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살인사건 피해 유가족의 심리적 경험을 이해하기 위한 현상학적 연구이다. 연구참여자는 연구목적에 동의하고 자신의 경험을 언어적으로 기술할 수 있는 9명의 살인사건 피해 유가족이었다. 살인사건 피해는 심층면담 시점으로부터 6개월 ~ 4년 전에 발생했으며 면담을 실시할 당시에는 모든 사건에 대한 법적 판결이 내려진 후였다. 심층면담 직전 연구참여자의 상태를 보다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한국판 사건충격척도 수정판을 실시하였으며 그 결과 모든 참여자가 PTSD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면담자료는 Colaizzi가 제시한 방법에 따라 연구자와 자료분석자 2명, 본 연구주제를 접해 본 적이 없는 박사급 전문자문가가 분석하였다. 분석결과, 의미 있는 문장 및 구 472개를 선택하였으며 이를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용어로 구성된 의미 48개, 주제 모음(Clusters of themes) 24개, 부상 주제(Emergent themes) 16개, 범주 6개로 조직화했다. 첫 번째 범주인 ‘망자’와 관련해 살인사건 피해 유가족들은 망자의 죽음이라는 현실을 부인하면서도 현재 경험하고 있는 아픔이 미래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들이 비단 부정적인 경험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망자에 대한 기억과 추억을 떠올리며 일상에서 망자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기도 한다. 두 번째 범주인 ‘나’와 관련해 살인사건 피해 유가족들은 사건 당시 망자가 느꼈을 고통을 상상하며 괴로워하고 사건과 관련된 자신의 대처에 대해 후회하고 자책 한다. 또한 이들은 자신의 삶에 대한 보상이 망자의 죽음이라는 현실 앞에 절망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은 사건 이후 삶에 대한 태도와 방식에서 변화를 경험하기도 하고,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른 활동들을 찾는 등 이들의 경험이 비단 부정적인 측면에 머물러 있지만은 않다. 세 번째 범주인 ‘가족’과 관련하여 살인사건 피해 유가족들은 남은 가족 구성원들이 아파하는 모습을 보며 고통스러워하고 이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배려하며, 동시에 유사한 사건이 반복될 것을 우려하여 가족의 안전을 확인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면서도 이전과는 달리 가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함께 하고자 하는 노력이 증가하며 망자에 대한 추억과 기억 등을 공유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하기도 한다. 네 번째 범주인 ‘타인/세상’과 관련해 살인사건 피해 유가족들은 사람들은 믿을 수 없고, 세상은 위험하다는 불신을 경험하게 되고, 잊을 수 없는 망자를 쉽게 잊으라고 말하는 사람들, 단순한 호기심으로 사건에 대해 물어 보는 사람들로 인해 상처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동시에 이들은 망자를 잊지 않고 기억해주는 사람들, 자신을 살뜰히 보살펴 주는 사람들로 인해 위로를 받고 삶을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경험을 한다. 다섯 번째 범주인 ‘가해자/가해자 가족’과 관련해 살인사건 피해 유가족들은 가해자에 대한 분노, 원망, 미움 등을 경험하고 가해자가 합당한 죗값을 치루기를 바라며, 가해자에 대한 복수를 생각 한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가해자가 출소 후 보복할 것에 대한 두려움에 시달리기도 한다. 가해자의 가족에 대해서도 사건과 관련하여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는 이들에게 분노하며 원망과 미움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마지막, 여섯 번째 범주인 ‘현실적인 문제들’과 관련해 살인사건 피해 유가족들은 살인자를 돌봐주고, 여러 가지 이유로 감형을 시켜주며, 망자의 한은 알아주지 않는 것 같은 가해자 중심인 법과 제도에 대해 불만을 느낀다. 또한 법적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에 답답하고 억울하다. 이들은 사건 후 처리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를 홀로 감당하며 망자의 부재를 절감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들을 거치며 살인사건 피해 유가족들은 경제적, 심리적 지원의 필요성을 느낀다. 본 연구는 국내에서 살인사건 피해 유가족에 대한 선행 연구를 찾아보기 힘든 실정에서 현상학적 연구방법을 통해 이들의 경험을 본질적이고 총체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었다는데 그 의의가 있다. 특히, 살인사건 피해 유가족의 경험이 부정적인 측면에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면도 존재한다는 사실은 의미 있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이들에 대한 보다 전문적인 개입 방안과 지원 체계 확립에 대한 방안을 제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