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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기억하기 위한 글
저자/역자
무라카미 하루키
출판사명
민음사
출판년도
2013-09-02
독서시작일
2024년 10월 28일
독서종료일
2024년 11월 05일
서평작성자
장*열

Contents

 

 

인간이라면 누구나 아픔을 지니며 살아간다. 그 아픔은 상실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관계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어찌되었든 그것은 아픔이라는 두 글자로 귀결된다는 공통을 갖는다. 하지만 아픔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차이는 대극에 있을만큼 분명하다.

주인공 와타나베에게 있어서 아픔은 상실과 관계 그 모두에게서 비롯된 것들이자 아직 자신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으로 간주한다.

또한 그에게 있어 상실은 누군가의 죽음에서 태어나고, 동시에 관계 또한 죽음에서 결합되어 나타난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을 읽는 동안 활자에서 느껴지는 그 묘한 시림과 빛이 바래버린, 찝찝함, 그리고 형용하기 어려운 슬픔을 지울 수가 없다.

글을 직관적으로 잘 쓰는 편은 아니지만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에게 내가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느꼈던 감정들을 서슴없이 느끼게 해주고 싶다. 이 책은 그만큼 나에게 소중한 것이다.

 

 

 

 

누군가 내게 이 책을 관통하는 한 단어를 말해보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없이 ‘죽음’이라고 할 것이다. 자신의 소중한 사람의 죽음으로 도입과 결말이 맺어지고, 그 죽음 가운데에서 누군가를 만나며 그 만남 속에서 아픔과 회의를 겪는다.

‘죽음’은 이 책을 관통하는 내용이자 작가가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일종의 메시지이다.

서론에서 말했듯 주인공 ‘와타나베’는 죽음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 그리 강인한 편이 아니다. 누군가의 죽음 이후 독자인 나는 그가 이전과는 현저히 다른, 어떤 한 부위가 너무나 심각하게 망가져버려 오히려 변해버린 그의 성격이 본래 그의 것 처럼 보인다는 느낌까지 받았을 정도이니까.

‘기즈키’의 죽음 이후 그는 자신에게 계속해서 묻는다. 나는 대체 어디로 가려는 것이고, 나는 대체 여기서 뭘 하는 것이냐고, 나아가 책의 마지막 장에서 말한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지? 그러나 거기가 어디인지 알 수조차 없었다.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도대체 여기는 어디지?“

자신의 어린 시절을 함께한 유일한 친구(이전에도, 앞으로도 없을) ‘기즈키’의 죽음 이후 어떤 한 부위의 금이 가기 시작했고,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결합된, 자신의 전부였던 ‘기즈키’의 여자 친구, ‘나오코’마저 죽음에 이르자,

그 부위는 도저히 손쓸 방법이 없을 정도로 무참히 박살나 버렸다. 자신의 위치와 삶의 방향마저 잃게 될 정도로.

’나오코‘는 ’와타나베‘에게 생전 이런 부탁을 한다.

”언제까지도 나를 잊지마, 내가 여기있었다는 것을 기억해 줘“

기즈키는 이미 죽었다. 그리고 와타나베는 아직 살아있다. 그리고 그 둘은 누군가의 죽음 속에서

더욱 완전해진 불완전한 관계(하지만 그것이 오로지 부정의 의미는 아닐 것이다)이다.

그런 나오코는 과연 오로지 와타나베에게 잊혀지는 것이 두려웠던 걸까. 아니면 살아있는 사람에게 마저 자신이 언젠가 잊혀지리라는 사실을 두려워했던 걸까.

아마도 그에 대한 답은 작가가 독자에게 남긴 수수께끼 일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와타나베는,

”그런 생각을 하면 나는 견딜 수 없이 슬프다. 왜냐하면, 나오코는 나를 사랑하지 조차 않았던 것이다.“

 

 

 

 

이 책을 다시 한번 펼치려고 할 때 본능적인 거부 반응이 일어났다.

첫 번째 이유는 와타나베가 너무나도 불쌍하기 때문에. 그리고 그의 삶을 동정하는 것만 같아서.

두 번째 이유는 글의 수위가 생각보다 높아서. 책의 내용이 흘러가다 너무나 뜬금없이 수위가 높은 단어와 장면이 나와 왠지 모를 이질감이 든다. 그 수위 장면에 대한 해석을 나름대로 해본다고 해도 굳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마지막 이유는 글에서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죽음 상실, 결여로 점철된 이 책은 자신이 현재 우울한 상황에 처한 이라면 그 상황을 기꺼이 두 팔 걷어 도와줄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책을 내가 가장 좋아하고 소중한 책 중 하나로 여기는 이유는,

등장인물들이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마치 어딘가에 살아있을 것만 같은 인물들과 그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각자의 아픔들까지 너무나 생생하다.

심지어 그들의 아픔을 여태 내가 모르고 살아왔다는 사실에  자책과 반성마저 하게 된다.

제4의 벽을 초월하여 마치 내 이야기와 아픔이 되어버린 것 같은.

독자라는 이유로 그들의 아픔을 읽고 느끼며 공감하고, 심지어 멋대로 내 입맛에 맞추어 글까지 쓴다.

비겁한 이유일지도 모르지만, 서평을 핑계 삼아 나는 그들을 잊지 않기 위해 글을 쓴다.

와타나베가 했던 말을 인용하며 마무리한다.

”결국 글이라는 불완전한 그릇에 담을 수 있는 것은 불완전한 기억이나 불완전한 생각뿐이다.“

그가 살아있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작가가 그를 누구에 빗대어 표현하였는지도 아직은 해석하지 못하겠다.

그럼에도 나는 보잘 것 없는 글을 남겨 그를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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