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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에 이르는 것
Book name
저자/역자
헤르만 헤세
출판사명
민음사
출판년도
2009-01-20
독서시작일
2025년 09월 12일
독서종료일
2025년 09월 26일
서평작성자
최*영

Contents

‘데미안(헤르만 헤세, 민음사)’을 처음 읽으려고 했던 것은 고등학생 시절이었다. 하지만 사실상 그때는 읽기에 실패했다. ‘두 세계’에 관한 대목까지 읽고 포기했다는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데미안은 초등학교의 필독서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었던 책이다. 하지만 나는 대학생이 된 지금도 쉽지 않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데미안은 책을 한번 정독하는 것만으로는 책을 이해하기 어렵다. 워낙에 비현실적, 초현실적으로 묘사된 탓에, 읽으면서 놓친 부분이 있지는 않은 지 몇 번이나 앞으로 넘겨 보아야 하였다.

정독 후 데미안의 내용을 해석한 많은 의견을 찾아보았고, 그중 책을 읽으며 느낀 내 생각과 가장 비슷하다고 생각된 내용을 내 생각과 함께 적어보려고 한다.

 

‘데미안’의 등장인물은 그리 많지 않다. 삶에 대한 고찰을 끝도 없이 이어가는 주인공 ‘에밀 싱클레어’, 어린 시절 싱클레어를 괴롭히는 불량 학생 ‘프란츠 크로머’, 싱클레어의 정신적 지주 ‘막스 데미안’, 싱클레어의 두 번째 스승 ‘피스토리우스’, 그리고 데미안의 엄마 ‘에바 부인’이 데미안의 중요한 등장인물들이다.

싱클레어는 부유하고 소위 모범적인 집안에서 태어나 자랐다. 하지만 어느 순간 태어난 배경과 너무나 다르지만 밀접해 있는 악의 기운에 관심을 가지게 되며 ‘두 세계’를 의식하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그는 맑고, 깨끗하고, 엄격한 집안의 분위기를 따라 자신도 그러하여야 한다는 생각에 자신을 옥죈다.

이러한 악을 멀리해야 한다는 싱클레어의 무조건적인 생각에 악이 항상 나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려주는 사람이 바로 ‘막스 데미안’이다. 데미안이 싱클레어에게 해주는 이야기들은 때론 이교도 같기도, 악마의 속삭임 같이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작가가 데미안을 통해서 하고자 하는 말은 비판 없이 이 세상에서 벌이지는 일들, 사람들이 하는 말들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데미안을 읽지 않은 사람도 이 구절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투쟁, 세계를 깨뜨리는 것과 같은 기존의 틀을 부수는 것 또한 어쩌면 모범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일이다. 하지만 그런 투쟁으로서 우리는 우리의 권리를 얻기도 하고, 더 나은 삶을 살게 되기도 한다.

작가는 계속해서 선과 악을 분리하지 않고 사람에게 이러한 두 모습은 공존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싱클레어가 사랑에 빠져서 ‘베아트리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던 상대를 생각하면서도 이야기한다.

 

“사랑은 그 둘 다였다. 사랑은 천사상이며 사탄이고, 하나가 된 남자와 여자, 인간과 동물, 지고의 선이자 극단적 악이었다.”

 

그와 함께 작가는 독자에게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찾고 자신 속에서 확고해지는 것’이라고 싱클레어의 깨달음으로 투영한다. 싱클레어는 새로운 친구들 가운데서도 끊임없이 외로움과 고통을 느낀다. 데미안과 스승 피스토리우스는 이러한 싱클레어에게 또 독자에게 선택받은 자들, 세계를 깨려는 자들은 정말 고독한 것이고, 친구들과의 모임보다는 자기의 내면을 아는 것이 중요함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데미안이 쉽게 읽어지는 책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동시에 청소년 성장소설, 필독서로 많이 소개되는 이유 또한 확실하다. 사춘기를 겪으며 때론 ‘내가 악한 사람인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별것 아닌 행동에도 크게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 청소년들에게 이 책은 누구나 그런 부분이 조금씩은 있다고 안심시킨다. 또 친구들과 함께 섞이지 못한다고 해도 괜찮다, 자기 자신을 알고 자신의 운명을 알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독자의 연령대로 상관없이 위로를 의도하지 않은 이러한 담담한 말들이 읽는 독자를 잔잔히 위로받게 한다.

 

“그러나 내 인생에서 나에게 흥미로운 것은 오직 나 자신에게 이르기 위해 내가 내디딘 걸음들뿐이다.”

 

‘나는 나 자신을 알아내려고 하고 있는가?’라고 생각하게끔 하는 책이었다. 누구나 혼자 외롭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사회 속의 내가 아니라 온전히 나 자신을 뒤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나 자신에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한 사람, 세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선과 악을 구분하려 하지 않고, 나 자신만의 기준으로 인생을 살아갈 때, 우리는 비로소 알을 깨고 나에게 이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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