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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청년 이봉창, 독립운동가 이봉창. 우리가 아는 이봉창은 누구인가?
저자/역자
배경식
출판사명
휴머니스트
출판년도
2015-11-30
독서시작일
2022년 11월 01일
독서종료일
2022년 11월 05일

Contents

어릴 적 위인전을 읽어본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때 당시의 내용이 기억이 나는가? 대부분의 위인전은 해당 인물의 좋은 측면만을 담으려 노력한다. 부정적인 내용에 있다고 해도 그것은 인물의 의지가 아닌 그 인물을 둘러싼 주변환경과 관련된 것뿐이었다. 그러나 굳이 그럴 필요가 있는가? 위인전이 긍정적인 측면만 담고 있기에 우리는 성인이 되어서도 위인들은 모두 성인군자의 삶을 살았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추측한다. 즉, 위인전에 실린 인물들이 바르게만 살 것이라고 맹목적으로 믿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실제로 모든 위인이 성인군자의 삶을 산 것은 아니고, 그럴 의무도 없다. 김구의 예를 들어보자. 우리가 알고 있는 ‘김구’라는 인물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주석을 역임하고 한인애국단 등을 조직하며 독립운동에 힘썼던 훌륭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실제로 폭력을 꽤 사용하고 거친 언행의 소유자였다고 한다.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사실을 아는 자가 몇 명이나 될까? 이 책에서 서술하고 있는 이봉창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거사 직전의 1년 동안 이봉창은 그의 삶 중 가장 방탕한 생활을 했다. 유흥가에서 놀기도 하고, 술과 마작을 즐기며 많은 여자를 만나기도 했다. 그러던 그가 한국 역사에 길이 남을만한 거사를 주도했다. 이 책은 위 과정에 대해 사료에 의거하여 기존 이봉창이라는 인물의 삶을 새로운 각도로 조망할 수 있게 한다. 진부한 위인전처럼 이봉창을 찬양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그의 삶의 어두운 부분까지도 자연스레 서술하며 말이다.

저자인 배경식은 성균관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한 후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하여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그의 목표는 역사의 진실을 밝히고 그것을 통해 정의를 정립하는 것인데, 이 때문에 누구나 접근하기 쉬운 역사 서술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한 점은 『식민지 청년 이봉창의 고백』에서도 잘 드러난다. 주요 연구 분야는 한국 현대사로, 특히 백범 김구의 『백범일지』를 완벽하게 번역하여 대중들에게 전달하는 일에는 약 10년이 걸렸다고 한다. 어쩌면 그가 백범을 연구하면서 이봉창에게도 자연스레 관심이 갔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식민지 청년 이봉창의 고백』은 이봉창에 관한 사진 3장으로 서문을 연다. 그중 가장 앞에 제시된 p.8의 [사진1]은 위조된 것이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의 웃는 모습을 누군가 그린 그림에 끼워 맞춘 것이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이러한 기존 지식을 깨는 내용을 ‘사진’이라는 매체를 사용하여 전달하면서 이미 충분히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어지는 사진은 앞의 사진과 대조되는 무표정한 2장의 사진이었다. 처음 보는 그의 무표정한 얼굴은 식민지의 차별에 이미 지칠 대로 지쳐 보였다. 이는 P.152의 상황에서 찍은 사진이다. 저자는 이 사진과 더불어 밝은 얼굴의 사진의 원본을 제시하며 식민지의 모던보이가 천황을 암살할 계획을 세우게 된 과정에 대해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본문의 서두는 1932년 1월 8일, 일왕에게 폭탄을 투척한 날로부터 시작된다. 그가 눈을 떴을 때부터 거사를 치르기까지를 간략하게 보여주면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사실들을 다뤘다. 그 이후 책의 내용은 1931년으로 돌아가 김구와 이봉창의 첫 만남을 보여준다. 독립운동을 한다는 사람들이 어째서 아직까지 천황을 죽이지 못했소?”는 저돌적이고 당돌한 그의 모습을 보여주는 구절이다. 이렇게 시작된 그들의 만남은 일왕에게 폭탄을 투척하는 거사를 만들었다. 저자는 이들의 만남을 ‘운명’이라고 부르며, 이봉창이 김구에게 말해주었던 그의 일생에 관해 p.40부터 시간순으로 서술하고 있다. 