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退溪 李滉(1507∼1570)의 物格에 관한 대표적인 이론인 理到說이 退溪學派의 대표적인 학자인 葛庵 李玄逸(1627∼1704)을 통해 理盡說로 변용되는 일련의 과정을 규명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처음에 退溪는 物格을 인식주체가 궁리를 통해 物理의 極處에 이른 상태로 보았다. 즉 ‘物理가 스스로 내게 이른다’는 理到를 부정하는 입장이었다. 이후 고봉과의 논변을 거친 뒤, 기존의 견해를 수정하여 理到를 인정한다. 이 때 退溪는 형이하의 세계에서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理到’라는 표현에 형이상학적 개념인 道理의 體用을 적용하여, 형이하의 물질세계에서 분리되어 있던 인식주체와 인식대상의 理가 형이상의 一理로 관통한다고 보았다. 理到說은 객관사물에 내재한 理가 스스로 마음으로 들어온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心體의 理와 동일한 理가 객관사물 속에서 언제나 드러나 있다는 사실을 체득하는 과정을 ‘理到’로 표현한 것이다. 인식론적 경지인 物格에 형이상적 體用구조를 도입하는 것은 退溪 이전에는 물론, 그 이후에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退溪 이후 학자들은 종파를 막론하고 理到說을 ‘物理가 내 마음에 이른다’는 주장으로 이해하였다. 특히 栗谷 李珥의 후학들은 栗谷의 物格說에 입각하여 退溪가 體用을 막론하고 물리적 운동성을 지닐 수 없는 理를 현실 세계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活物로 간주하였다고 비판하였다. 葛庵 역시 理到說을 ‘物理가 내 마음에 이른다’로 이해한 뒤, 이를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과정에서 理盡說을 제시하였다. 理盡說의 주요 내용은 理到說에서 물리적 운동성을 포함하고 있는 표현인 ‘到’字를 막히는 부분 없이 모두 이해된다는 의미의 ‘盡’字로 치환하여 ‘物理의 極處가 모두 이해된다’로 바꾼 것이다. 또한 葛庵은 ‘物理가 원래 極處에 있다’고 주장한 栗谷의 物格說이 점진적인 格物공부를 간과하였다고 비판한다. 物理를 철저히 格物하여 그 極處에 이르는 절실한 공부가 理盡의 관건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退溪가 형이상적 一理의 편재를 통해 物格단계의 형이상적 근거를 확립하였다면, 葛庵은 物格의 경지가 형이하의 물질세계에서 구체화되는 과정과 그 관건을 제시하였다. 또한 退溪와 葛庵은 공통적으로 인식주체의 철저한 格物이 物格단계의 관건이 된다고 보았다. 결국 理盡說은 葛庵의 우려와는 달리 理到說의 태생적 한계를 파악하고 이를 비판적으로 계승한 것은 물론, 理到說에서 강조하는 지점을 확장한 학설이다. 退溪의 理到說은 葛庵에 의해 理盡說로 전환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