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 이래 30여 년간 양국의 활발한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 각 분야의 교류가 증가하면서 국내에서 한국어를 학습한 중국어권 학습자의 수가 다른 언어권에 비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많은 중국어권 학습자들이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하기 위해, 한국어를 빨리 습득하고 원활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확대되고 있다. 중국어권 한국어 학습자를 위한 문법 교육은 이러한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특히 문법 교육에서 ‘피동 표현’을 교육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한국어에서 피동 표현은 ‘객관성, 공손성, 책임 회피’ 등 다양한 담화‧화용적 특성이 포함되어 있어 한국어 모어 화자들은 이를 전략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어 학습자가 원어민과 원활한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피동 표현을 학습해야 한다. 이에 따라 본 연구는 한국어 문법 범주에서 피동 표현에 주목하여, 중국어권 중‧고급 단계의 학습자를 위한 효과적인 피동 표현의 교육 방안을 마련했다. 구체적인 연구 내용은 다음과 같다.우선 Ⅰ장에서는 선행 연구의 검토를 통해 한국어 피동 표현 교육의 중요성과 본 연구에서 적용한 연구 방법의 필요성을 밝혔다. Ⅱ장에서는 한국어 피동 표현과 중국어 피동 표현의 개념과 유형을 제시한 뒤, 두 언어의 피동 표현의 유형을 대조하였다. 이를 통해 한국어 피동 표현과 중국어 피동 표현은 일대일로 대응할 수 없음을 확인하고, 한국어 피동 표현에 대응하는 중국어 표현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Ⅲ장에서는 한·중 드라마와 소설 속에 나타난 표현으로 병렬말뭉치를 구축한 후, 이 실증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어 피동 표현에 대응하는 중국어 표현의 대응 관계를 분석했다. 약 53만 어절의 드라마나 소설 병렬말뭉치에서 한국어 피동 표현은 총 8,252개를 발췌했다. 이 중에 한국어 형태론적 피동사 피동 표현은 4,660개, 형태론적인 어휘적 피동 표현은 2,179개, 통사론적 피동 표현은 1,413개의 어절 수가 나타났다. 이와 같은 한국어 피동 표현에 대응하는 중국어 표현의 분석 결과는 아래와 같다.첫째, 한국어 ‘-이-, -히-, -리-’로 이루어진 형태론적 피동사 피동 표현, ‘-되다, -받다’로 이루어진 형태론적인 어휘적 피동 표현, ‘-아/어지다, -게 되다’라는 통사론적 피동 표현은 중국어 능동 표현과 가장 잘 대응된다. 이에 반해 ‘-기-’로 이루어진 형태론적 피동사 피동 표현, ‘(-)당하다’로 이루어진 형태론적인 어휘적 피동 표현은 중국어 피동 표현과 더욱 잘 대응되는 경향이 있다. 둘째, 한‧중 병렬말뭉치에서는 문어와 구어 텍스트본에 나타난 한국어 피동 표현에 대응하는 중국어 표현의 유형이 부분적으로 차이를 보였다. 구체적으로 한국어의 형태론적 피동사 피동 표현, ‘-받다’, ‘(-)당하다’로 이루어진 형태론적인 어휘적 피동 표현에 대응하는 중국어 표현의 경우 드라마와 소설에서 유형 차이가 있는 데 반해 ‘-되다’로 이루어진 형태론적인 어휘적 피동 표현, ‘-아/어지다’, ‘-게 되다’로 이루어진 통사론적 피동 표현에 대응하는 중국어 표현의 각 하위 유형의 경우 큰 차이가 없었다. 셋째, 한국어의 형태론적 피동사 피동 표현에서 ‘피행위주(NP1)’와 ‘행위주(NP2)’가 모두 [+유정성]의 의미자질을 가지는 경우 중국어 유표지 ‘被’자문과 잘 대응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세 가지 한국어 피동 표현에 대응하는 중국어 표현에서 유표지 ‘被’자문과 사동문은 글말에 비해 입말에 더욱 잘 나타났으나, 표지가 생략된 유표지 피동문, 표지가 실현되지 않는 무표지 피동문, ‘遭, 受, 挨’로 이루어진 무표지 피동문과 일반 능동문은 글말이 더욱 잘 대응된 경향이 있었다.