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충격적인
소재로 사회의 어두운 면을 소설화한 백가흠 작가의 단편소설집<조대리의 트렁크>의 표제작 ‘조대리의 트렁크’ 작가는 30대젊은
작가이다. 감정을 절제하고 일정거리를 유지하며 사건사고뉴스에나 나올법한 내용들, 우리가 외면하고 싶은 폭력이나 공포를 끌어 와 글을 쓰고
있다. 작가는 이런 글을 쓰게 된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에 대한 안쓰럽고 측은한 자신의 온정주의가 그런 이면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고
하면서 극단의 모습들에서 처절한 삶의 이면으로 우리를 이끌고 있다. 트렁크… 샐러리맨들이 들고 다니는 가방이나, 여행 가방 정도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차 트렁크를 뜻한다. 조대리는 대리운전 기사인데 소도시의 구시가지 인적이 드문 곳에서 손님의 전화를
기다린다. 굳이 그 곳에 있는 이유는 편의점의 그녀 때문이다. 관심을 갖는 이유 그녀가 얼굴이 예뻐서가 아니라 목에 흉터가 있기 때문이다.
흉터 때문에? 그는 늘 주눅이 들어있는 37세 노총각인데 예쁜 여자를 보면 오히려 기분이 상하고, 더 더욱 동성한테는 긴장하면 말까지
더듬곤 한다. 청소년 시절부터 가난하게 살아서 그런지 자신감이없고 그녀도 자신의 처지와 비슷하다고 여긴 모양이다. 오늘도 그는 골목에
쭈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면서, 대리 운전 손님을 기다리면서도 하루에 한번 씩 허름한 오래된 집으로 올라가 병으로 누워 계신 노모를 봉양하고
나오곤 한다. 어느 날 장대비가 쏟아지는 한밤중에 손님의 요구로 저수지에 가게 된다. 트렁크에는 실어야 할 것 과 싣지 말아야 할 것들이
분명 있는데, 싣지 말아야 할 것을 얼핏 본 듯하여 아연 실색을 한다. 저수지. 장대비가 오는 한밤중에 수상한 트렁크.. 왠지~ 오싹.
오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