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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알게 되는 나
Book name
저자/역자
헤르만 헤세
출판사명
민음사
출판년도
2009-01-20
독서시작일
2025년 10월 20일
독서종료일
2025년 11월 21일
서평작성자
장*서

Contents

서점의 스테디셀러 코너에서 데미안은 늘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언제나 그 앞을 지나쳤다. ‘모두가 읽는 책’이라서, 너무 대중적인 책이라서. 그러나, 지금은 그 대중적인 책이 나에게 ‘진짜 나’를 묻는 첫 번째 질문이 될 줄은 몰랐다.

싱클레어의 세계는 단순한 성장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는 선과 악, 빛과 어둠, 두 세계 사이를 흔들리며 자신만의 목소리를 듣는다. 이 책을 읽으며 마치 내 안의 또 다른 나와 어린 나, 무서워하는 나, 그리고 아직 깨어나지 못한 나와 마주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진실된 인간은 자신 안의 목소리를 따라 살아간다.”
이 문장은 단순한 문장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속 어딘가에 묵혀 있던 진실을 두드리는 소리처럼 다가올 것이다. 싱클레어는 선과 악, 순수와 타락의 경계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며 자신 안의 목소리를 찾아가고, 그 과정을 통해 ‘진짜 나’로 태어나는 법을 배워 나간다. 데미안은 그런 싱클레어를 이끄는 안내자이자, 사실은 그의 내면에 잠들어 있던 또 다른 자아의 상징이다. 그는 사회가 규정한 선과 악의 경계를 허물며, 인간이 완전한 존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어둠까지 인정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이 작품은 ‘자기 탄생’의 이야기다. 싱클레어가 세상의 규범과 도덕이라는 껍질을 깨고 스스로의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은, 읽는 이로 하여금 우리의 내면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이 책을 읽으며 지금까지 얼마나 타인의 시선 속에서 살아왔는지를 깨달았고, 또한 언젠가 나의 껍질을 깨고 나올 수 있을까 나에게 묻게 되었다.

 

이 작품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철학적인 내용이었다. 헤르만 헤세는 사람의 성장을 단순히 착해지는 일이나 도덕적인 깨달음으로 보지 않고, 스스로의 존재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표현했다. 그는 성장한다는 것을 사회의 기준에 맞춰 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 안에 있는 진짜 모습을 발견하고 이해하는 일로 그린다. 이런 시각은 ‘성숙’의 의미를 새롭게 보여 주며, 독자로 하여금 어떤 사람인지 되돌아보게 만든다. 작품 속의 ‘빛과 어둠’, ‘아브락사스’, ‘새’ 같은 상징들은 인간의 마음속에 공존하는 복잡한 내면을 섬세하게 드러낸다. 문체는 차분하고 시적인 느낌이 있어서 한 문장을 읽을 때마다 생각이 깊어진다. 특히 싱클레어가 혼란과 깨달음을 반복하며 성장하는 모습은 현실에서 우리가 겪는 성장의 과정과 닮아 있어, 책 속의 철학이 어렵지 않게 ‘삶의 경험’처럼 다가온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 작품의 상징과 철학적인 내용이 다소 복잡해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고, 싱클레어의 감정 변화가 빠르게 바뀌어 감정적으로 공감하기보다 철학적인 사유에 더 집중하게 되는 점도 있다.. 문체가 아름답지만 느리고 사색적이라, 가볍게 읽기에는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깊이와 느림이 데미안이 가진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늘 사회가 만들어 놓은 ‘빛의 세계’ 안에 머물기를 강요받지만, 데미안은 말한다. 진짜 성장은 어둠을 외면하지 않을 때 시작된다고. 책을 덮고 난 뒤,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지금 ‘유희’를 즐기며 살아가고 있는가, 아니면 타인의 기준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는가. 싱클레어가 그랬듯, 나 역시 성장의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것마저 하나의 유희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되고 싶다.

데미안은 결국 한 청년의 이야기를 가장한 ‘나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이 책은 내게 이렇게 속삭였다.

“너는 우리로부터 태어났다. 이제 너 자신으로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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