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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보다 따뜻했던 실학자, 박제가
Book name
저자/역자
박제가
출판사명
돌베개
출판년도
2014-10-27
독서시작일
2023년 11월 01일
독서종료일
2023년 11월 03일

Contents

 예상과는 반대로 흘러갔던, 쉽게 읽는 북학의

 『쉽게 읽는 북학의』 이것은 이번 서평 과제 책의 제목이다. “북학의” 하면 떠오르는 실학자가 한 명 있다. 수능 한국사, 한국사능력검정시험, 내신 한국사에서 <북학의-박제가> 라고 공식처럼 나오고 학교 선생님, 인터넷 강의 강사 모두가 그렇게 외워라고 했기에 바로 말할 수 있었다. 배웠다면 알겠지만, 박제가는 북학의를 저술했고, 상공업 육성에 굉장히 힘썼고, 수레와 선박의 이용을 강조했다고 늘 배워왔다. 그랬기에 나는 책을 읽기 전에 매우 기대했었고 책을 쉽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박제가가 북학의를 쓴 이유가 청의 문물을 적극 수용하고 청과의 통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라고 배워왔기에 이미 박제가라는 사람에 대해 개념이 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의 생각과는 달랐다. 제목은 “쉽게 읽는”이라고 나와 있지만, 나는 책을 읽는 데 전혀 쉽지 않았고 어려움을 많이 느꼈다. 평소에 나는 역사와 관련된 책을 읽을 때도 이야기체로 풀어져 있는 서술 방식의 책을 선호했고, 해당 시대와 관련된 사건, 유물에 대해서 세세하게 하나하나 설명되어 있는 글의 책을 좋아했고, 소설처럼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혹은 설명문과 같은 그런 책들만 읽어 왔다. 그랬기에 만약 북학의라고 적혀 있었으면, 사료 그 자체를 읽는 것 같아 거부감이 들었겠지만, 앞에 “쉽게 읽는”이라고 나와 있어 처음 책을 넘기는 데 거부감은 없었다.

 그러나 몇 페이지 넘기며 읽어가는 데 너무 힘들었다. 내가 생각했을 때 이 책은 북학의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고 그에 따른 실천적 사례를 제시하며 글을 구성해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나처럼 이야기체를 선호하고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는 사람에게는 그냥 북학의 사료 하나를 가져다 놓고 그 말을 조금 풀어놓고 해석했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았다. 내가 평소에 이런 책을 잘 읽지 않아 읽는 데 어려움을 더 느꼈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나에겐 이 책을 쉽게 읽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내가 생각한 박제가, 그는 누구이며 그의 마음은?

 그러나 이 책을 읽고 한 가지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박제가라는 사람 그 자체이자 그의 마음이었던 것 같다. 책의 부제로 “조선의 개혁, 개방을 외친 북학 사상의 정수”라고 나와 있는데, 이 책에 나오는 박제가를 가장 잘 표현한 문구인 것 같다. 책에도 나와 있지만, 박제가가 열정적으로 주장했던 것이 낙후한 경제의 부흥을 추진해 개인은 풍요로운 생활을 구가하고 국가는 부국강병을 실현하는 것이었다. 또한, 최종 목표가 국민이 고도의 문명을 향유하고, 국가는 외국의 침략을 받지 않는 강한 나라가 되는 것이었다.

 이에 박제가는 조선이 낙후되지 않고 세계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북쪽에 있는 나라인 청나라를 따르고 이와 함께 개혁 및 개방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나라를 배우지 않고서는 당시 우리나라가 경제와 국방, 문화와 기술 등 많은 분야에서 낙후되어 남에게 배우지 않고서는 세계 수준에 도달할 수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또한, 박제가를 또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서민을 생각한 누구보다 따뜻했던 실학자”라고 표현하고 싶다. 박제가는 “이용후생”을 주장했다. 이용은 일상생활을 편리하게 영위하는 것을 가리키고, 후생은 삶을 풍요롭게 누리는 것을 가리킨다. 즉, 박제가는 북학의에서 그 다른 누구가 아니라 서민의 행복하고 윤택한 삶을 바랐던 것이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북학을 따르자고 주장했던 것의 근원이 백성을 위한, 서민을 위한 생각과 마음에서 시작된 것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느꼈던 이유를 지금부터 상세하게 설명해보고자 한다.