이봉창은 1901년, 일제강점기 당시 군수산업으로 활발했던 용산에서 자본가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그의 어린 시절은 부유했으나, 아버지의 외도와 매독으로 인해 점차 생계를 유지하기조차 어려워졌었다. 식민치하에서 조선인에 대한 갖은 핍박과 차별 속에서 이봉창은 독립은커녕 하루하루의 생계를 이어가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었다. 그는 직업을 여러 차례 바꾸어가며 1919년부터 용산역 조차계에서 일을 했으나 1924년에 사직하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그가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갖은 변명을 대며 일자리를 주지 않았고, 겨우 구한 막노동에서는 월급과 일의 전반적인 부분에서도 차별적인 대우를 받았다. 그런 상황에서도 이봉창은 조선인으로 태어난 자신을 탓할 뿐, 이러한 사회를 개혁하고자 하는 의지는 크게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살아남기 위해 일본식 이름인 ‘기노시타 쇼조’를 사용하며 일본인 행세를 했고, 조선인인 것을 숨기려 했다. 이러한 이봉창의 태도는 1928년 11월, 히로히토의 천황 즉위식 관람이 불발되면서부터 변화하기 시작됐다. 당시까지만 해도 이봉창은 조선인을 일본인과 같은 일본 천황의 백성으로 여겼기에 천황의 얼굴을 봐야 진정한 일본인이 된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리석은 짓이었다. 천황의 즉위식을 기다리던 그는 고향에서 온 편지로 인해 영문도 모른 채 9일이나 구치소에 수감 됐었고, 그 9일 동안 이봉창은 더이상 자신의 탓이 아닌 ‘세상’을 원망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이봉창은 독립에 대해서 조금씩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김구를 만나 현재의 우리가 아는 ‘거사’를 거행한 것이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여러 사료를 취합했음에도 불구하고 읽기 쉽게 풀어서 서술하였다는 것이 가장 장점이다. 그렇기에 대학생뿐만 아니라 청소년이 읽기에도 좋다. 어려운 용어를 쉽게 풀어서 서술하였으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술하였기에 역사학 관련 책을 읽기보다는 수준 높은 위인전을 읽는 기분이었다. 특히 거사를 치르기 약 한 달 전인 1931년 12월부터의 상황은 p.175처럼 일자별로 짤막하게 정리하여 학생들이 시간순으로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또한, 시간순으로 정리되다 보니 단편적인 지식이 아닌 인과관계에 따라 한 인물의 생각이 변화하고 결심하는 과정까지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필자도 이 독립운동에 대해 단편적인 지식만 갖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더 자세하게 의거 과정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이 사건. 이 윤봉길 의사의 의거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굉장히 놀라웠다. 필자의 얕은 지식에서 이 두 사건은 그저 한인애국단이라는 단체로 묶인 점, 폭탄을 투척했다는 점 등의 공통점이 있을 뿐이었으나 이봉창의 의거가 많은 청년들의 독립 의지를 불타오르게 했다는 점은 간과하고 있었다. 독자를 고려하여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술한 저자의 태도는 그의 글을 쓴 목적과도 연결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저자는 ‘누구나 접근하기 쉬운 역사’를 강조했고 이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아무래도 역사학의 가장 큰 특징은 시간성이니 이를 잘 고려하여 책을 짜임새있게 서술했다고 본다. 또한, 서두에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이봉창의 이미지와 정반대되는 내용을 언급하면서 독자의 주의를 집중시킨 점이 눈에 돋보였다. 사진이나 도표, 영상 등의 매체 사용은 누군가의 이목을 집중시킬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다. 저자는 이러한 점을 잘 활용하여 서두에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이봉창의 사진을 내걸었다. 그리고 그것이 위조된 바를 언급하며 다시금 주의를 끌다가 마지막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이봉창의 삶과 관련된 부분을 열거하며 책에 대한 흥미를 더욱 높였다. 