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고는 장아이링(張愛玲) 작품의 한역본을 대상으로 텍스트성의 파괴 양상을 베르만의 번역분석론의 13가지 왜곡 성향과의 방법론적 접목을 통해 분석함으로써 ST 충실성에 관한 기준을 고찰해 보는 것으로 목적으로 한다. 문학작품의 번역은 텍스트의 단순한 의미의 전달이 아니라 문학적ㆍ심미적 측면의 전달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TT 지향의 가독성 위주의 번역 방식은 문학번역에서 여전히 선호되고 있다. 텍스트언어학이 번역연구에 끼친 가장 큰 영향은 번역 연구의 초점이 더이상 어휘나 문장 차원의 전환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를 중심으로 ST-TT 간의 총체적인 시각에서 논의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텍스트성’이란 텍스트가 의사소통 행위로서 충족해야 할 기준이다. 언어마다 고유의 어휘와 문법이 존재하듯 ST 고유의 텍스트성이 존재한다고 본다면 문법적으로는 틀리지 않으나 어색한 번역문이 존재하는 이유 중 하나는 두 언어의 ‘텍스트성’ 차이를 적절히 보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베르만이 제시한 ‘문자로서의 텍스트 번역’은 ST에 대한 충실성을 전제로 하는데, 이때의 ‘충실성’은 어휘나 문장 단위에서의 등가의 전달이 아닌 텍스트 단위의 총체적 전달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베르만에게 있어 ST에 대한 충실성은 곧 ST의 ‘텍스트성’을 TT에서 재현하는 것으로, 충실성에 대한 해석을 ‘낯선 것을 낯선 것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행위’로 보았다고 하겠다. 따라서 ST에 대한 충실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것은 TT에서 ST의 ‘텍스트성’이 훼손되는 것으로 베르만은 이를 텍스트의 왜곡 성향이라고 보았고, 그렇기에 왜곡 성향에 의한 ST 파괴를 고찰하는 것을 번역분석론의 출발로 삼은 것이다. 보그란데와 드레슬러는 텍스트로서 성립되는 기준인 ‘텍스트성’을 7가지로 제시하였는데, 본고는 이를 응결성과 응집성, 정보성과 상황성, 의도성과 용인성의 3개의 대범주로 구분하고 베르만의 13가지 왜곡 성향과 방법론적으로 접목하였다. 첫째, 응결성과 응집성 훼손으로 인한 ‘텍스트성’ 파괴는 합리화와 명확화, 이완화와 리듬의 파괴로 인한 응집성의 훼손, 텍스트 체계 파괴로 인한 의미 관계의 훼손이다. 둘째, ST의 ‘정보성’과 ‘상황성’ 훼손으로 인한 텍스트성의 파괴는 정보의 과잉 혹은 부족, 부적절한 어휘로 인한 상황성 파괴로, 시대 혹은 문화적 분위기와 맞지 않는 정보과 상황 맥락을 제공함으로써 텍스트성이 파괴되는 양상이다. 셋째, ST의 ‘의도성’과 ‘용인성’ 훼손으로 인한 텍스트성 파괴는 고상화와 균질화, 가독성 저하로 인한 용인성의 훼손, 작가의 의도성으로서의 인물형상화와 여성주의를 파괴하는 양상이다. 중국 현대문학의 대표적인 작가인 장아이링의 글쓰기는 화려한 수사와 대조를 통한 리듬감, 풍부한 어휘와 색채감, 고전과 현대적 표현의 병존을 특징으로 하는데, 이를 ‘텍스트성’의 응결성과 응집성에 적용해서 분석하였다. 그리고 장아이링의 작품의 시·공간적 특징을 격변의 시대적 상황과 지역적 배경으로서의 ‘상하이’로 분류해서 정보성과 상황성을 논의하였다. 장아이링의 사상적, 개인적 의도가 드러난 ST의 의도성과 용인성은 현실 속 남성 인물의 형상화와 격변기 여성 인물의 형상화로 구분해서 분석하였다. 이상과 같은 분석을 통해 문장구조의 변용, 수식어와 관용구의 추가, 번역자 주관적 해석에 의한 화법 전환과 다시쓰기, 정보의 과잉 혹은 부족, 부적절한 어휘의 사용, 그리고 오역 등으로 인해 ST의 텍스트성이 파괴되었음을 확인하였다. ST-TT 간 번역에서 일정 정도의 ST의 변용은 불가피한 점이 있지만, ST에 대한 충실성 즉 ST 고유의 ‘텍스트성’이 어느 정도 보존될 수 있는지는 번역자에게 달려 있다고 하겠다. 또한 ST의 텍스트성을 유지하면서도 TT 독자들의 용인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이 중요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베르만의 시각에서 보자면 ST에 대한 ‘문자역(문자로서의 텍스트 번역)’, 즉 텍스트성을 최대한 유지하고자 하는 번역 자세와 더불어 텍스트성의 다양한 요소들 간의 중립성을 유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텍스트성 유지를 위한 번역에서 번역자의 선택과 관련해서는 향후 후속 연구를 통해 논의를 이어가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