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이라는 사람을 봤을 때, 나는 참 똑똑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27살 때 썼다는 ‘항소이유서’를 봐도 그렇고 말이다. 나는 억울하게 잡혀 들어가도 곧 죽어도 저렇게는 못 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그런 유시민이 감명깊게 봤다던 ‘책’ 에 관한 책이라니. 나는 단박에 눈길을 사로 잡혀 그 책을 꺼내들었다. 감명깊게 봤다던 책들은 대체적으로 ‘고전’ 들이 많다. 책에 나오는 리스트들을 봤을 때, 나는 내가 읽은 책이 단 한 권도 없음을 인정해야만 했다. 나는 맹자도 읽지 않았고, 죄와 벌도 이름만 들었고, 공산당 선언은 맨 첫문장만 안다. 이 사람은 이 책을 20대 때 읽었다는데, 나는 뭐지. 하는 자괴감이 살짝 들기까지 했다. 그래도 책은 읽기엔 부담없었다. 그 책에 관한 자신의 이야기라던가, 지금의 현실과 책의 내용이 갖는 관계성, 혹은 그 책이 가지는 울림 등이 보기 편하게 쓰여 있었다. 책의 줄거리를 알고, 생각보다 재밌어 보이는 고전들에 대해 흥미가 생긴다. 혹시 이렇게 하면서 여기 나오는 고전 한 편씩 한 편씩 찾아 읽으라는 저자의 꼬임은 아닐까? 똑똑하고, 한 고집해보이는 저자가 고전들로 인해 생각이 바뀌었다하는걸 보면, 고전이란, 또 독서란 영향력이 큰 것 같다. 사람마다 변화를 주는 책은 다르지만, 어떠한 책 하나로 인해 자신의 아집과, 신념이 바뀐걸 보면 그런 책을 만났다는 자체가 부러울 뿐이다. 나도 저자의 꼬임에 못 이기는 척, 한 번 넘어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