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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고 달고 역한 이야기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스러움
저자/역자
조예은
출판사명
문학동네
출판년도
2025-07-30
독서시작일
2025년 09월 17일
독서종료일
2025년 09월 25일
서평작성자
배*희

Contents

 먹음직스럽게 생긴 샛노란색 표지는 단숨에 눈을 사로잡는다. 치즈의 모습을 띄고 있는 표지는 한 입 베어 물고 싶은 충동까지 불러일으킨다. 짜고 달고 역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 어딘가 쿰쿰한 냄새가 나는 것도 같지만 한 입 베어 문다. 짜고 달고 역하고 사랑스러운 풍미가 끌어당긴다. 한 입, 두 입, 세 입 야금야금… 책인지 치즈인지도 모른 채 일곱 조각의 이야기를 단숨에 해치운다. 꼬릿한 냄새를 풍기지만 엄청난 맛을 가지고 있어 입에 가져가는 것을 멈출 수 없는 블루치즈처럼 말이다. 아니, 어쩌면 블루치즈도 따라가지 못한 치즈 이야기 속 방에서 숙성되고 있는 치즈일지도 모른다.

  “네, 그것은 정말 잘 숙성된 치즈였던 겁니다. 엄마는 그 방에서 서서히, 치즈로 변해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p.30)

  예쁜 노란색 치즈를 먹어보고 싶어서 진짜 숙성된 치즈를 구매하면 먹기도 전에 꼬릿한 냄새가 코를 먼저 간지럽힌다. 챕터 1 치즈 이야기’ 는 실제 치즈처럼 꼬릿하고 쿰쿰한 냄새가 많이 났다. 이야기는 역겨웠고 존댓말을 쓰며 담담히 이야기하는 화자는 나에게 불쾌함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꼬릿했고 불쾌했다. 냄새가 자꾸 올라왔다. 그래도 오물오물 씹었다. 그렇게 나는 나도 모르게 한 조각을 다 먹어 치웠다. 원래 냄새가 지독한 치즈와 같은 음식을 먹을 때는 첫 입을 떼기가 가장 힘든 법이다. 그렇지만 냄새가 지독한 음식은 보통 마니아층이 두텁다. 얼마나 맛있으면. 첫번째 치즈를 다 먹고 나면 치즈 마니아인 화자가 첫 번째 치즈 조각 맛이 어땠는지, 너도 이제 치즈의 맛에 중독됐는지, 이제 치즈 이야기는 시작이라는 듯한 말들을 건넨다.

  “자고로 음식은 나눌수록 더 맛있어지는 법이죠. 이 황홀한 맛을 저 혼자만 알기 아까워 당신을 불렀답니다. 원한다면 제 멋진 숙성고를 구경시켜 줄 생각도 있어요.” (p.33)

  “어떤가요. 당신이 생각하기에 이 이야기는 무서운 이야기인가요, 웃기는 이야기인가요?” (p.33)

 사람은 타자와 상호작용하며 살아간다. 그 형태가 어떻든 말이다. 그 모든 상호작용이 모여 서로가 만들어지고 살아간다. 원상태로 돌아갈 수는 없다. 치즈 이야기에 등장하는 존재들은 서로를 상처주면서도 또 애정하며 더 이상 서로를 빼놓고는 살아갈 수 없는, 그야말로 치즈와 같은 존재들이다. 책의 마지막에 있는 해설에서는 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우유는 곰팡이균에게 자신을 내어줌으로써 완전히 다른 것이 되고, 곰팡이균은 우유와 함께함으로써 두꺼운 외피를 얻는다.” (p.333)

  “무엇보다도 블루치즈는 냄새를 풍긴다. 상처받은, 상처받았기 때문에 서로를 파고드는 사람들에게서 나는 것과 비슷한 냄새다.” (p.333)

  “그러니까 결국엔, 치즈다. 부단히 상호 침투하며 서로를 재구성하는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인 것이다.” (p.333) 

 치즈 이야기의 한 조각조각들은 치즈 아니랄까봐 모두 꼬릿한 냄새를 풍긴다. 치즈로 변한 엄마, 머리 반쪽 영화 등장인물, 외계인의 뉴데스아일랜드 등 끔찍하고 고어하지만 어딘가 귀여운 구석이 있는 이야기들로 독자를 이끄는가 하면, 보증금 돌려받기와 같은 이야기로 보다 현실적인 관점을 제공한다. 마치 쥐처럼 일곱조각의 치즈를 따라가다 보면 그 수많은 고통과 슬픔 속에서 비집고 나오는 사랑과 애정을 발견할 수 있다.

  짜고 달고 역한 이야기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스러움. 당신은 알고 있는가? 끈적한 관계와 기억, 그 사이에서 피어나는 사랑스러움을, 추억을, 행복을, 그들이 있고 그것들이 있기에 우리가 있음을.

  “저는…… 그냥 안 태어날래요. 소중한 것들이 사라지는 걸 보는 일은 너무 슬퍼요. 더군다나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게 하필 나라면.” (p.318)

  “그래도 그 소중한 것들 덕분에 행복했잖아요.” (p.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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