 누구보다 백성을 생각했던 실학자, 박제가 (1)

 책을 조금 넘기다가 보면, “현재 백성들의 생활은 날이 갈수록 곤궁해지고, 국가의 재정은 날이 갈수록 궁핍해지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사대부가 팔짱을 낀 채 바라만 보고 구제하지 않을 것인가? 아니면 과거의 습속에 젖어 편안히 안락을 누리면서 실정을 모른 체할 것인가?” 라는 문장이 나온다. 이 문장만 보아도 박제가가 현실을 얼마나 답답해했고, 백성들을 얼마나 생각했던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그냥 나의 주관적인 해석에 불과하지만, 박제가는 국가라는 말보다 백성이라는 말을 먼저 꺼내며 백성들의 생활, 곤궁한 상황을 언급했고, 국가 재정의 궁핍한 상황을 뒤에 말했다. 박제가는 조선이 당면한 최대의 문제가 빈곤이라고 선언하며 국가와 백성 모두 빈곤한 것이 제일 큰 문제라고 이야기했는데, 국가보다는 백성을 먼저 이야기했다.

 물론 국가의 재정이 궁핍하기 때문에 백성들도 곤궁해졌을 것이다. 혹은 세금을 내는 백성들이 곤궁한 생활을 갈수록 더 많이 하기 때문에 국가도 궁핍해졌을 것이다. 인과관계가 여러 방면으로 성립될 수 있지만, 박제가는 그 무엇보다 백성의 생활을 먼저 언급하여 백성의 생활이 여유롭지 않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것만 보아도 그 어떤 신하보다, 또한, 그 시대의 왕보다, 심지어 그 시대를 살고 있는 백성들보다 더 백성 및 서민들을 생각한 것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사대부가 팔짱을 낀 채 바라본다고 한 것, 과거의 습속에 젖어 편안히 안락을 누리면서 실정을 모른 체한다고 한 것 이것은 박제가가 현실을 얼마나 답답해하고 있는지, 그 심정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았고, 한편으로는 박제가만큼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그 정도로 없었는지에 관한 생각도 들었다.

 또한, 과거의 습속에 젖어 있다는 말을 하였는데, 이것 또한 백성들이 궁핍해지고, 곤궁해지고, 피폐해가는 생활의 모습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알면서도 옛 것, 옛 풍속, 옛 법에 빠져 그저 편안함, 안락함, 자신들의 풍요를 추구하는 신하들이 답답하고 한편으로는 한심했을 것 같다.

 누구보다 백성을 생각했던 실학자, 박제가 (2)

 빈곤 문제와 더불어 박제가가 진심으로 백성, 서민을 생각했던 사람이라고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농경과 관련된 해결에도 있었지만, 나는 과거, 즉 인재 선발을 논하는 부분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박제가는 “과거란 인재를 취하는 도구입니다. 그런데 인재의 선택이 과거로 인해 망가지니 이것이 자기를 피폐케 하는 것이 아닙니까?” 라고 말했다. 나였어도 왕과 신하를 도와 국가를 이끌어나가고, 왕과 신하들에게 의견을 제시해서 국가를 개선하려고 해야 하는 인재들이 과거로 인해서 망가진다면, 엄청난 문제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이에 박제가는 오늘날 개혁을 위해서는 과거보다 먼저 손대야 할 것이 없고, 과거의 개혁을 주장한다면 중국의 과거제도를 배우는 것보다 앞설 것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과거제도는 옛날에 인재를 고르던 방법이 아니며, 특히 큰 뜻을 품은 선비는 좋아하는 것이 이 세상과 부합하지 않고, 배운 것이 자기에게 아무 이익이 없다고 여겨 차라리 곤궁함과 굶주림의 생활을 달게 여길지언정 자기 소신을 버리고 과거 보는 짓거리는 하지 않겠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즉, 개혁을 위해서는 청의 과거제도를 도입해야 하고, 지금 시행되고 있는 아무 이익도 없고 자신의 소신까지 버려야 한다고 표현되는 피폐한 과거제도에 응할 바에는 보지 않겠다는 것이다. 박제가는 이렇게 세게 표현할 정도로 당시 과거제를 지적하고 있었고 하루빨리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실학자들과 달랐던 박제가