이러한 저자의 서술전략은 앞서 언급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술한 것과 더불어 독자가 책을 읽는 데 도움을 준다. 서두에서의 흥미를 통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는 끈기와 동기를 부여해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자는 글을 쓰는 데 능숙하고 그 전략도 잘 활용하는 편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책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부분에는 사진이 많이 첨부되어 있으나 본문엔 없다는 점이다. 약 200쪽의 책을 오로지 글로만 읽다보면 다소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 이에 독자의 주의를 환기시키면서 글 내용과 관련 있는 사진 자료들을 넣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면 p.206에서 언급한 수류탄 등의 사진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는 당시 압수수색 했던 이봉창의 소지품 사진도 좋은 예가 된다. 특히 p152에서는 이봉창과 김구가 만나 사진을 찍는 내용이 나오는데, 이 부분에서 찍은 사진이 앞서 프롤로그에 등장한 사진과 같은 바임을 언급했다면, 혹은 사진을 재인용 했다면 더욱 읽기 편했을 것 같다. 이 장면을 읽다가 사진에 대한 궁금증으로 다시 앞부분까지 넘어갔다오는 것이 다소 귀찮은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통해 독자의 주의를 환기한다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입장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좋은 전략은 아니라고 본다.  또한, p.217에서는 윤봉길의 발견, 이것이야말로 이봉창의 가장 중요한 업적이라고 할 수 있다.”라는 구절을 통해 저자가 윤봉길 발견을 이봉창의 최고의 업적으로 치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이봉창 의사를 수단으로 보는 서술 같아서 약간 불편했다. 이봉창 의사는 이미 일본 천황을 암살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그 용기를 보여주었고, 그 용기만으로도 이미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데 그의 그러한 업적들을 ‘윤봉길의 발견’이라는 하나의 사건으로 일축시켜버리는 것이다. 어쩌면 이는 이전까지 저자가 해왔던 이봉창에 관한 긍정적인 서술들을 무시해버리는 것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식민지 사회에서 살았던 청년 이봉창과 한인애국단으로서 활동했던 독립투사 이봉창의 모습을 사료에 근거하여 모두 다루고 있다. 식민지 청년 이봉창의 모습은 사회에 순응하며 육체적 쾌락을 좇는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그러한 일반 사람들의 모습이다. 그러나 독립투사 이봉창의 모습은 일반인으로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용기 있는 행동이며, 그 대범함을 우리는 지금까지도 높이 사고 있다. 모든 사람은 양면성이 있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사회생활 할 때와 가정에서의 모습이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그러나 이것이 잘못됐다고 말할 순 없다. 완벽한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책에서 설명되는 이봉창의 쾌락을 좇는 모습에 대해 그 누구도 비난의 잣대를 세울 수 없을 것이다. 식민지 사회 속에서 그것은 그리 큰 부패가 아니었다. 오히려 우리는 그의 용기를 본받아야 한다. p183의 이봉창은 안전핀을 뽑고 손으로 수류탄을 만져 보고 나서야 김구의 말이 사실임을 알고 안심했다.”라는 구절을 통해서도 그의 대범함을 찾아볼 수 있다. 폭탄 투척의 결과가 어떻든 천황 살해를 시도한 것 자체가 의의가 있고 우리는 그의 용기와 희생정신을 본받아야 한다. 현재 사회가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패러다임에 입각하여 이기주의의 구렁텅이에 빠지고 있다. 특히 학생들도 경쟁 위주 교육으로 학교에서 평등과 배려의 가치를 체득하기보단 경쟁, 불평등 등을 체득하고 있다. 『식민지 청년 이봉창의 고백』은 다른 역사책보다 상대적으로 읽기 쉽다는 장점이 있으니 학생들이 읽으면서 이봉창의 용기를 본받고 더 나은 사회를 향해 일조하길 바란다. 또한, 식민지 청년과 독립투사로서의 이봉창의 모습을 책을 통해 이해하고, 그의 생각이 변화하는 과정에 대해 이해하며 역사적 사고력이 한층 더 신장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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