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제자. 소녀.
시인은 세상에서 충분한 명성을 얻었고
제자는 스승을 위해 헌신하며 또한 스승때문에 생계를 유지하고
소녀는 고등학생의 청소부.
이들의 관계가 어린여학생을 사이에 두고 진행되고 사건, 책의 진행 또한 이소녀가 중심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어린여학생의 싱싱함을 두고, 그 자체의 관망적 자세가 조금씩 변형되고 어긋나며 결국 소녀가 처녀가 되는 과정에 시인과 제자는 비참하게 세상에서 사라진다.
단순한 사랑이야기라고 치부될 수 없고, 늙은 남자의 욕정을 그린 야설로도 치부될 수 없으며 읽을수록 뭔지 모를 희미한 초롱이 점점 뚜렷해지는 것 같은 섬광을 보게 될 것이다.
이적요라는 웅혼한 시인의 기계를 표방한 늙은 외피의 썩어가는 육체를 그들만의 관점에서 재조명하였고 오히려 썩어가는 관 내면의 생생한 열정 같은 것은 단선적인 시간의 연속선상에 위시되지 않는다.
시인의 내면을 알아갈수록 작품속의 이적요라는 인물에 대한 관점을 내면화 하게 되고 서지우가 소녀의 육체를 점하는 것을 보게 된 시인의 내면과 가래침을 맽으면 시인을 난자하였을 청년의 말들이 오버랩되며 독자세계로부터 유리하였고 이러한 전개속에서 저자의 도덕관과 문학사이에서의 고뇌가 절절하게 다가왔다.
연민과 아름다움을 양립할 수 없는 것으로 아퀴짓지만 비와 미를 동시에 소녀에게 느낌으로써 고혹과 혼돈속에서 악화일로를 걷는 시인의 굽은 뒷모습을 상상케한다.
스승은 제자를 제자는 스승을 서로 의지하며 가족보다 진한 우정을 간직해오던 이 관계가 소녀의 등장으로 파국을 맞고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닿고 만다.
작품의 끝에서 스승이 제자를 죽이려하고 제자는 이를 알면서도 문턱을 넘었으며 그 후 시인의 눈이 멀고 자신을 ‘처형’하기로 결심하는 부분에서 저자와 독자간의 피드백이 절정을 찍었으며 인물 각각의 내적인 면까지 투영할 수 있었다.
저자 박범신은 말한다
‘밤에만’쓴 소설이니 ‘밤에만’읽기를 바란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