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의
‘아름다운 정원’은 이 세상을 얽고 있는 삶의 그물을 깨달아가는 소년 시절의 기억 속의 세계인데, ‘그 세계에서 그가 발견하는 것은 미움과
사랑, 갈등과 화해, 고집과 이해, 가난과 따뜻함, 그러니까 일상의 생활들과 사람들을 엮어주는 평범한 것들 속의 유난스러움이다.’
1977년부터 1981년 사이에 있었던 한 가족의 이야기로 동생 영주에 대한 애정과 박 선생님과의 관심을 받고 지내던 시절이 녹아있는
아름다운 정원이라 할 수 있다.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행복한 기억이든 불행한 것이든 그리운 추억으로 떠오를 것 이다.
사회나 가족의 구조 속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그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이 그려지는데 그 극복과정의 구조가 성장소설의 패턴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쉽게 읽어지면서도 재미있다. 어린 남자 동구의 시선에 작가의 생각이 투영되어 아주 묘한 시선의 중첩을 경험한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자연이 그대로 있는 이웃 3층집 정원이기도 하다. 내용으로 들어가보면,,, 서울 인왕산 자락에 살고 있는 동구의 가족, 한씨
집안의 4대 독자인 나. 한동구는 우리의 생각 속 할머니와는 전혀 다른 이미지인 완고하고 심술궂고 욕으로 가득 찬 할머니 때문에 힘이
든다. 첫아들인데도 며느리의 아들유세가 싫어 동구를 미워한다. 동구는 전혀 영악하지 않고 억울해도 그냥 품어주는 아이며 동구 엄마는
할머니에게 제일 고통 받는 사람으로 겉으로는 참지만 속으로는 맞대응을 한다. 아버지는 그 속에서 가장의 권위를 앞세운 폭력으로 해결하려고 하며
억압된 가정 분위기에 봄바람 같은 훈기를 넣어 주는 것은 동생 영주다. 막연하기만 했던 사회의 어수선함의 이해를 돕는 동구의
난독(難讀)증을 해결해 준 박 선생님도 있다. 이태혁과 주리삼촌을 등장시켜 시대의 흐름을 읽게 하는데 결국 박선생님이 광주로 내려 간 후
소식이 두절된다. 할머니는 영주가 아파도, 3학년이 되도록 한글을 떼지 못하는 동구도 아버지가 무뚝뚝한 이유도 모두 엄마의 잘못이라고
몰아세운다. 할머니의 구박과 욕설을 참아내야 하는 엄마는 괴로운 나날의 연속이다. 할머니가 애지중지 가꾸던 감나무에 달린 감을 만져보려고
동구의 무등을 탔던 사랑스런 영주가 미풍에 넘어져 세상을 떠난 것도 모두 어머니의 잘못으로 돌리고 엄마가 밥 먹는 모습도 아이 죽인 어미가
해서는 안 될 짓이었다. 견디다 못한 엄마가 할머니의 앞에 고추장 독을 깨버리고는 그 길로 나가 결국은 정신병원에서 치료까지 받아야 하는
신세가 되지만 그런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할머니의 엄마에 대한미움과 원망은 끝날 줄을 모른다. 아버지는 한국적 가부장 사고에서 절대적인
권위를 여전히 버리지 못하고 이 위태로운 가정에서 어린 동구에게 아버지를 중심으로 가정을 행복하게 잘 이끌어보자고 이야기 하였다. 사랑과
미움이 교차하는 아름다운 정원을 뒤로 한 채 동구가 가정의 평화를 위해 할머니랑 시골로 가겠다고 제의 하면서 소설은 마무리 된다. 작가는
세대 간 문제에 있어 젊은 세대가 양보해야한다는 지론을 가졌다한다. 그래서인지 어린 동구가 시골로 떠나는 결말을 도출한다. 어른들의 이기심과
시대의 변화에 전혀 발맞추지 못하는 답답함이 있다. 배경이 80년 전후라지만 지금 읽어내기에는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다.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한 고통이라 한다 해도 마지막 선택은 너무 작위적이고 무리수를 던진듯 하여 좋지않다. 동구가 실제인물이라면 무책임한 어른들속에서 과연
행복하게 자랐을까? 쩝. 왠지 좀.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