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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데미안을 가지고 있다
Book name
저자/역자
헤르만 헤세
출판사명
민음사
출판년도
2009-01-20
독서시작일
2025년 09월 20일
독서종료일
2025년 09월 26일
서평작성자
박*이

Contents

 이름이 주는 힘이란 참 대단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야기 속에서 악역에게 주어지는 이름은 너무나 악당다우며 주인공에게 주어지는 이름은 너무나 선명하다. 「데미안」(헤르멘 헤세 저, 전영애 옮김, 민음사)을 처음 보는 사람은 제목에 속아 주인공의 이름이 ‘데미안’일 거라고 흔히 생각한다. 「데미안」을 들어보기만 하고 책을 펼쳐보지 않았던 시절에 실제로 그렇게 생각했었으니, 일종의 자전적 고백이다.

 고전의 맹점은 고전이기에 그것 자체로도 허들이 된다. 너무 유명하니 읽지 않고도 읽은 것 같은 느낌을 받기 쉽다. 그래서 「데미안」이라는 제목을 보고 주인공의 이름을 착각하고, 가장 유명한 ‘아브락사스’만 아는 경우를 여럿 보았다. 남들이 그렇게 말하니 그냥 믿는 것이다. 주인공이 ‘데미안’일거라 생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데미안’이 주인공 같은 이름이기에 의심 없이 그렇게 믿고 만다. 이러한 생각은 책에서 주는 메시지와 통하는 부분이 있다. 그저 믿는 것, 싱클레어가 카인이 죄인이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그렇게 믿고 마는 것이다.

 모든 청춘이 푸른 하늘빛 같지 않고, 모든 성장이 붉은 석양 같지 않다. 누군가는 어두운 밤하늘 같으며, 끝 모를 심해 같을 것이다. 싱클레어는 후자에 가까워 보였다. 하지만 싱클레어는 데미안을 만나며 변한다. 너무나 이상적인 존재라서 싱클레어는 데미안을 선망의 존재로 본다. 다만 바라는 이상의 모습이라는 것은 그렇게 되고 싶다는 의미라서, 우리 모두에게는 ‘데미안’ 같은 존재가 있지 않을까 싶다.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누군가를 모방하며 이상의 존재로 나아가는 것. 그것을 성장이라 부르고 싶다.

 “수백 가지 일에서 조숙하고, 다른 수백 가지 일에서 몹시 뒤처지고 무력했다. 때때로 다른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면 자주 우쭐하고 교만해졌으나, 꼭 그만큼 자주 의기소침해하고 굴욕스러워했다. 어떤 때는 자신을 천재로 생각하는가 하면 어떤 때는 절반쯤 돌았다고 생각했다.”

 성상에 수반하는 고통을 가장 잘 표현한 게 아닐까 싶다. 당장 오늘도 스스로 대단하다. 여기며 칭찬하다가 물병을 두고 온 것으로 칠칠하지 못하다고 자책했다. 작은 실수를 그냥 넘길 줄도 알아야 하는데 아직도 완벽한 사람이 존재한다고 믿어서 그렇다. 그러니까, 모방하는 이상의 존재는 그렇지 않을 거라 믿으니까 생기는 마음이다. 조금만 더 너그러워지면 좋을 텐데. 완벽한 사람은 없다고, 이상의 존재는 상상일 뿐, 실제와는 다르다고 인정하면 좋을 텐데. 아직 꿈을 포기하기 싫은 어린아이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항상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동시에 어른이 되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어른이 무엇인가하는 정의도 스스로 내리지 못해서 또 고민한다. 어른이 되기 이전에 한 명의 사람으로서 살아가려면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는지 고민될 때 고전을 읽곤 한다. 「데미안」도 그 고전의 하나로 꼭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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