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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조의 지난 세월 이야기
저자/역자
조병국
출판사명
삼성 2009
출판년도
2009
독서시작일
2012년 11월 25일
독서종료일
2012년 11월 25일
서평작성자
**

Contents

“할머니 의사 청진기를 놓다”의 저자는 조병국입니다. ‘아하, 아들이 대신 써준건가 보네?’라고 생각했는데 표지 속 할머니가 조병국이시더군요. 완전 남자 이름이라 여자 분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는데 책을 제대로 읽기 전부터 한 방 먹었네요^^:


 


책 표지에 빨간 글씨로 “6만 입양아의 주치의이자 엄마였던 홀트아동병원 조병국 원장의 50년 의료일기”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짐작이 오시지요? 책은 홀트아동복지회 부속의원에서 원장을 지냈던 저자의 지난 50년 세월 동안 자신이 인상깊었던 일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저자가 뭐하는 사람인지 정도만 알아둔다면 한편 한편의 에피소드를 따로 읽어도 이해하는데는 별 무리없겠다 싶었습니다. 저는 잡지 “좋은 생각”과 비슷하다고 느꼈습니다. 이 책을 대충 훑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글자가 읽기 좋은 크기에 전혀 딱딱한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단숨에 읽어버릴 수 있습니다.


 


오랜 세월 봉사한 저자는 많은 사람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손을 거친 입양아, 어렵게 입양을 결정하는 양부모, 입양아를 위해 도움을 아끼지 않던 관계자 등… 전혀 관계없는 사이지만 자신의 아이인 것처럼 정성을 다해 입양아들을 돌보는 모습을 보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저자 뿐만 아니라 책에서 소개하는 여러 에피소드에서도 가슴을 울리는 헌신적인 분들이 많이 소개됩니다.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네 아이를 길러낸 시리얼 할머니 지니, 양부모에게서 받은 사랑을 다시 나누는  수잔 순금 콕스, 그리고 수많은 자원봉사자들… 모든 분들을 다 적지는 못했지만 분명한 사실은 많은 분들이 상처받은 입양아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도움을 아끼지 않은 것!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반면에 몹쓸 인간들도 참 많더군요. 제일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뒷간에서 태어난 아기, 분녀” 입니다. 사직공원 화장실에서 무슨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것을 알아차린 경비 아저씨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습니다. 그 푸세식 화장실을 뒤진 결과 아이가 발견되었습니다. 보통의 상식으로는 똥독이 올라 사망했을거라 생각합니다. 어른들도 견디기 힘든 그것을 갓난 아기가 견디니 더욱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지요. 그런데 놀랍게도 아이는 살아남아 저자의 병원으로 인계되었습니다. 병원 내에서는 이 아이의 일을 듣고선 ‘분녀’라는 별명을 지어주었습니다. 이 일은 자식을 버릴 수밖에 없는 피치못할 사정이라고 변명이 가능할까요? 푸세식 화장실에 아이를 빠뜨리고 간 것은 변명할 수 없는 살인입니다. 키울 형편이 안되면 드라마에 자주 나오는 것처럼 편지와 함께 남의 집 앞에 놔두고 가는 정도는 해야되는 것 아닌가 싶었습니다. (물론 이 방법도 좋은 대처는 아닙니다만;;)


 


이외에도 비 오는 날에 흙탕물을 뒤집어 쓴 채 발견된 아이 이야기나 입양아의 사후 처리를 맡는 시체안치소 직원이 일을 대충해서 시체에서 구더기가 생길 때까지 방치했던 이야기 등 혈압을 상승하게 할만한 일도 많습니다. 옛날에는 그랬을지 몰라도 현재에는 그런 부도덕한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진심으로.


 


나이가 많은 저자는 살아있는 역사라 불러도 될 정도로 많은 경험을 했는데요. 6~70년대의 어려웠던 한국의 현대사를 실감나게 이야기해줍니다. 아이의 수술비가 없어 서울시립아동병원에 치료를 간청하러 온 아버지의 이야기는 우리의 어려웠던 당시를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당시 서울시립아동병원은 생활보호 대상자만 치료를 받을 수 있어 아이를 치료 해줄 수가 없었습니다. (부모가 모두 살아 있는 아이들은 저자가 다녔던 시립병원에서 조치를 취해줄 수가 없었다네요.) 대강의 상황을 설명받은 아이의 아버지는 그럼 내가 죽으면, 아니면 아이를 버리면 치료해줄 수 있냐고 절규하는데, 너무나 가슴 아픈 현실입니다. 다행히도 이 아이의 경우는 저자의 도움으로 다른 곳에서 치료를 받게 되었지만 대부분의 저런 상황의 아이들은 버려지게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자는 이런 아픈 현실에 대해 법 만드는 분들이 가난하고 병들고 힘 없고 배경 없는 사람들을 위한 법을 제대로 만들어주길 바라는 마음을 책에서 드러냅니다.


 


우리나라는 한 때 “세계 제1의 고아 수출국”으로 불렸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해외 입양아의 인권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었는데요. 해외 입양으로 검은 머리칼을 가진 아이가 해외 양부모 밑에서 자라며 겪을 정체성의 혼란과 아픔은 생각하지 않는 것이냐고 비난하는 것이지요. 사람들이 잘못된 생각을 하는 것 중에 “입양기관에서 입양 수수료를 받고 고아를 해외로 수출한다”는 것은 저자를 마음 아프게 했습니다. 저도 이 대목에서 참… 한숨이 나오더라구요. 국내에서 입양할 사람이 없으니 대상을 해외로 돌린 것인데, 잘못된 생각으로 수많은 봉사자들을 죄인으로 만들어 버리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생기니…  여러 측면에서 생각을 하지 않고 하나만 보고 생각하면 저런 오류들이 숱하게 만들어집니다.  무엇을 보더라도 전체를 볼 수 있는 눈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와 같은 황당한 피해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요.


 


의료업에 종사했던 저자이니만큼 글 중간중간에서 전문 의학 용어가 등장합니다. 그렇지만 설명을 함께 달아놓아 이해하는데 문제가 없습니다. 예를 들면 ‘컷다운(장시간 정맥주사를 놓기 위해 피부를 절개함)’… 이런식으로 표현되니 걱정마시길!


 


p.185에서 문장이 좀 어색한 느낌이 들었는데 제가 착각하고 있는건지 모르겠네요.


 “의사는 냉철하고 이성적이어야 한다고 하지만 나는 기적을 믿는다. 청진기로도 겨우 들리는 희미할 정도의 심장소리. 그것만 들을 수 있다면 언제라도 기적 일어날 수 있다고 믿었다.


저는 ‘기적이’나 ‘기적은’이라고 표현하는게 맞다고 보는데, 여러분들은 어찌 생각하시는지?^^


 


 


마지막으로,


p.54에서 “보존 법칙은 에너지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사랑에도 보존 법칙이 있다. 한 번 시작된 사랑은 다른 대상으로 옮겨가도 그 총량이 변하지 않는다. 입양된 아이가 자라 또 다른 아이를 입양해 기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저자의 의견에 대해 동의하지 않습니다. 사랑의 총량은 그대로 보존되는 것이 아닌, 더욱 커지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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