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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면서도 익숙한
Book name
저자/역자
김신지
출판사명
인플루엔셜
출판년도
2024-04-25
독서시작일
2025년 09월 13일
독서종료일
2025년 10월 13일
서평작성자
정*정

Contents

  제철 행복(김신지 지음·인플루엔셜)은 계절과 절기 속에서 느끼고 누릴 수 있는 행복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가는 화려하거나 특별한 사건에서 행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당연하게 스쳐 지나가는 일상과 계절의 흐름 속에서 그때만 누릴 수 있는 행복을 알려준다. 이는 반복되는 삶이 지루해서 무의미해 보일 때도, 마주하여 챙길 수 있는 지금의 순간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책에는 꽃달임, 복달임, 갈참나무, 서설과 같이 계절에 따른 자연의 변화를 구체적인 용어로 묘사한 부분이 많다. 그런 세세한 설명은 도시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 다소 낯설었고, 일상에서 접하기 어려운 장면들이 많아 처음에는 묘한 거리감이 들면서 상당히 어색하게 다가왔다. 그런데 문장을 곱씹다 보니 그것이 전혀 모르는 세계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새싹이 돋아나는 봄으로 시작하여 땀방울이 흐르는 여름을 지나 쌀쌀한 바람이 부는 가을을 거쳐 추위에 온몸이 떨리는 겨울의 모습은 나도 매년 겪고 있는 계절의 흐름이었다. 그것이 단지 ‘절기’라는 낯선 모습으로 다가왔을 뿐이다. 작가의 표현은 생소했지만, 동시에 내가 무심히 지나쳤던 익숙한 풍경을 새삼스럽게 불러내 주었다.

  이러한 깨달음은 내가 사소한 부분을 소중히 여기는 습관과도 맞닿아 있다. 나는 소소한 행복을 기록하고 추억하는 일을 좋아한다. 이곳저곳을 산책하다가 만난 귀여운 강아지, 매일 다양한 모양으로 하늘을 채워주는 구름, 그리고 서빙 받은 음식 위에 그려진 스마일 표정. 오늘을 살아가면서 우연히 보게 된 찰나의 순간은 나를 바로 미소 짓게 해준다. 책에서 강조하는 제철 행복은 바로 이러한 순간의 가치를 일깨워 준다.

  작가는 행복을 엄청난 노력을 통해 만들어내는 거대한 성취의 결과물이 아니라 잠시 머무는 감각으로 설명한다. 이는 내가 경험하는 소소한 일상의 행복과도 일치한다. 갑자기 다가온 소소한 순간의 설렘과 미소가 오래 지속되지 않더라도 그 순간만큼은 삶을 환하게 빛내준다. 이 책은 그런 순간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점에서 내 경험과 자연스럽게 공명한다.

  물론 책의 문체가 잔잔하고 절기의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풀어내다 보니 중반 이후에는 다소 단조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자연과 멀어진 현대 독자에게 구체적인 절기 용어가 오히려 낯설고 거리감을 주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 낯섦이야말로 우리가 잊고 있던 계절의 감각을 환기시키는 장치였다. 평소라면 무심히 지나쳤을 자연의 변화를 다시 바라보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책의 매력으로 다가왔다.

  『제철 행복』은 낯설면서도 익숙한 삶의 감각을 동시에 전해주는 책이다. 절기의 언어가 주는 낯섦은 익숙한 일상을 새롭게 보게 만들었고, 소확행을 기록하고 즐기는 나만의 습관과 자연스레 겹쳐졌다. 이 책은 행복을 찾는 방법을 가르쳐주기보다, 이미 곁에 있는 행복을 발견하도록 안내한다. 그래서 앞으로도 나에게 다가올 소소한 순간을 더욱 소중히 여겨야겠다고 다짐했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치거나 앞만 보고 살아가기도 바쁜 현대인에게 작은 쉼표가 되어줄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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