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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볼 드라이브 :조예은 장편소설
Material type
단행본 국내서
Title
스노볼 드라이브 :조예은 장편소설
Author's Name
조예은 지음
Publication
서울 : 민음사 2021
Physical Description
233 p ; 20 cm

Holdings Information

Call no. : 813.7 조64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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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r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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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gistration no.
E1386007
Call no.
813.7 조64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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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ation
제1자료실(한림도서관4층)
Status
대출가능
Due for return
Serv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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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Overview

Book Reviews

조예은
이현주
2021-12-27
2017년 6월 12일, 우리가 지나왔던 시간에 이들은 녹지 않는 눈을 처음 맞았다. 주인공인 백모루는 중학교 2학년으로 우리 모두가 한때 그랬던 것처럼 사춘기에 한 번쯤은 하는 세상의 종말을 기원하고 있었고 그때, 초여름의 운동장에 차갑지 않은 반짝이는 눈이 내렸다. 여느 중학생들처럼 때아닌 눈에 다들 달려나가 눈을 맞고 찍으며 이상기후를 즐기지 않고 그저 멍하니 창밖으로 내리는 눈을 손에 맞으며 생각에 잠기는 것도 잠시, 피부발진과 알러지 증상으로 인해 그저 조금 기묘했던 중학교는 공포의 아수라장이 되었다. 패닉에 빠진 사람들에 이리저리 치여 발까지 다친 모루를 구해주는 건 방금도 그와 대화했던 담임이 아니라 옆반의 문제아라고 낙인찍힌 빛이 바랜듯한 탈색모의 이이월이었고, 이들은 여기에서 어떠한 운명을 느끼게 된다. 이후 계속 오는 눈과 녹지 않는 눈으로 인해 사회가 정체되고,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죽었다. 어쨌거나 눈은 치워야 하기에 사람들은 근처의 화장품 공장을 눈 소각장으로 바꾸고 숙식까지 제공해 준다며 사람들을 모집한다. 모루는 이모에게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자신도 소각장에서 일하겠다고 하다가 이모와 다투게 된다. 한편, 이월은 혼자였어도 부족하거나 수치를 느끼지 않을 수 있었던 배경인 부유한 집에서 새엄마의 죽음을 지켜본다. 새엄마의 마지막 유언을 지켜주기 위해 이월은 아빠 몰래 모루의 이모인 유진에게 부탁하고, 유언을 지켜주는 과정에서 이월과 유진은 강도를 만나 결국 유진의 행방은 묘연해진다. 소각장에서 일하게 된 모루는 지속적으로 이모와 교류하다가 이모의 실종 이후 이모를 찾아 헤맨다. 증거는 이모가 실종 직전에 연락했던 번호 몇 개와 한 개의 스노볼. 소각장의 모두가 이모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라 단언하는데도 모루는 지속해서 자취를 탐색하며 포기하지 않는다. 마치 그 죄책감이 삶의 원동력인 듯 의식적으로 미안해하는 모루의 앞에 이월이 등장한다. 모루는 이월을 다시 만나 행복과 당황, 죄책감과 흥분을 동시에 느끼며 혼란스러워한다. 이월의 소각장 입성과 이모의 실종이 맞물려 이상한 낌새를 느끼던 모루는 플리마켓에서 모루의 룸메이트인 주영이 만든 보습제를 스노볼과 물물교환하자는 것에서 더욱더 깊은 의심을 하게 된다. 이후 모루와 이월은 서로를 간 보듯이 지켜보다가 눈사태가 심하던 날, 가만히 있지 못했던 모루에 의해 전말을 알게 된다. 그러나 눈사태로 인해 작업장에 고립되고, 이후 모루의 구조요청과 이월의 아빠가 센터로 보낸 구조대를 통해 이들은 구조된다. 눈사태로 인한 후유증 때문에 의무실에 있던 모루와 이월은 센터를 나가 유진을 계속 찾자고 약속한다. 이월의 아빠에게 공갈협박을 해 차를 얻어낸 이들은 새하얀 풍경의 도로를 계속 달린다. 시키는 대로 정해진 일정을 해내며 본인의 의지로 선택하고 생각할 필요도 그 선택으로 후회할 일도 없어 소각장에서 안정과 무료를 느끼던 이월과 달리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가만히 기다리지는 못하겠다는 모루의 모순이 조화를 이루며 끝난다. 스노볼 드라이브는 때로는 허망함을 느끼고 후회하는 우리들의 심리를 잘 정돈된 어휘로 짚어준다. 신기하게도 차분하게 정리된 나와 우리 모두의 단점을 읽는 것만으로도 위로받고 또 반성하는 듯했다. 모루와 이월은 사춘기 때 한 번쯤은 느꼈을 주파수가 스파크처럼 튀는 어떠한 인간관계를 잘 서술해 준다. 녹지 않는 눈으로 인해 그들의 특이성이 결코 특이하지 않게 된 붕괴한 사회에서 우리는 이들의 행적을 궁금해하고 마음 졸이며 따라간다. 우리는 잃고서야 비로소 깨닫곤 한다. 아무리 대비하려고 촉각을 곤두세워도 결국은 잃은 뒤에야 깨닫고 얻는 것이 있다. 그것이 후회일 때도 진실일 때도 있지만 스노볼 드라이브에서는 둘 다였고 동시에 그 무엇도 아닌 단지 위로이기도 했다. 작중에서 모루는 가족을 잃은 뒤 혼자가 되어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그러나 자아성찰이 아닌, 자신의 몸과 여태 신경 쓰지 않았던 양쪽 어금니의 길이나 음식을 어느 쪽으로 더 씹는지와 같은 아주 사소하고 일상적인 부분이다. 혼자가 되었다는 사실이 마냥 쓸쓸하고 외롭지도 않았으며, 또한 우리의 삶과 닮아있어 덤덤한 서술이 부드러운 위로가 되고는 한다. 모루는 니체와 닮았다. 니체는 행복을 위해서는 망각을 보다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우리 인간은 잊지 못하는 원한이나 고통 혹은 과거의 후회, 수치를 습관적으로 곱씹으며 시간을 보내고 그런 것들이 우리를 괴롭히고 좀먹는다. 그렇기에 인간은 망각하지 않고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존재이다. 망각이란 과거의 후회, 수치의 곱씹음과 같은 요소들에 시간과 마음의 공간을 쏟기보다는 지금 당장 현재에 할 수 있는, 앞으로 해야 할 일로 뇌를 채울 수 있게 해주는 긍정적인 지우개다. 우리는 모루와 이월의 세계를 스노볼 밖에서 쳐다보고 있다. 그들이 있는 스노볼의 내부는 생각보다 우리와 닮아있었으며, 또 우리와 전혀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기도 했다. 이미 망해버린 세상에서 다시 시작하기를 바라는 미숙한 모루와 도통 속내를 알 수 없었던 이월의 심정이 청춘의 불안감을 잘 드러내준다. 바이러스와 녹지 않는 눈은 비슷하다. 바이러스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눈은 녹지 않는다. 녹지 않는 눈의 출처나 과학적인 증명은 적당히 생략되어 있다. 안다고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의 앞날이 어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 세상이 너무 불합리하고 끝나지 않는 전염병에 마음까지 병든 것 같다면 이 책을 읽어보며 덤덤한 위로를 받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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