주의자 2부: 몽고반점 3부: 나무 불꽃 으로 나는 가장 인상 깊었던 1부에 관해 이야기 해볼까 한다. 1부에서 주인공인 영혜는 어릴적 충격적인 기억으로 인해 트라우마가 남게 되고 성인이 되어 결혼 생활 중 이상한 꿈을 꾼다. 그 순간부터 채식주의자로 돌연 변하게 되고 비정상적인 행동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남편, 그리고 주변인들의 적절치 못한 대응으로 그 정도가 심해진다. 급기야 후반부에서 그녀는 공공장소에서 윗옷을 벗고 돌아다니는 등 이해 못할 행동을 일삼는다. 영혜가 갑작스럽게 꿈 때문이라는 납득 안되는 이유로 채식을 선언하자 그녀의 남편은 이를 받아 들이지 않는다. 장인어른에게 전화를 하고 주변인들에게 알려 그녀를 그가 원하는 방향으로 다시 되돌리려 한다. 그는 영혜를 하나의 인격체이자 선택의 주체로 보지 않는다. 설사 납득하지 못하는 이유를 댄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아내인 그녀에게 의식주에 대한 선택 권리조차 없다. 이에 더해, 그녀의 아버지는 고기를 억지로 먹이려들고 급기야 손찌검하게 된다. 이 장면에서 영혜는 자살을 시도하는데, 아마 이 시점을 기준으로 영혜의 정신의 경계가 무너졌지 않나 생각한다. 

1부, 채식주의자는 한국사회의 폐쇄성, 역할 관계를 은밀히 고발한다. 한국의 가정에서 딸, 아내의 역할은 정해져있다. 물론, 이 책에서 강조되진 않았지만 남자 또 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자율성에도 일정 노선이라는 것은 존재하고 이를 정의할 수 있는 건 개인이 아니다. 사회이고 가족이며 주변인들이 주체가 된다. 채식주의자에서는 채식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의식주에 대한 선택을 재료로 고개 끄덕여질 만한 주변인들의 불편한 시선과 간섭은 나의 고정관념을 아프게 꼬집어냈다. 

한국사람. 대학생으로서 살아가며 영혜의 삶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나라는 사람은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닌 주변인들의 기대에 의해 결정 되어왔다. 그들은 나한테 기대하는 바가 있고, 그것을 크게 벗어나게 되면 탈선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것은 가령 꿈이나 소망 뿐만이 아니라 지극히 개인적인 선택까지도 포함된다. 먹는 음식, 입는 옷, 사는 곳 마저도 완전한 주체가 되어 선택하기는 힘들다. 타인의 시선과 기대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타협해야하는 것이다. 나에게는 어릴 적부터 꿈이 있었다. 불행히도 치열한 경쟁과 불안정한 수입이 보장되는 꿈 이었고 당연히 이 꿈은 인정받지 못했다. 나를 위한 걱정이고 염려들은 그들의 선의와는 상관없이 나를 답답하게 만들었다. 프로크테스크의 침대처럼 누군가의 잣대에 맞춰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 기대에 완전히 부응하는 것은 결국 불가능하다 믿는다. 그 때문에 책에서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고, 수용되지 않는 영혜가 자기파괴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이 나에게 비춰져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그 역시 그녀의 선택이라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책을 읽고 난 후 나 역시 그녀의 주변인들 처럼 타인의 선택을 나의 잣대에 들이댄 적은 없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나부터 바뀌게 된다면 조금씩 선택을 존중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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