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단 하루라도 천국을 생각해보지 않은 날이 없다. 하루하루의 생활이 지겨웠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활은 전쟁과 같았다.”
조세희 작가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12개의 단편 소설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각의 이야기는 도시화 과정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197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된 도시 하층민들의 고통을 간결하고 냉소적으로 담아내었습니다. 제목에서 언급된 ‘난장이’는 소외된 약자들을 상징하는데 이 약자들이 행복을 위해 무엇을 할수 있었는가?
낙원구 행복동에 거주하는 한 가족이 재개발로 인해 집을 강제 철거당하여 한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등장인물인 난장이 아버지와 세 남매는 이러한 현실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견뎌내려고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들의 노력과 희망에 따라주지 않고 후반부로 갈수록 도시 재개발과 산업화로 인해 오히려 더욱더 소외되고 힘들어지고 고통스러워져 결국엔 난장이 아버지는 이러한 현실에 좌절하고 투신을 하여 목숨음 잃게 됩니다.
주인공들의 거구지 이름이 낙원구 행복동인데 여기서 ‘낙원’이라는 의미가 난장이가 희망하는 것인것과 동시에 현실 상황과 대비되는 반어적 의미를 가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품은 꿈과 희망을 ‘작은 공’으로 묘사하였습니다. 따라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란 소외된 도시 하층민들의 날아오르고자 하는 꿈을 의미합니다.
또한, 세 남매(영수, 영호, 영희)는 난장이인 아버지와 달리 현실의 잔혹함과 아무것도 할수 없는 무력감을 느끼고 때론 돈을 벌기 위해 타락하게 되는 젊은 세대들의 고통을 묘사합니다.
윤봉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에서도 이러한 주제를 접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권씨’는 지식인이지만 가난 때문에 자존심은 지키려 발버둥 치는 인물이고 헌 신발을 신으면서도 아홉 켤레의 새 구두를 소유하며 현실과 이상의 괴리, 가난 속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키려는 비극적인 노력을 보여줍니다.
권씨의 가난 때문에 사회에 저항하는 모습은 난장이 아버지가 가난과 불평등 속에서 순수성을 지키려 노력하다 좌절하는 모습과 유사하며 두 모습에서 ‘비극’이라는 핵심 키워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1970년대의 산업화로 인해 삶이 무너진 이들의 현실 비판적인 이야기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와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단정지을 수 있을 것인가?
어쩌면 현재에 존재하는 사회의 어두운 모습들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과거에서부터 시작된 이야기일 수 있으며 이 작품은 단순히 과거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이 작품은 시대를 초월한 필독서이고 독자들에게 현실에 소외된 난장이들의 삶을 외면해선 안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