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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희망을 주는 제철 행복
Book name
저자/역자
김신지
출판사명
인플루엔셜
출판년도
2024-04-25
독서시작일
2025년 09월 12일
독서종료일
2025년 09월 26일
서평작성자
박*은

Contents

  최근 들어서야 가을이 힘겹게 왔다고 느꼈다. 아직 태양은 뜨겁지만 바람이 시원해, 학교 테라스에 앉아 책을 읽었다. 계절을 절기로 나누면 24개지만 나에게 계절은 8개이다. 낮에 햇볕이 좀 따뜻한 시기, 본격적으로 꽃이 피는 시기가 봄, 슬슬 땀이 나는 시기, 24시간 젖어있는 것 같은 시기가 여름, 바람이 슬슬 시원해져 야외 독서 하기 좋은 시기, 단풍이 드는 시기가 가을, 공기가 알싸하고 상쾌한 시기, 얼굴을 베이는 듯한 바람이 부는 시기가 겨울이다. 이렇게 내 사계절은 단순하고 철저히 이기적으로 명칭이 붙었다.

  인플루엔셜에서 출판한 김신지 작가의 『제철 행복』에서는 사계절을 24개로 나눈 절기로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나니, ‘내가 너무 무미건조하게 계절을 봐왔구나!’ 생각했다. 이 책에서는 각 절기 밑에 그 뜻이 적혀있는데 어쩐지 앙증맞고 사랑스럽다. 책을 넘기다 보면 자연과 함께 발걸음을 맞추고자 하는 작가의 따스한 글이 적혀있다. 챕터 끝에 ’○○무렵 하면 좋은 제철 숙제’를 내주시는데, 자신이 느낀 기쁨을 독자들도 느꼈으면 하는 진심이 느껴져서 마음이 촉촉해졌다. 2년째 봄에 제대로 벚꽃도 못 본 나는 그만큼 메말라 있었으니까.

  나처럼 메말라 있는 사람들, 제철에 제철 음식 말고 뭘 하면 좋을지 모르는 분들을 위한 작가의 제안은 다음과 같다.

 

추분 무렵의 제철 숙제

  • 바닥에 떨어진 갈색 잎에서 달고나 향기가 나는 개수나무 발견하기.
  • 일몰을 끝까지 지켜볼 수 있는 나만의 ‘노을 명당’ 찾아보기.
  • 밤 산책이 제철, 고궁의 ‘달빛기행’이나 ‘별빛야행’일정 알아보기. (p.232)

 

  위의 제철 숙제는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인 ‘추분’의 숙제이다. 이렇게 제철 숙제를 보면 대부분 소소한 것들이다. 그런 순간들이 모여 삶을 채운다면 이 얼마나 다채롭고 앞으로가 기대되지 않겠냐고 책이 내게 말하는 것 같다. 내일이 기대되지 않고 포기하고 싶어도 다가올 ‘한로’의 무르익은 곡식과 과일, 예쁘게 옷을 갈아입을 나무들을 생각하면 내일이 기다려질 것 같다.

  자연은 우리에게 언제나 알려주고 있었다. 지금 뭘 하면 좋을지 이맘때 못하면 내년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들을 온몸으로. 그걸 일찍이 깨달은 조상님들은 정말 지혜로우신 것 같다. 시간은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고 제때 즐기지 못한 계절은 가버린다. 이제까지 무수히 많은 계절을 흘려보낸 것 같아, 아깝고 후회도 되지만 그 계절은 되돌아온다는 사실이 위로가 된다. 그러니 이제는 주위를 살펴보고 귀를 기울여 숙제를 해봐야겠다.

  다정한 책이라 누구에게나 추천하지만, 특별히 시간을 낭비할까 봐 잘 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더욱 이 책을 추천한다. 매 순간 식물에게 소중하지 않은 시간은 없다는 작가의 말이 낭비된 시간은 없으며 그 ‘순간’을 살았다면 다 가치 있는 시간이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나도 어느새 “좀 있으면 한로네. 그다음은 상강, 벌써 가을이 2개밖에 안 남았다니….” 하며 이번 가을에는 놓치지 않고 가을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입동을 맞이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 책을 읽게 될 사람들도 각 계절 속에서 자신이 어느 때에 있는지 알고 기꺼이 즐긴다면, 빠르게 흘러가는 삶이 조금은 천천히 흘러갈 것이다. 인간의 삶이 원래의 속도를 찾는다면 힘들고 아픈 일이 있더라도 딛고 일어나 내일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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