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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인간인가] _ 인간 이성에 대한 회의감
저자/역자
레비, 프리모,
출판사명
돌베개 2007
출판년도
2007
독서시작일
2016년 06월 22일
독서종료일
2016년 06월 22일

Contents

먼저 조심스레 다른 독자들에게 권한다. 이 책을 단순히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어느 이탈리아 화학자의 기록이라고 말한다면 다시 한 번 읽어보기를.그의 생생한 증언들에는 인간에 대한 울분히 녹아들어 있으니.

인간의 탈을 쓴 채 무자비하게 야만적 행동을 일삼는 반유대주의자와 게슈타포를 통해 인간 이성에 대한 의문을 가지길 희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성의 한계 또한 여실히 보여주며 인간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해 인간에 대한 회의로 끝난다.

 

그는 이성의 부재가 만들어내는 잔혹함과 무자비함이 얼마나 충격적인지를 담담하고도 차분하게 서술한다. 그래서 더 섬뜩하다. 얼마 전 개봉해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영화'곡성'을 보고서 많은 사람들의 말꼬리에는 '공포'를 나타내는 형용사들이 무의식적으로 붙더랬다. 무섭다, 잔인하다, 끔찍하다는 표현들이 뒤섞였고 끝내는 몇 일동안 밤잠을 설쳤다고. 영화를 보지않았음에도 나 역시 그러했는데 이는 게슈타포들의 멈출 줄 모르는 횡포와 그에 어떠한 잔인함도 느끼지 못하는 야만성 때문이었다. 이 책을 읽고서 반유대주의라는 맹목으로 일삼는 가혹한 학대의 무자비함을 실감한다면 '공포'와 '무자비함'의 의미를 실로 깨닫게 될 것이다.

 

돼지우리만도 못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극소수 중 한명이라는 안도감은 그에게서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두려운 지난 일들을 기어코 끄집어내서는 인간 이성의 한계를 실감하길 바랄 뿐이다. 그는 이 참혹한 이야기를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은 작자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실험으로 간주했다. “인간 정신의 몇몇 측면에 대한 조용한 연구에 자료를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면서. 수용소에서 나흘 동안 한 모금의 물도 마시지 못한 프리모 레비는 그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서술한다. “이것은 지옥이다. 오늘 날, 우리 시대의 지옥이 틀림 없이 이럴 것이다. 우리는 크고 텅 빈 방안에 지친 채 서 있고 수도꼭지에서는 물이 똑똑 떨어지는데 그 물을 마실 수 없다. 물론 우리는 훨씬 끔찍한 무엇인가를 예상했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계속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 SS대원이라는 야만인들은 유대인들에게 배고픔과 추위, 그리고 무차벼적인 학대를 일삼았다. 최소한의 그 어떤 것도 없는 곳에서. 이에 대해 프리모 레비는 “수용소 자체가 배고픔이다. 우리 자신이 배고픔, 살아 있는 배고픔이다”라고 서술하는데 '살아 있는 배고픔'이라는 문구는 한 동안 내 머리 속을 떠나지 못했다.

 

책을 다 읽어 갈 때쯤엔 감정이 격앙되어 인간 이성에 대한 허무감을 가득 찼다. 어쩌면 '묻지마 사건'을 포함해 현재 우리 사회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사건 사고들과도 상통할 수 있어 그 감정이 더 강렬했을 지도 모르겠다. 아무 연고 없이, 아무런 의식 없이 행해지는 무자비함. 허무하기 짝이 없는 인간, 그 속에 녹아 있는 인간 이성에 대한 노골적인 회의감.과연 이것이 인간일까.이 의문의 여운이 생각보다 길어질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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