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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는 법
저자/역자
엄성우
출판사명
추수밭
출판년도
2025-06-25
독서시작일
2026년 04월 29일
독서종료일
2026년 05월 29일
서평작성자
정*성

Contents

  우리는 흔히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어른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살다 보면 나이와 성숙함이 꼭 함께 가지 않는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어른을 마주칠 때마다 먼저 인사를 건네고 한결같이 예의 바른 태도를 유지하는 아이는 굉장히 성숙하고 어른스러워 보인다. 반대로 상당한 연륜을 쌓았음에도 충동적이고 무책임한 행동을 반복하는 이들 역시 주변에서 드물지 않게 목격된다.

 이러한 경험들이 축적되면서 자연스럽게 하나의 의문이 생겨났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엄성우의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는 이 물음에 정면으로 응답하는 책이다. 저자는 첫 장에서 “어른이란 단순히 나이를 먹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나이란 가치를 담는 그릇이지 그 가치 자체는 아니니까”라고 말한다.

 이 문장을 접하는 순간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나이는 어른 다움을 채워 나갈 수 있는 시간적 조건일 뿐, 그 자체가 성숙함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저자는 겸손, 감사, 효, 신뢰, 정직이라는 다섯 가지 덕목을 그 그릇을 채우는 답으로 제시한다. 이 책은 단순한 처세서가 아니라, 무례함이 만연한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인간 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가를 탐구하는 책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겸손이란 무엇인가? 저자가 제시하는 첫번째 덕목이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떠올리는 겸손한 사람은 스스로를 내세우지 않고, 칭찬을 받아도 쉽게 우쭐하지 않으며, 자신을 과시하거나 타인을 경시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데 왜 겸손해야 하는가?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속담이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의문도 생긴다. 실제로 탁월한 역량을 갖춘 사람이라면 당당하게 고개를 들고 다녀도 되지 않을까?

 저자는 겸손의 가치를 두 가지 측면에서 조명한다.

 첫째, 겸손은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있어 핵심적인 덕목이 된다. 겸손하지 못한 사람은 주변에 불쾌감을 유발하고 시기와 반감을 사기 쉽다. 

 둘째, 겸손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직시하게 해준다.

 이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역설한 덕(아레테) 개념과 맥락을 같이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덕이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인 실천을 통해 체화 되는 것이라 했는데, 저자가 주장하는 겸손 역시 같은 논리 위에 서 있다.

 겸손은 한 번의 결심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태도와 선택이 축적되면서 형성된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지닌다.

 그렇다면 실제로 탁월한 사람은 어떨까?

 아인슈타인이 “나는 역사상 최고의 과학자다”라고 말한다면, 그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겸손하다는 인상을 주지는 않는다. 이 지점에서 저자의 핵심 논지가 드러난다. 겸손이란 자신을 낮추고 타인을 높이는 태도가 아니다. 자신의 역량과 한계를 냉철하게 인식하면서도 그것을 앞세우지 않는 것, 그것이 진정한 겸손이다. 겸손을 단순한 미덕이 아닌 자기 인식의 문제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이 책은 여타의 자기계발서와 뚜렷하게 차별화된다.

 왜 정직해야 하는가? 저자가 제시한 마지막 덕목이다.  

 사회적 측면에서 보자면 정직이 무너지는 순간 신뢰 역시 함께 붕괴된다. 신뢰가 부재한 사회에서는 사람들 사이의 거래도, 교류도, 소통도 온전히 이루어질 수 없다.  

 개인적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정직하지 못한 삶은 만성적인 불안과 자기 불신을 수반한다.

 심리학자 조던 피터슨은 “거짓말은 히드라와 같아서 목을 자르면 두 배가 된다”고 말했다. 하나의 거짓이 또 다른 거짓을 잉태하고, 그것이 누적될수록 스스로를 옥죄는 굴레가 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진실을 말하는 것이 곧 정직인가?

 저자는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고 말한다. 착한 거짓말이라는 표현이 존재하듯, 때로는 진실이 불필요한 상처를 초래하기도 한다.

 철학자 칸트는 “진실을 말하는 것이 의무이지만, 모든 진실을 말하는 것이 의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직이란 사실을 여과 없이 내뱉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배려하면서도 자신의 양심에 부끄럽지 않게 말하는 태도인 것이다. 저자가 정직을 칸트의 의무론적 윤리관과 같은 선상에서 조명한다는 점은 이 책의 철학적 깊이를 방증한다.

저자가 정직을 다섯 번째 덕목으로 배치한 것은 이 책의 구성에서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겸손, 감사, 효, 신뢰를 차례로 내면화한 사람만이 비로소 정직을 온전히 실천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추게 된다는 논리는, 다섯 가지 덕목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직은 어른다움의 완성이자 이 책 전체 논지의 귀결점이라 할 수 있다. 

 바르게 살면 정말로 손해만 보는 걸까?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렇다고 여기며 살았다.
바르게 살면 이용당하고, 정직하면 뒤처지고, 겸손하면 무시당한다는 인식이 마음 한편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난 후 그 생각은 재고될 수밖에 없었다. 바르게 사는 것은 손실이 아니라 진정한 어른으로 살아가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조건이었다.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는 어른다움을 거창한 이상이 아닌 일상 속 실천의 문제로 환원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저작이다.

 다만 다섯 가지 덕목을 현실에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이 더욱 풍부하게 제시되었다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그럼에도 이 책은 나이와 어른다움을 동일시하는 통념에 정면으로 이의를 제기하며, 스스로 어른다움을 빚어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이 책은 독자에게 거창한 변화를 약속하지 않는다. 다만 매일의 작은 태도와 선택이 쌓여 진정한 어른을 만들어간다는 조용한 진실을 전한다.
나이가 성숙함을 저절로 가져다주기를 막연히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라면, 혹은 바르게 살면 손해라는 생각을 한 번이라도 품어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기를 권한다.  

 완벽한 어른은 존재하지 않겠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지에 대해 한 번쯤 진지하게 성찰하게 될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읽힐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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