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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는 방법
저자/역자
김연수
출판사명
레제
출판년도
2023-06-26
독서시작일
2024년 11월 09일
독서종료일
2024년 11월 09일
서평작성자
최*소

Contents

어려운 순간을 버티는 힘은 좋았던 기억에서 나온다. 하지만 눈앞이 깜깜한 상황에서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를 되새기는 건 어렵다. 좋았던 순간을 상기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한다. 바로, 자신과 비슷한 행복을 경험한 사람의 글을 읽는 것이다. 『너무나 많은 여름이』(김연수 저, 레제, 2023)는 스무 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이다. 1994년 제3회 작가세계 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작가의 이번 책은 이유 없는 다정함으로 엮은 여름 이야기다.

작가는 창조가 이유 없는 다정함에서 나온다고 했다. 그가 글을 쓰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작가의 단편은 주제가 비슷하다. 주로 두 인물(인물이 아니라 강아지일 때도 있다)이 나와서 대화하면서, 삶의 이유를 찾고 이유 없는 다정함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 스무 개의 소설이 모두 비슷한 의미로 통하고, 나에겐 다소 와닿지 않거나 평이하게 느껴지는 글도 있었다.

그럼에도 추천할 만하다. 이 소설이 낭독회를 위해 지어진 글이라고 들은 적이 있다. 그 때문인지 작가는 하나의 이야기를 두고 확장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이야기를 제시하는 데에 초점을 둔 단편들을 구성했다. 서로 다른 성별, 나라, 상황에서 화자가 각자의 경험에 관해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이야기를 이해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대신 이 스무 가지 이야기에서, 독자인 당신의 경험과 맞닿은 이야기가 있다면, 거기에서 필요한 바를 얻어가면 될 것이다.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좋아하는 걸 여전히 좋아하는 건 더더욱 어렵다. 일상은 쉽게 등한시되고, 힘든 상황에서 소소한 행복은 기억 저편으로 넘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내가 그걸 좋아하는 이유를 생각해 내면 다시금 소중해지기도 한다. 더 좋아질 때도 있다. 아, 내가 이래서 좋아했었지. 이래서 앞으로도 좋아할 것 같고, 덕분에 힘든 상황에서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그게 가족이든, 친구든, 연인이든, 나 자신이든.

나한테는 이게 좋은 생각이야. 이 아이도 이 세상에 태어나 자라면 하고 싶은 일이 생기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 나는 기분이 좋아져. 넌 어떤 생각을 하면 기분이 좋아지니? – 58p

너무나 많은 여름이 찾아온다. 그 여름들이 견디지 못할 더위로 힘겨운 순간이 아니라, 주고받은 다정함으로 무더위를 버틸 수 있는 좋은 날들로 기억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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