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늉에는 있고 생수에는 없는 것. 연극에는 있고 영화에는 없는 것. 편지에는 있고 전화에는 없는 것. 달력에는 있고 시계에는 없는 것. 바다에는 있고 강물에는 없는 것. 내가 숭늉인지 생수인지 잠시 생각해보는 사람에겐 있고 쫓기듯 다음 글로 넘어갈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에겐 없는 것. -카피라이터 정철의 내 머리 사용법, p.149 이와 같이 위트 넘치지만 다시한번 생각하도록 하는 글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한 장 한 장 글보다 여백이 더 많은 책이지만 쉽게 책장을 넘길 수는 없다. 그냥 넘어가면 가볍고, 생각하면 할 수록 의미의 진국이 진하게 우러나는 글들로 가득하다. 한 권을 손에 들면 두 권을 함께 읽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앞을 읽다 잠시 지루해지면(먼저 읽어본 바로 그럴리는 없었지만) 뒤로 가서 노란 상자 안의 각설탕 같은 단어들을 톡톡 씹어봐도 좋다. 책장을 덮고나니 뜨끈한 뚝배기 두 사발 먹은 것처럼 마음이 부르다. 책장에 꽂아놓고 공부에 회의가 들때마다 한장씩 읽고 싶은 책, 햇살 좋은 날 누군가에게 던지듯이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