Ⅳ장에서는 학습자, 교사, 교재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한국어 피동 표현의 교육 현황을 살펴보았다. 구체적으로 중국어권 중·고급 단계의 한국어 학습자 36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피동 표현에 관한 만족도, 학습 요구, 이해도 등을 파악했다. 분석 결과, 대부분 학습자의 경우 피동 표현에 대한 이해도는 50% 미만에 머물렀으며, 통사론적 피동 표현, 형태론적인 어휘적 피동 표현, 형태론적 피동사 피동 표현 순으로 어려워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본 연구에서는 교육 현장 경험이 있는 한국인 교사와 중국인 한국어 교사 각 30명씩, 총 60명을 대상으로 한국어 교육에서 피동 표현의 교육 현황도 조사했다. 한국어 교사의 관점을 통해, 학습자들이 피동 표현의 학습을 어려워하는 원인과 학습 태도, 효과적인 학습 방법 등을 확인했다. 또한 본 연구에서는 한국과 중국에서 널리 사용되는 각 4종, 총 8종의 한국어 교재를 검토하여 교재에서 제시하고 있는 피동 표현 방식을 종합적으로 살펴보았다. 이때 교재 내 피동 표현 제시의 특징과 한계를 살펴보기 위해 피동 표현 문법의 등급 제시의 타당성, 문법의 설명 및 용례 기술시 적절성, 연습 활동의 다양성, 의사소통의 유용성, 학습자의 흥미도와 지도의 편리성 등 여섯 가지 측면을 분석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중국어권 한국어 학습자들을 위해 보다 효과적인 한국어 피동 표현을 위한 교육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 확인되었다.Ⅴ장에서는 중국어권 중·고급 학습자를 위한 형태론적 피동사 피동 표현과 어휘적 피동 표현, 통사론적 피동 표현에 관한 효과적인 교육 방안을 마련하고자 했다. 본 연구에서는 한국어와 중국어 피동 표현 대응의 복합성과 중국어권 한국어 학습자를 위한 피동 표현의 교육 양상을 고려하여 학습자 중심의 접근방식을 가지는 플립 러닝을 이용한 교수-학습 방안을 설계하고자 했다. 플립 러닝은 입체적인 교육 방식이므로 시·공간적인 제약을 극복할 수 있어 학습자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데 효과가 있다. 또한 학습자가 사전 지식을 자기주도적 습득하고, 수업 중에는 교수자와 협업하여 문제 해결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복잡한 규칙을 갖는 피동 표현의 교수-학습에 적절한 전략이다. 한편 본 연구에서는 단순히 플립 러닝의 전통적인 교육 모형을 사용하지 않고 한국어 문법 범주인 피동 표현에 어울리는 ‘ADDWTPPFE’ 모형을 모색하여 적용하였다. 이는 한국어 교육과 문법 교육에서 모두 대표적이고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모형의 조합이기 때문이다.최근에 이르기까지 한국어 피동 표현과 중국어 피동 표현에 관한 연구는 주로 대조에 한정되어 있었다. 본고처럼 넓은 범위에서 대규모로 실제적인 자료를 활용하여 한국어 피동 표현에 대응하는 중국어 전반적인 양상을 다룬 연구는 없었으며 이러한 대조 자료를 토대로, 학습자의 이해 양상, 교수자의 교육적 인식, 교재의 제시 양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피동 표현 교육 방안의 연구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이러한 교육 방안을 통해 중국어권 한국어 학습자들이 모국어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한국어 피동 표현을 효과적으로 학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