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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에 가둬진 모든 이들에게
Book name
저자/역자
헤르만 헤세
출판사명
민음사
출판년도
2009-01-20
독서시작일
2025년 09월 29일
독서종료일
2025년 09월 30일
서평작성자
박*하

Contents

 기묘하게도 오늘날의 사람들은 자신을 내보이길 두려워한다. 어떤 이들은 자신을 눌러 담아 감정마저 삭도록 내버려두고, 어떤 이들은 제 여린 속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난폭하게 굴기도 한다. 세상은 그게 이치라도 되는 듯이 진실된 이들을 질타하며 틀에 가두려 든다. 그렇다면 의문이 들기 마련이다. 정말로, 세상은 고작 사람들을 자신만의 틀로 가두는 것에 불과한 걸까? 이에 대해 <데미안>, 작가 헤르만 헤세가 싱클레어로서, 진짜 세상의 길로 우리를 이끈다.

 에밀 싱클레어, 특이하게도 작가는 주인공의 이름으로 데미안을 집필해 출판했다. 그의 은밀한 비밀을 써 내린 일기장처럼 출간되어 가판대에 오른 이 소설은 20세기 초 독일을 뒤흔들 정도로 막대한 파급을 불러일으켰다. 지금의 시대에도 앞서간다고 느낄 정도의 내밀한 줄거리와 구성은 감탄을 금치 못하게 만든다. 그의 풍부한 묘사는 독자를 배불리 먹여 좋은 문장의 소중함을 잊게 만들 정도이고, 유려한 고찰은 복잡한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와 기어코 자리를 잡는다.

 헤르만 헤세는 자전적인 글을 집필하는 것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작가이다. 그의 다른 작품인 <수레바퀴 아래서>, <싯다르타> 에서도 드러나듯 자기인지가 명확하고 결코 자만하지 않는다. 이건 또한 데미안의 서문에서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자신은 완벽하지도, 신이 될 수도 없음을 선언하듯 덤덤한 문체가 책의 첫머리부터 읽는 이의 마음을 파고들어 버린다. 이는 앞으로 읽을 내용이 고작 소설에서 멈추지 않을 것임을 건조히 알린다. 싱클레어는 작가 자신인 동시에, 우리 모두의 내면의 지표인 셈이다.

 싱클레어의 마음은 셀 수 없이 많은 문제와 갈등에 휘둘린다. 꼭 누군가가 의도한 것만 같은 사건들이 시간을 걸쳐 몰아친다. 그 누구라도 피할 수 없는 성장이라는 폭풍에 휘말린 그와 우리의 모습이 겹칠 수 밖에 없다. 유년기의 끝, 사춘기, 성인으로의 탈피. 오롯이 멀게만 느껴지던 싱클레어가 어느새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그건 독자 스스로와 그가 아주 닮았다는 뜻이 아닌가. 악의와 욕망에 휘청이는 타인의 모습이 나와 동일시되는 경험을 그려내는 활자가 부러울 따름이다.

 개인의 세계는 알과도 같다. 알 안과 밖, 두 개의 세계로 명확히 나뉘는 것 같지만 깨고 나오면 세계의 경계는 흐려지게 된다. 준비만 되었다면 아늑한 세계 밖으로 나올 수 있으나, 이는 단순히 철새와도 같이 다른 세계로 이주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세상을 확장하는 과정이다. 작가는 선과 악의 두 세계의 경계에서 오랜 시간 방황하던 싱클레어의 성장을 통해 자아의 성숙과 진실된 세계에 대한 깨달음을 전한다. 극 밖의 모든 싱클레어들이 홀로서도 알껍질을 깨고 나올 수 있도록, 또 아무도 이뤄주지 못할 자신만의 운명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끈다.

 확장되지 못한 좁은 자신만의 우주에서 커버린 몸뚱아리를 불편히 뉘인 이들, 길을 밝혀줄 별을 찾지 못해 어두운 길을 영영 걷는 이들, 완벽이라는 헛된 이상에 닿이려 세상의 경계에서 발만 동동대는 이들. 우리 모두가 삶에서 한 번은 겪은, 그리고 겪을 일들이다. 그러나 나를 대신해 이 길을 걸어줄 이는 어디에도 없다. 이곳에는 오직 스스로 뿐이니, 우리에게는 <데미안> 이야말로 자신을 진정 찾고 싶은 이들을 위한 교본이다. 홀로 나아갈 길이 어두워 두렵다면, 헤세의 사유와 함께 느긋이 나아가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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