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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과 외로움의 선택
저자/역자
프랑수아즈 사강
출판사명
민음사
출판년도
2008-05-02
독서시작일
2026년 01월 07일
독서종료일
2026년 01월 07일
서평작성자
이*서

Contents

프랑수아즈 사강은 1935년에 태어나 18살에 데뷔한 젊은 여성 작가로, 그해 비평가상을 받으며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24살에 발표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대중을 휩쓸었고, 이후 사고와 약물중독 속에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는 말을 남기며 하나의 신드롬이 되었다.

이 책을 처음 접하게 된 계기는 자극적인 사랑 이야기 속에 인간의 본질을 담고 있다는 추천 때문이었다. 서치를 하다 보니 고전 소설 중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눈에 들어왔고, 그렇게 읽게 되었다.

줄거리는 비교적 단순하다. 중년 여성 폴은 오랜 연인이자 바람둥이인 로제와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외로운 삶을 느끼던 어느 날, 젊은 남자 시몽과의 첫 만남으로 사랑의 흔들림을 경험한다. 로제의 오랜 바람과 무책임함에 지친 폴은 그와 거리를 두고 시몽과 연인처럼 지내게 된다.

그러나 폴은 끝내 로제를 완전히 잊지 못한다. 결국 시몽을 떠나보내고 다시 로제와 연인이 된다. 오래 사귀었지만 바람을 피우는 남자와, 젊고 자신만을 바라보는 남자 사이에서 폴은 끊임없이 고뇌한다.

그렇다면 폴은 왜 로제를 선택했을까.

서사적으로 보았을 때 중년 여성인 폴은 결국 안정을 추구한다. 새롭지는 않지만 이미 익숙하고 예측 가능한 안정. 자신보다 열 살 이상 어린 시몽에게서 느끼는 세대 차이와 괴리감을 끝내 이기지 못하고 지쳐간다.

시몽은 낭만을 추구하기에 충분한 젊음과 패기를 가진 인물이다. 그 패기로 폴을 매료시킨다. 이를 잘 보여주는 대사로 다음 문장이 등장한다.

“그리고 당신, 저는 당신을 인간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발합니다.

이 죽음의 이름으로, 사랑을 스쳐 지나가게 한 죄,

행복해야 할 의무를 소홀히 한 죄,

핑계와 편법과 체념으로 살아온 죄로 당신을 고발합니다.

당신에게는 사형을 선고해야 마땅하지만, 고독형을 선고합니다.”

하지만 이 대사를 읽으며 폴이 시몽에게 큰 기대를 품고 있었다기보다는, 오히려 거리를 두고 있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녀는 자신이 불가피하게 상처 입히지 않을 수 없는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데서 오는 끔찍한 쾌감을 경험했다고 말하는데, 이는 누군가가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서 희열을 느끼는 모습처럼 보였다.

시몽과의 관계가 깊어질 즈음, “그녀는 로제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한다고 여기는 것뿐인지도 몰랐다”라는 문장을 통해 사랑이란 혹시 스스로에게 거는 세뇌는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동시에 “그녀가 로제를 좋아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기도 했다. 로제는 모든 것이 너무나 확실해 보이는 상황에서도 언제나 그녀의 예상에서 조금 어긋나는 행동을 했던 것이다.”라는 문장도 등장하며, 이 예측 불가능성이 폴을 놓아주지 않는 이유처럼 느껴졌다.

시몽은 폴이 브람스를 좋아하든 말든 자신에게는 큰 상관이 없다고 말한다. 그런 패기는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결국 잘생긴 얼굴과 젊은 나이에서 비롯된 자신감이 아닐까 싶었고, 그 점이 오히려 폴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왔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폴은 시몽을 사랑했기 때문에 그가 언젠가는 자신을 떠날 것이라 예상했고, 그 떠남 이후의 외로움을 무엇보다 두려워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최소한 곁에 남아 있기라도 할 로제를 선택한 것은 아닐까.

폴은 관계를 끊어내는 결단을 하지 않는다. 바람을 피우는 것도, 서운하게 하는 것도 직접적으로 말하지 못한 채 혼자 삼키며 버려질까 두려워한다. 겉으로는 애써 ‘좋은 여자’인 척 행동하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 책을 읽으며 중심 테마는 사랑이라기보다 외로움과 고독에 가깝다고 느꼈다. 폴이 결국 로제를 선택한 이유 역시 그 고독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 선택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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