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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아무것도 아닌 햄버거의 역사
저자/역자
조현
출판사명
민음사 2011
출판년도
2011
독서시작일
2012년 09월 10일
독서종료일
2012년 09월 10일
서평작성자
**

Contents



 어느새부터  인터넷에서는 ‘병맛’ 이라는 키워드가 생겼습니다. ‘병맛’이란 ‘병신미’를 의미합니다. 찌질하면서도 이것은 뭔가 싶으면서도 이상하게 끌리는 매력을 의미합니다.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저는 바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작품 장난아니게 병맛이겠구나!


 조현 작가의 단편집 [누구에게나 아무것도 아닌 햄버거의 역사]는 ‘누구에게나 아무것도 아닌 햄버거의 역사’ – ‘종이 냅킨에 대한 우아한 철학’ – ‘옛날 옛적 내가 초능력을 배울 때’ – ‘생의 얼룩을 건너는 법, 혹은 시학’ – ‘라 팜파, 초록빛 유형지’ – ‘돌고래 왈츠’ – ‘초설행’ 으로 이뤄집니다.


 단편의 제목부터 특이하다는 것이 느껴지십니까? 이 책의 첫장을 처음 폈을 때는 웃음이 만개꽃처럼 피어나지만, 가면 갈수록 애틋함이 생깁니다. 장난스러움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그 속에는 진지함이 곳곳에 서려있습니다. 제가 이 단편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단편 ‘생의 얼룩을 건너는 법, 혹은 시학’은 많이 와닿는 내용입니다.


 분열증 환자의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의 화자는 환자이며 이 환자의 대화 상대는 의사입니다. 즉, 의사가 본인이 아닌 타자라고 생각하는, 마치 영화 ‘아이덴티티’와 같습니다. ‘아이덴티티’와 다른 것이 있다면 분열되는 타자가 훨씬 작다는 점입니다.


 정신분열증을 가지게 된 어릴 적 사고부터, 해리 장애를 안은 채 군복무를 하고, 거기서 처음으로 정신분열을 느끼는 과정을 나타냅니다. 마지막에는 은유와 윤회를 통해 본인에 대해 고민하는 것으로 끝이 나는 것 같습니다. 사고 장면과 군 복무 장면, 어떻게 생각하면 굉장히 아픈 기억임에도 불구하고 화자는 담담하게, 어떻게 보자면 눈부시게 아름답도록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런 역설적인 묘사로 인해 더욱 슬프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 난 플라타너스 나뭇잎 사이로 일렁이는 빛을 본 적이 있어. 잠시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나보니 보도블록에 누워있었지. 눈을 뜨자마자 제일 먼저 커다란 나뭇잎들이 아무런 걱정없이 찰랑거리는게 보였고 그 사이로 빛이 눈부셨어. 순간 난 그동안 품었던 의문의 답을 전부 깨달은 것만 같았어.]


-생의 얼룩을 건너는 법, 혹은 시학 중-


 


 이외 모든 단편들은 햄버거나 냅킨 혹은 그 외의 일상적인 소재를 담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한없이 가벼워보이는 소재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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