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지 작가의 에세이 《제철 행복》은 바쁘고 정신없는 현대인의 일상에 잠시 멈춤 버튼을 누르게 하는 사려 깊은 초대장과 같습니다. 우리는 흔히 행복을 거대하고 특별한 성취로 여기거나 미래의 불확실한 목표 지점에 투사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24절기라는 시간의 단위를 빌려 행복이 사실은 우리 주변의 일상 속에, 그리고 흘러가는 계절 속에 늘 가장 좋은 상태(제철)로 머물고 있음을 다정하게 일깨워줍니다. 이 책은 ‘제철’이라는 단어를 통해 우리의 삶을 시간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리는 미학을 보여줍니다.
책은 입춘부터 대한까지 1년의 흐름을 24개의 챕터로 나누어 그 시기에만 느낄 수 있는 작은 기쁨들을 포착합니다. 작가는 절기별로 ‘제철 숙제’라 이름 붙일 만한 작은 실천들을 제시하며,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살아있는 감각을 되찾는 경험으로 독자들을 이끌어줍니다.
이 책을 읽으며 저는 ‘행복의 정의’를 다시 한번 근본적으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저는 더 많은 소유, 더 높은 성취, 혹은 타인의 인정 같은 외부적인 요인에서 행복의 증거를 찾으려 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철 행복》은 그 정의를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머무르는 능력으로 바꿔 놓습니다. 가장 맛있는 과일이나 채소를 그 제철에 먹어야 하듯이, 눈앞에 와 있는 작은 기쁨을 놓치지 않고 제때 챙겨야 진정한 삶의 만족을 누릴 수 있다는 메시지가 깊이 와닿았습니다.
제 생각에 이 책의 가장 큰 울림은 발견의 기쁨을 선물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좋아하는 것에 ‘제철’을 붙이자 사는 일이 조금 더 즐거워졌다”는 작가의 고백처럼, 독자들은 책을 읽으며 자신의 일상 속에서도 계절과 연결된 ‘나만의 제철 행복 리스트’를 만들어보게 됩니다. 저는 가을의 상강(霜降) 무렵, 아침 공기가 확연히 차가워질 때 느껴지는 코끝의 신선함과 그 차가움을 뚫고 마시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의 순간이야말로 저의 ‘제철 행복’ 중 하나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다만, 이처럼 느리고 섬세한 ‘제철 행복’을 정의하는 일이 과연 매일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모든 현대인에게 공평하게 가능한가에 대한 질문은 남습니다. 이 책의 메시지는 일상의 소소한 아름다움을 ‘발견할 여유’를 가진 사람들에게 특히 효과적일 수 있으며,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멈춤이 절실한 이들에게 건네는 귀한 처방전의 역할을 합니다.
작가는 1년을 사계절이 아닌 ’24계절’로 촘촘히 겪는다는 시적인 표현을 사용합니다. 이는 곧 시간을 수동적으로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그 시간의 결을 느끼고, 의미를 부여하고, 기쁨을 수확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는 효율성과 속도를 미덕으로 삼으며, 자연의 느린 속도나 절기의 섬세한 호흡을 종종 무시합니다. 《제철 행복》은 우리에게 잠시 멈춰 서서 달력에 적힌 낯선 절기들의 의미를 되새기고, 그 절기가 주는 자연의 미세한 신호에 귀 기울여보라고 권유합니다.
《제철 행복》은 삶의 속도를 늦추고 일상의 감각을 일깨우는 ‘감성 사용 설명서’입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행복이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입하에 새 옷을 입는 기쁨’, ‘소설에 장작불을 보는 아늑함’과 같은 가장 알맞은 시절에 건네지는 이 작은 안부들을 놓치지 않고 마음껏 누릴 줄 아는 태도에 달려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바쁜 일상에 지쳐 자신의 행복의 ‘제철’을 놓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독자들에게 자신만의 ‘제철 행복’을 찾고, 1년을 더욱 충만하고 의미 있게 살아갈 용기와 따뜻한 영감을 선사하는, 깊이 있고 사려 깊은 에세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