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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
저자/역자
김호연
출판사명
나무옆의자
출판년도
2021-04-20
독서시작일
2025년 10월 20일
독서종료일
2025년 12월 05일
서평작성자
이*서

Contents

제목: 불편한 편의점

 

편의점이라는 공간은 어떤 도시를 가도 항상 존재하는 우리에게 익숙한 존재이지만, 누구에게나 같은 얼굴로 느껴지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24시간 열려있는 편리한 소비의 장소로 느껴질 뿐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피난처로 작용하기도 한다. 김호연 작가의 소설집 『불편한 편의점』은 바로 이런 모순적인 공간 속에서 사회적 약자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과 그 속에 작동하는 선입견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이 책의 핵심적인 감정은 ‘온기’로, 온기는 사회적 약자들이나 선입견 때문에 생기는 무심한 시선들을 비켜 가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정면으로 드러낸다.

책을 읽고 난 후 서평을 쓰기 위해 책의 내용을 떠올려 봤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독고’이다. 허름한 옷과 흐릿한 말투, 부정확한 언행, 그리고 술에 의존하며 살아가는 이름 모를 노숙인인 그를 향한 주변의 시선은 차갑고 경계심이 잔뜩 묻어나 있다. 하지만 편의점 사장은 그를 단순한 문제의 인물로 규정하지 않고 하나의 인간 자체로 조금씩 이해해 간다. 책 초반에 나오는 이런 과정은 사회적 약자를 둘러싼 선입견이 얼마나 쉽게 구축되는지 보여주며, 책을 읽는 내내 곱씹어 생각하게 한다. 사람들은 외모를 먼저 보고 판단하지만, 작가는 외모 뒤에 숨겨진 내면의 상처와 성실함을 천천히 드러내며 읽는 사람의 섣부른 판단조차 흔들어 놓는다.

이처럼 『불편한 편의점』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시선과 선입견이 ‘지식’이 아니라 ‘거리감’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려준다. 적당한 거리에서 바라보면 누군가를 쉽게 규정할 수 있다. 노숙인은 그저 게으를 것 같고, 알바생은 무책임할 것 같고, 중년 구직자는 능력이 부족할 것 같다는 생각. 우리 생활 속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작가는 이 인물들을 일상의 아주 가까운 거리로 끌어와, 그들이 겪는 생계의 압박과 정체성의 위기,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자존심을 세밀하게 보여준다. 이는 사회적 약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피상적인지, 선입견이 얼마나 쉽게 형성되는지를 비판적으로 드러낸다.

작품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인물들 간의 작은 상호작용이 선입견을 허무는 계기로 작동하는 점이다. 김호연 작가는 선입견이 사라지는 과정을 ‘관찰-이해-연대‘라는 일상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독고’ 와 인물들은 편의점 손님과 직원으로 함께 시간을 보내고, 그의 행동을 반복적으로 지켜보면서 점차 갖고 있던 고정관념을 내려놓는다. 사람들은 그의 내면을 알게 될수록 더 이상 그를 약자로 보는 것이 아닌 각자의 상처를 품고 살아가는 자신들과 동등한 존재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이 변화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시선과 선입견은 대부분 ’모름‘에서 비롯되며, 서로의 삶을 이해하기 시작할 때 선입견의 장벽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사라지는지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사회적 약자를 단순히 동정하거나 영웅화하지 않는다. 그들은 매우 평범하고, 때로는 실수도 하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 꾸밈없는 평범함이 약자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우리가 ’사회라는 울타리 밖으로 밀어낸 사람들‘일 뿐이라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불편한 편의점』은 사회적 약자가 특별한 능력이나 극적으로 인생을 뒤집는 성공을 통해 인정받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을 우리와 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이웃으로 보여주며, 사회적 선입견의 허술함과 위험성을 동시에 드러낸다. 특히 인물들이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은 선입견이 타인의 삶을 모른 채 만들어진 허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편의점의 황색 불빛 아래에서 서로의 취약함을 바라보는 순간, 그들이 ‘약자’이기 때문에 이해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또한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작품은 이렇게 끝남과 동시에 작품을 읽는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남긴다.

 

“살면서 사회적 약자를 어떤 시선을 바라보고 있었는지.

그리고 얼마나 쉽게 타인을 판단하고 있는지”

 

작품은 화려하지 않은 평범한 일상 속에 우리가 놓치고 살아가는 인간적 연대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사회적 약자를 바라보는 시선과 선입견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 이 점에서 『불편한 편의점』은 단순한 힐링 소설을 넘어, 사회적 관점을 재정비하게 만드는 의미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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