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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라는 이름의 모순에 대하여
Book name
저자/역자
양귀자
출판사명
쓰다
출판년도
2013-04-01
독서시작일
2026년 06월 04일
독서종료일
2026년 06월 03일
서평작성자
이*현

Contents

우리는 늘 모순 속에서 살아간다. 살고 싶다는 간절함 끝에 죽고 싶다는 말을 뱉기도 한다.

양귀자의 소설 《모순》은 바로 이 실존적 아이러니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작품이다.

1998년 세상에 나온 이 소설은 주인공 안진진이라는 인물을 통해 욕망과 체념, 생의 의지와 죽음의 충동이 어떻게 한 인간의 내면에서 공존하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문학사적으로 보면 조세희의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역시 삶에 대한 모순을 핵심 주제 로 삼는다는 점에서 맥을 같이 한다. 다만 그 모순이 향하는 방향은 다르다. 《난쏘공》이 1970 년대 개발 독재 시기 외면당한 사회 구조적 모순을 폭로한다면, 《모순》은 풍요의 시대였던

1990년대 개인이 마주한 내면의 균열에 집중한다. 이 이질적인 두 작품을 나란히 놓을 때, 우 리는 비로소 ‘모순’이라는 단어가 가진 진짜 무게를 실감하게 된다.

안진진은 삶의 무게에 지쳐 있으면서도 결코 삶을 놓지 못한다. 소설을 채우는 그녀의 내면 독백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한 인간이 스스로와 얼마나 모순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지 목격 하게 된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모순과 함께 살아간다. 수 많은 모순 속에서 내 삶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안진진이 결국 마음이 가는 사람 대신 경제 적으로 풍요롭고 안정적인 남자를 선택하는 결말은 씁쓸한 한계를 남긴다. 치열하게 인생의 부조리를 고민하던 주체적인 인물이, 결국 자본주의 사회가 정해놓은 가장 속물적이고 안전한 선택지에 순응해 버렸기 때문이다.

결혼 후 “인생은 탐구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것”이라며 자신의 선택을 합리화하고 이내 후회 섞인 시선으로 삶을 돌아보는 모습은, 실존적 투쟁을 포기한 세속적인 체념에 가깝다.

이러한 모습을 보고 자기가 선택한 것을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한다고 생각했다.

지독한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더라도, 결국 스스로 삶의 모순을 헤쳐 나가기보다 자본의 울타리 안으로 도피해 버렸다는 점에서 안진진의 선택은 나약한 타협 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정작 사랑받는 상황을 두려워하고, 자유를 꿈꾸면서도 스스로 구축한 관계의 울타리를 쉽게 허물지 못하는 모습이 그렇다. 작가 는 이 모순을 해결해야 할 비극이나 결함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이 삶의 가감 없 는 실체임을 담담하고 서늘한 시선으로 서술한다. 살고 싶다는 것과 죽고 싶다는 마음이 동시 에 진실일 수 있다는 불가능해 보이는 명제를, 소설은 안진진이라는 인물의 숨결을 통해 증명 해 낸다. 모순은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원초적인 조건 그 자체라는 뜻이다.

반면 《난쏘공》에서 모순은 개인의 심리를 넘어 시대와 계급의 문제로 확장된다. 난쟁이 아버 지는 하늘로 날아오르는 꿈을 꾸지만, 재개발이라는 현실의 중력은 그를 땅 밑으로 사정없이 끌어내린다. ‘공을 쏘아 올린다’는 행위 자체가 이미 서글픈 모순을 품고 있다. 아무리 높이 올라가도 결국 바닥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물리 법칙처럼, 이 소외된 가족의 희망은 언제나 구조적 절망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조세희는 이 모순을 장황하게 설명하는 대신, 인물들의 묵묵한 행동과 침묵 사이에 새겨 넣는다. 노동자와 자본가, 꿈과 냉혹한 현실, 가족의 사랑과 사회의 비정함이 충돌하는 균열의 틈새에서 시대의 일그러진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두 소설이 함께 교차하는 지점은 모순을 섣불리 ‘해결해야 할 숙제’로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 다. 안진진은 완벽한 정답을 찾지 못한 채 모순을 삶의 조건으로 받아들이며 소설을 마무리하 고, 난쟁이 가족 역시 거대한 구조의 벽을 넘지 못하고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그러나 두 작가 모두 이 결말을 단순한 실패로 규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모순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인간의 모습 그 자체에 주목한다. 《모순》은 개인의 내면을, 《난쏘공》은 세계의 외연을 그리지만, 결국 두 작품 모두 그 균열이야말로 삶의 불가피한 형태임을 말하고 있다. 거대한 사회적 모순은 결국 개인의 내면에 지울 수 없는 얼룩을 남기고, 개인의 실존적 방황은 그가 발딛고 선 세계의 풍경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두 작품을 함께 읽으며 우리는 개 인과 사회의 모순이 결코 분리될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양귀자의 《모순》은 읽는 내내 마음 한구석을 불편하게 만든다. 독자 자신의 이중성이 거울처 럼 투영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세희의 《난쏘공》은 그 불편함의 뿌리가 단지 개인의 나약함 에만 있지 않음을 일깨워준다. 두 작품은 서로 다른 시선으로 같은 진실을 향해 걷는다. 인간 은 누구나 모순 속에 살고, 그 모순을 기꺼이 끌어안은 채 오늘을 버텨낸다는 것. 어쩌면 그 것이 삶이라는 모호한 단어에 내릴 수 있는 가장 정직한 정의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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