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두 그루 나무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어린 두 나무는 자라면서 서로를 향해 기울고, 마침내 뿌리가 얽혀 하나처럼 된다. 어느 날 인간이 와서 한 나무를 베어내자, 살아남은 나무는 얽힌 뿌리를 통해 그루터기에 양분을 보내 다시 새싹이 돋게 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큰 나무마저 베어진다. 혼자 남은 작은 나무는 어떻게든 돕고 싶지만 내줄 것이 없다. 그루터기는 결국 썩어 흙이 되고, 홀로 남은 나무는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
본 이야기는 장미수와 신복일의 5남매 중 막내 쌍둥이인 목화, 목수와 셋째 금화의 사건으로 시작된다. 세 아이가 동네 산에 올라갔다가 나무가 쓰러지며 금화가 깔린다. 목화는 목수에게 그 자리를 지키라 하고 혼자 어른들을 부르러 내려가며 기도한다. 본인이 대신 죽겠으니, 언니를 살려달라고. 그런데 어른들과 함께 다시 산에 올라간 목화가 본 것은 나무 아래 깔린 목수였다. 금화는 사라졌고, 목수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이후 목화는 반복되는 꿈을 꾼다. 죽어가는 사람들 가운데 단 한 사람만 살릴 수 있고, 그 한 명은 어떤 목소리, 어떤 힘이 지정한다. 목화는 그것이 나무라는 것을 직감한다. 그리고 이 능력이 어머니 장미수와 할머니 임천자에게도 있었음을 알게 된다. 임천자는 그것을 ‘기적’이라 불렀고, 장미수는 ‘겨우’라 불렀다. 같은 능력을 두고 한 사람은 선물로, 다른 한 사람은 저주로 받아들이며 두 사람은 오랫동안 싸웠다. 소설의 마지막에서 목화는 나무에게 묻지 않는다. 그 대신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 내가 원하는 죽음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 답을 이미 아는 사람처럼 생각한다. 남김없이 슬퍼할 것이다. 마음껏 그리워할 것이다. 후회 없이 사랑할 것이다.
이 소설의 핵심적인 서사 전략은 금화의 생사를 끝까지 밝히지 않는다는 데 있다. 작가는 북토크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실종의 상태와 같다”라고 말했는데, 이 발언은 소설의 공백이 의도된 구조임을 확인해준다. 애도는 죽음이 확정된 순간에야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상실의 경계 어딘가에 머무는 상태 자체가 이미 애도의 한 형태다. 소설은 금화의 부재를 끝내 해소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실제 애도의 과정에 더 가까이 다가간다.
또 다른 이 소설에서 주목을 해야 하는 부분은 임천자, 장미수, 목화로 이어지는 3대 구조에 있다. 같은 능력을 물려받은 세 여자는 그것을 각기 다르게 받아들인다. 임천자와 장미수의 대립은 낙관과 비관의 차이가 아니라, 상실을 어떻게 감당하며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두 가지 응답이다. 작가는 어느 쪽이 옳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그 두 응답을 모두 물려받은 목화가 결국 자신의 답을 찾는 과정을 그린다. 3대라는 구조는 상실이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살아 있는 자들 사이에서 계속 전달되고 재해석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다.
작가가 소설의 시작을 나무 우화로 정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우화 속 나무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소설 전체의 구조를 미리 압축한 틀이다. 뿌리를 얽어 하나가 된 두 나무 중 하나가 베어지자 남은 나무가 더 이상 자라지 못하는 장면은, 사랑하는 존재를 잃은 뒤 남겨진 자가 어떻게 멈춰버리는지를 먼저 보여준다. 나아가 이 소설에서 나무는 단 한 사람을 지정하는 초월적 힘의 근원이기도 하다. 나무는 상실의 원인인 동시에, 상실 이후에도 남겨진 자를 붙들고 있는 힘이다. 그 나무에게 묻기를 멈추고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하는 결말은, 목화가 그 힘에서 벗어나 자신의 애도를 직접 감당하기로 했다는 선언이다. 프롤로그의 나무 우화와 결말의 목화가 이렇게 호응할 때,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질문을 일관되게 던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남겨진 자는 어떻게 살아가는가.
『단 한 사람』은 제목이 암시하는 선택의 문제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을 다룬다. 죽음은 죽은 자의 것이 아니라 산 자의 것이며, 애도란 잃어버린 사람을 놓아주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안고 계속 살아가는 것이라는 질문이다. 이 소설은 그 과정을 감상적으로 위로하는 대신, 우화와 3대 서사와 열린 결말이라는 구조적 선택을 통해 논증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남은 자의 삶 안에 계속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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