 아마 보통의 실학자들 혹은 왕, 신하, 학자들은 현재 시급한 빈곤 문제를 해결하고 부국강병을 이루기 위해서는 농업을 진흥시키는 방안 혹은 경제와 관련된 법만을 바꾸려고 했을 것이다. 물론 나의 섣부른 생각의 오류일 수도 있지만,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 직면했던 문제만 바라보고 그것을 해결하기에 바빴을 것이다. 아마 나도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박제가는 달랐다고 생각한다. 박제가는 농업 진흥에도 매우 힘썼지만, 국가를 이끌어나가는 인재를 뽑는 과거제도 개선하려고 했다. 즉, 미래를 먼저 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가를 이끌어나가는 사람이 바뀌어야 나라도 바뀌는 것이고 그에 따라 백성의 삶도 달라질 것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해서는 박제가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누구보다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이 당시로써는 가장 뛰어났을 것 같다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여기에서도 마찬가지로 북학을 따르자고 주장한 것이 백성, 서민을 생각하는 마음에 근원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백성이 당시 처한 상황을 고치고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가의 부국강병과 백성의 생활을 동시에 바로잡기 위해서는 한 나라를 이끌어 가는, 왕에게 현명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인재들, 신하들도 중요하기 때문에 나라를 이끌어가는 주체들의 문제부터 바로 잡는 것도 중요하다. 위에서부터의 문제를 바로 잡아야 아래에 있는 백성들도 행복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이 박제가라는 사람이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이 컸고, 누구보다 따뜻했던 실학자라고 내가 느꼈던 이유다.

 『쉽게 읽는 북학의가 오늘날 나와 사회에게 주는 영향력 및 의의

 물론 책 후반의 평가 부분에 가면, 박제가의 사상은 급진적이고, 또 정책으로 추진할 지위가 없었으며 서족이란 신분적 한계가 있었고, 그러한 이유로 동시대와 후대에 영향을 크게 끼치지 못했고, 그의 정책안은 좌절되었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라고 나와 있다. 물론 제대로 추진이 되지 못했던 것은 한계가 맞지만, 그의 사상이 이후 서명응과 박지원 등 여러 사상자들에게 영향을 끼쳤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주는 의의, 영향이 꽤 크다고 생각한다. 정치적인 측면에서도 옛 것을 즉, 우리 것을 고집한다고 해서 될 것이 아니라 우리보다 선진적이고 발달된 국가가 있으면 그 국가를 따를 줄도 알아야 하고, 받아들이고 인정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을 깨우치게 만든다. 또한, 국가를 살고 있는 주체 및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기 때문에 그들이 궁핍해지고 어려운 상황에 처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가를 이끄는 자들이 중요하고, 국가를 이끌어 나가는 자들의 선발 제도가 잘못되었으면, 국민을 위해서라도 국가의 잘못된 점은 빨리 인정하고 바꾸려고 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또한, 한 사람의 국가를 생각하는, 백성 및 서민을 생각하는 이 마음이, 당시 현실을 고뇌하고 또 고뇌하는 그 사람의 고민이 당시에 바로 실현이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사람의 마음이 간절하다면 후대의 현명한 사람들이 그 뜻을 대신 크게 떨쳐줄 것이고, 펼쳐지지 않더라도 그 사상이 후대에 전달되어 국가를 개혁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고, 그 사람의 고뇌가 현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꽤 크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따뜻하고 현명했던 한 사람, 박제가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당시에 박제가 같은 사람이 많았다면, 이 국가는 조금 더 일찍 혹은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다. 과거를 다시 바꿀 수도 없고, 그 당시 과거의 사람들이 했던 노력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박제가 같은 사람이 조금만 더 많았더라면 국가가 하루빨리 더 발전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박제가 같은 사람으로 인해 과거제가 변화했다면, 조금 더 훌륭한 인재들이 선발되어 국가를 책임지고 경영해나가지 않았을까 라는 개인적인 아쉬움도 남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까지 발전되어 온 우리나라의 과정이 부끄럽다거나 많이 아쉽다는 것이 아니라 그냥 많았더라면 조금 더 좋은 국가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 것 뿐이다. 평소에 국가에 대해서 자주 생각하지도 않고 그냥 흘러가는 대로 내 인생을 발전시키면서 물흐르듯이 살고 있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여러 방면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읽기에는 많이 어려웠지만, ‘좋은 국가란?, 잘 살기 위해서는?’ 등 많은 새로운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었고, 박제가라는 사람이 얼마나 따뜻했고 현명했던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고 말하며 이 글을 마무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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