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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은 스스로 생각하는 것
저자/역자
박준
출판사명
문학동네
출판년도
2017-06-30
독서시작일
2024년 10월 09일
독서종료일
2024년 10월 10일
서평작성자
박*정

Contents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는 시인 박준의 대표 시집으로 2012년 12월 문학동네에서 첫 출판되었다. 박준 시인은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나 2008년 계간 「실천 문학」으로 등단하였으며 제7회 박재삼문학상, 제29회 편운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제31회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독서 관련 TV프로그램 비밀독서단에 소개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였고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시집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시 그림책 「우리는 안녕」 등을 출간하였다.

박준 시인은 동아언론과 진행한 한 첫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 시가 서정에만 매달리는 것도 문제지만 그걸 벗어나려고 실험 일변도로 가는 것도 불편하다”며 “촌스럽더라도 작고 소외된 것을 이야기하는 시인이 되고 싶다”고 하였다. 이 시집은 초기에 발표된 작품인 만큼 이러한 시인의 정서가 잘 나타나 있으며 사랑을 기반으로 한 그리움과 ‘작고 소외된 것’들에 대한 서정을 깊이 그려내고 있다.

우리는 모두 그리워하는 사람이다. 무언가를 그리워하는 사람인 동시에 누군가가 그리워하는 사람일 것이다. 그렇기에 은은하기도 한, 때로는 짙기도 한 그리움과 서사를 지닌 이 시집을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작품의 화자들이 주로 과거의 사랑하는 사람이나 가족을 그리워하는 모습을 담담한 문체로 써내려가고 있는데 이는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정서와 애환이 잘 느껴지는 동시에 독자의 심금을 자극한다.

1부 나의 사인은 너와 같았으면 한다 중 「태백중앙병원」의 ‘태백중앙병원의 환자들은 더 아프게 죽는다 아버지는 죽어서 밤이 되었을 것이다’ 부분에서 병환을 치르고 있는 아버지에 대한 깊은 슬픔이 드러난다. 작가는 죽음이라는 어두운 이미지와 밤이라는 어두운 이미지를 연결시켜 시의 일관성을 잘 나타내고 있다. 또한 아픈 몸을 가진 부모님과 가족에 대한 한국인의 사회문화적인 공통된 정서를 활용하여 더욱 단단한 그리움을 그려내고 있다.

3부 흙에 종이를 묻는 놀이 중 「낙서」의 ‘근처 여고 앞 분식집에 들어갔습니다 … (중략) 아이들이 보고 싶다, 좋아한다, 사랑한다 잔뜩 낙서해놓은 분식집 벽면에 봄날에는 ’사람의 눈빛이 제철‘이라고 조그맣게 적어놓았습니다’ 부분은 모두가 떠올릴 수 있는 공통 추억의 장면을 목도한 기분이었다. 그저 책을 들여다보고 있던 독자를 여고 앞 분식집에 들어서고 학생들의 밝고 명랑한 웃음 소리와 함께 떡볶이를 먹던 중 벽에 글을 쓰고 있는 화자를 우연히 쳐다보게 된 순간으로 데려가준다. 이는 촌스럽더라도 작은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던 시인의 정서가 잘 드러난 부분이며 그리움을 보며 슬퍼하는 것만이 아닌 미소짓게 만드는 그리움도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시집은 복잡하지 않고 무덤덤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점점 더 쉬운 것을 원하는 현대인들이 이를 읽고 ‘시집은 난해하다’라는 인식을 조금은 벗어던질 수 있게 하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소소한 것을 말하고 싶다던 시인의 의견과 같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작품으로 연령대와 성별에 상관없이 추천할 수 있는 시집이다.

시인이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장면을 많이 보여준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결국 시인의 그리움인 것이다. 스스로의 그리움과 온도를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시인의 이야기가 아닌 나 스스로 생각하고 뭉게뭉게 떠오른 그리움들을 주물러 흩어지지 않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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