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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숙한 과거의 나에게도 박수를
Book name
저자/역자
헤르만 헤세
출판사명
민음사
출판년도
2009-01-20
독서시작일
2025년 11월 01일
독서종료일
2025년 11월 02일
서평작성자
권*환

Contents

이 소설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순수한 소년 “싱클레어”가 불량한 학생인 크로머가 그의 약점을 잡아서 이로 인해 괴로워하면서 드러나는 순수한 아이의 감정 묘사를 나타낸 부분이었습니다. 다소 때가 끼어버린 시점의 저의 관점에서는 다소 이해할 수 없지만 그 시절에서만 느낄 수 있는 순수한 마음에서 비롯된 고민을 표현하는 것은 작가의 탁월한 묘사가 드러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싱클레어의 첫 번째 시련, 크로머라는 불량소년에게 홀려 거짓말과 도둑질을 한다는 굴레를 쓴 것은, 바로 이 ‘그림자’와의 첫 만남입니다. 그가 느꼈던 공포와 죄책감, 그리고 그로 인해 가정이라는 ‘빛의 세계’에서 이방인이 되어버린 고독함은, 제가 부모님 앞에서 ‘완벽한 아이’의 가면 뒤에 숨겼던 감정들과 놀랍도록 닮아있었습니다.

이 때 데미안은 혜성처럼 찾아와서 방황하고 있는 카인과 아벨의 경우를 말하면서 주인공의 기존의 사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합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데미안이 싱클레어에게 들려준 이 유명한 문장은, 제게 ‘가면’이라는 알을 깨고 나오라는 충격처럼 다가왔습니다.

어린 시절의 저는 알을 깨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주위 사람들이 너는 어떤 것을 잘하는 ‘완벽한 아이’라고 한다면 ‘완벽한 아이’라는 알은 안전했지만, 그 안에 갇힌 채 진정한 내가 무엇인지,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른 채 살아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자신의 자주적인 삶이 아닌 누군가의 대리만족을 위해 산 것입니다.

소설 속에서 데미안은 싱클레어의 안내자이자, 그가 외면했던 ‘또 다른 자아’입니다. 그는 싱클레어에게 “네 안에 있는 것을 바라보라”고 말합니다. 그 과정이 고통스럽고 외로울지라도 말입니다. 이는 마치, 어린 시절 누군가 제게 “괜찮아, 네가 숨겨왔던 그 감정들, 그 모순들 모두가 너의 일부야”라고 말해주었던 것만 같습니다.

 

대학에 입학한 싱클레어는 주정뱅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밤낮없이 술을 마시고 방탕한 생활을 합니다. 이 때문에 부모님과의 갈등이 일어납니다. 표면적으로는 전형적인 청년의 방황처럼 보이지만, 그의 방황에는 깊은 내적 동기가 있습니다. 그는 일부러 ‘빛의 세계’가 규정한 선한 학생의 모습을 거부하고, 자신의 내면에 자리 잡은 ‘아벨’의 대척점에 서 있는 ‘카인’의 표식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것입니다.

이는 어린 시절 크로머 사건 이후 그를 억압했던 죄책감과 ‘선한 아이’라는 가면에서 벗어나, 자신의 그림자를 온전히 받아들이려는 시도입니다. 그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을 넘어, 오히려 그 시선을 통해 자신의 새로운 정체성을 각인시키는 주체가 됩니다. 우리가 성장을 하면서 성장통을 겪듯이 인간이란 우여곡절을 통해 성장하는 법이지요.

이는 우리에게 ‘진정한 성장이란 사회가 규정한 모범생의 길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 솔직해지는 용기를 갖고, 때로는 엉뚱하고 위험해 보이는 길로 스스로를 내던지고 개척하는 것’임을 일깨워줍니다. 「데미안」은 대학생 싱클레어를 통해, 우리 모두가 주정뱅이의 시기를 거쳐 ‘아브락사스’를 발견하고, 결국 자신만의 ‘에바 부인’을 만날 수 있음을, 즉 진정한 자아에 이르는 길은 외부가 아닌 오직 자신의 내면에 있음을 위대하고도 고통스러운 여정을 통해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결론적으로, 「데미안」은 어린 시절 우리 모두가 겪는 ‘세상과의 갈등’이 결국 ‘진정한 나’와 ‘세상이 원하는 나’의 갈등이었음을 일깨워주는 소설입니다. 그 시절 느꼈던 고독, 방황, 상처는 단지 힘든 경험이 아니라,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한 필수적인 여정의 일부였음을 깨닫게 해줍니다. 그 시기에는 나에게만 주어진 매우 큰 고통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오히려 누구나 겪는 성장통이라는 것입니다.

이 책을 덮으며, 저는 어린 시절 가면 뒤에 숨겼던 그 소년에게 조금은 위로를 건넸습니다. 그의 고집과 엉뚱함, 상처와 외로움 모두가 지금의 ‘나’를 이루는 소중한 조각들이었다는 것을요. 「데미안」은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는 동시에,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안에서 살아 숨 쉬는 ‘어린 시절의 나’와 화해할 수 있는 용기를 선물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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