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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한 에세이, 에세이
저자/역자
촌상춘수
출판사명
비채 2012
출판년도
2012
독서시작일
2013년 07월 30일
독서종료일
2013년 07월 30일
서평작성자
**

Contents

제목에는 다소 속았다.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라고 하면 어쩐지 낭만적일 것 같지 않은가?

무라카미 하루키 자신은 글에 별다른 사상이나 교시적인 내용을 담고 싶지 않다고 말했지만, 생각할 거리가 있다는 점에서 저러한 것들과 동떨어져 있지는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대놓고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볍게 읽는 독자는 활자를 읽다가 재미있네하고 넘어갈 일이고, 그냥 평소에 이런저런 생각이 많은 멍 때리는 종자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신을 반성할 것이다. 아니면 영 엉뚱한 생각으로 넘어가거나.

 

제목에서 말하는 채소의 기분이라는 것은 요즘 우리가 자주 접하는 ‘꿈의 강요’에 대해 생각해본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냐면 “세상에서 가장 빠른 인디언”이라는 영화에서 노인 앤서니 홉킨스가 “꿈을 좇지 않는 인상이란 채소나 다름없다”라는 말을 했다. 아니 그렇다면 채소의 기분은 생각해보지 않았는가? 하는 말이다.

영화에서는 저 말에 아이가 대답한다. “그런데 채소라면 어떤 채소 말이에요?” 노인은 당황하여 “글쎄, 어떤 채소일까. 그렇지, 으음, 뭐 양배추 같은거려나?”하고 이야기가 흐지부지되어버린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바로 그 흐지부지한 느낌이 좋다나.

 

“꿈을 좇지 않는 인생이란 채소나 다름없다”에서 깔끔하게 끝나면 확실히 멋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러면 채소가 시시한 존재가 돼버린다. 그렇지 않은가?

 

“꿈을 좇지 않는 인생이란 채소나 다름없다”라고 누군가 단호히 말하면 무심결에 “그런가?”하게 될 것 같지만, 생각해보면 채소에도 여러 종류가 있고 채소마다 마음이 있고 사정이 있다. 하나 하나의 채소의 관점에서 사물을 바라모면, 지금까지 인간으로서의 내 인생이란 대체 무엇이었을까 하고 무심코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된다(그럴 때도 있다). 뭔가를 하나로 뭉뚱그려서 우집는 건 좋지않군요.

 

그 외의 에세이에서는 조금 더 힘이 빠져있다. 여기서 말하는 내용은 교시적인 부분에 관한 것이다. 바다표범과의 키스만 해도, 바다표범의 오일을 파는데, 그게 맛이 영 지독하다는 이야기이다. 그걸 키스라고 쓰다니. 분명 독창적이다. 말랑말랑하면서도 어딘가 흐트러지지 않을 정도 생활의 기준을 가지고 있는 듯한 그러한 삶에 대한 글을 읽다보면 조금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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