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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온실, 수리, 보고서
저자/역자
김금희
출판사명
창비
출판년도
2024-10-04
독서시작일
2026년 03월 30일
독서종료일
2026년 05월 20일
서평작성자
이*융

Contents

상처를 받은 사람이 고통을 대하는 가장 흔한 방법은 아마도 회피와 망각일 것이다. 사람들은 너무 힘들고 괴로운 기억을 떠올리기 싫어한다. 그래서 일부러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거나 마음속 깊은 곳에 묻어두기도 한다. 나 역시 힘들었던 일을 계속 떠올리기보다는 잊어버리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많다. 김금희의 소설 『대온실 수리 보고서』의 주인공 영두도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영두에게 서울 원서동과 석모도에서 보낸 10대 시절은 쉽게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과거였다. 친구 은혜, 낙원하숙의 문자 할머니와 리사, 순신이와 함께했던 기억은 따뜻하고 소중한 추억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큰 상처와 상실감을 남긴 기억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영두는 우연히 창경궁 대온실 수리 보고서의 기록 담당자가 되면서 과거와 다시 마주하게 된다. 이 소설은 대온실이 수리되는 과정과 영두의 마음이 회복되는 과정을 함께 보여주면서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처음에는 제목에 있는 ‘대온실 수리 보고서’라는 말이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 보통 소설 제목이라고 하면 인물이나 사건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 작품은 건축물의 수리 과정이 제목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니 왜 이런 제목이 붙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대온실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영두의 삶과 마음을 상징하는 공간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오래된 건물을 수리하기 위해서는 먼저 어떤 부분이 망가졌는지 확인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영두도 자신의 상처를 회복하기 위해 과거를 다시 들여다봐야 했다. 그래서 나는 대온실의 수리 과정이 영두의 마음을 복원하는 과정과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문학평론가 선우은실은 김금희 작가가 이 작품을 자신의 첫 역사소설이라고 소개한 점에 주목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역사소설과는 조금 다르다. 보통 역사소설이라고 하면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작품은 역사적 사실 자체보다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감정과 삶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 창경궁 대온실은 일제강점기의 흔적을 간직한 공간인데, 이러한 역사적 배경은 등장인물들의 삶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특히 문자 할머니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문자 할머니는 시대의 변화 속에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힘든 삶을 살아야 했다. 영두 역시 어린 시절 겪은 상처 때문에 사람들을 쉽게 믿지 못하며 살아간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왔지만, 자신이 어쩔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고통을 겪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를 통해 작가는 역사가 단순히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작품은 역사와 개인의 삶이 결코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만든다.

영두는 과거를 떠올리는 과정에서 계속해서 고통을 느낀다. 자신이 겪었던 상실과 배신의 기억을 다시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처를 다시 들여다보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오히려 잊고 지내는 것이 더 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영두는 도망치지 않고 과거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완전히 혼자였다고 생각했던 순간에도 사실은 자신을 걱정하고 지켜봐 준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부분은 나에게도 큰 인상을 남겼다. 우리는 힘들 때 종종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처럼 느끼지만, 실제로는 주변에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사람의 기억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사람은 좋은 기억보다 아픈 기억을 더 오래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상처가 남기도 하고, 때로는 그 기억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과거를 무조건 잊어버리는 것이 답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물론 과거를 마주하는 것은 어렵고 괴로운 일이다. 그러나 그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사람은 조금씩 성장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 같았다.

나는 영두의 모습을 보면서 일본의 전통 도자기 수리 기법인 ‘킨츠기’가 떠올랐다. 킨츠기는 깨진 도자기를 다시 붙인 뒤 금가루 등을 사용해 갈라진 부분을 장식하는 기법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깨진 흔적을 숨기려고 한다. 하지만 킨츠기는 오히려 깨진 부분을 감추지 않고 드러낸다. 그래서 깨진 도자기는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아름다움을 가지게 된다. 나는 이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보통 사람들은 상처를 부끄럽게 여기거나 숨기려고 하지만, 킨츠기는 상처의 흔적도 하나의 가치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영두의 변화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영두는 자신의 상처를 없애거나 잊어버리는 대신 그것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상처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상처는 더 이상 영두를 괴롭히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영두를 성장시키는 경험이 된다. 그래서 나는 영두의 이야기가 킨츠기와 닮아 있다고 느꼈다. 깨진 도자기가 금빛 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얻듯이, 영두 역시 자신의 상처를 통해 더 성숙한 사람으로 변화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힘든 기억을 무조건 잊는 것이 정답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상처를 다시 들여다보는 일은 어렵고 아플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외면하기만 하면 진정으로 극복하기 어려울 것 같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양한 상처를 경험하게 된다. 어떤 상처는 시간이 지나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상처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 상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가느냐일지도 모른다.

『대온실 수리 보고서』는 우리에게 상처를 마주할 용기를 이야기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상처를 가진 사람이라도 다시 회복할 수 있고, 그 과정 속에서 더 단단해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다. 처음에는 과거를 돌아보는 이야기가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책을 다 읽고 나면 오히려 따뜻한 위로를 받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이 소설은 단순히 한 사람의 성장 이야기를 넘어,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해 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이 책을 통해 과거의 아픔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고, 오래 기억에 남을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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