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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더운 여름이 많은 것을 주었다.
저자/역자
김연수
출판사명
레제
출판년도
2023-06-26
독서시작일
2024년 09월 12일
독서종료일
2024년 09월 28일
서평작성자
손*경

Contents

내가  읽은  책은 “너무나 많은 여름이”라는 책이다.  물결이 찰랑거리는 바닷물의 표지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제목은 서평 쓰기 전부터 나를 이끌리게 했다.  도서관에서 표지에 이끌려 이 책을 읽고 있다가 문자를 보고 서평 지정도서를 받으러 갔는데 읽고 있던 이 ‘너무나 많은 여름이’ 책이 있어서 너무 놀랐었다. 이 책과 내가 운명이라 생각하고 가슴이 엄청 뛰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만큼 읽으면서도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 책, 이 소설은 단편소설 여러 개로 이루어져 있다.

김연수 작가님은 대한민국의 작가, 소설가, 시인, 번역가이고 본명은 김영수로 알려져 있다. 작가님은 본인 스스로도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써왔다’라고 할 만큼 왕성하게 활동을 하였다. 
이 책이 만들어지게 된 것은 낭독회에서 사람들에게 읽어주기 위한 짧은 소설을 모아 한 권의 책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직장과 사회생활 때문에 지친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통해 살아갈 힘을 주고 싶었다고 한다.

이 책은 여름을 지내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많은 갈등과 이별, 슬픔을 이겨내고 사랑과 희망을 얻으며 극복해 나가는 것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자신을 알아가는 계기가 되는 사건들을 마주하게 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다양한 소설이 있지만 모든 이야기의 공통된 주제는 삶과 죽음을 다루고 있다.  읽으면서 여름만이 주는 분위기와 낭만, 감성에 이끌리게 된다. 초여름이 주는 싱그러운 기대,  한여름의 뜨거운 햇빛이 느껴지는 고통, 늦여름의 시원함이 주는 자유가 담겨 있다.

너무나 많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인상 깊게 읽은 소설 중 {첫여름}, {그사이에} 를 소개해보겠다.  이 두 개의 소설의 공통점에 주목해 보면 엄마가 돌아가셔서 과거의 무관심한 모습을 후회하는 것과 과거의 조그마한 흔적이라도 찾으려고 최선을 다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같았다. 

{그사이에}의 줄거리는 엄마가 돌아가신 30년 전의 흔적을 찾기 위해 사랑하는 여자 ‘은주’와 함께 툴루즈로 떠난다. 그곳에서 엄마의 편지를 발견하고 그 흔적을 따라간다.  거기서 만난 친구 엉뚱하고 재치 있는 ‘장피에르’는 “과거는 안을 볼 수 없는 통조림과 같고 우리에게는 따개가 없어서 그 누구도 과거를 바꿀 수 없는 거야.” 라는 말과 “인생은 소스에 버무릴 때마다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뒤엉키는 스파게티 면과 같으며 자신의 형태만을 간신히 이해할 수 있을 뿐, 다른 면의 형태를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 라고 말을 했다.   이 말을 듣고 시간을 거슬러서 엄마가 있던 툴루즈로 돌아가면 어떨까?라는 고민을 하게 된다. 하지만 “과거는 누군가의 미래와 맞닿아 있다는 사실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도 바꿀 수 없다고” 장담하는 장피에르의 말을 새기고 이제는 과거의 통조림 속으로 들어가 버린 장피에르를 그리워하며 끝이 난다.

평소에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을 많이 하고 있었는데 ‘장피에르’의 ‘스파게티론’을 읽고 아무리 과거로 돌아갈 수 있을지라도 내가 생각하는 과거가 아니고 돌아가서도 내가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과거는 통조림 안에 그대로 두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느꼈다. 비유가 너무 찰떡이고 생각지도 못한 음식으로 과거와 미래를 비유하여 웃음도 주고 교훈도 주었다.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 생각지도 못한 말로 사람의 생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였다.

두 번째로 {첫여름}의 줄거리는 작가인 ‘나’(주인공)를
낳기 전 영화배우였던 ‘엄마’가 코로나 시절에 돌아가신 후 엄마에게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는 서점주인이 엄마와 찍은 사진을 직접 주고 싶다고 연락이 와서 나에게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로 했다. 그 이야기로는 삶에 힘들고 지친 서점주인은 친척의 여관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그때의 ‘엄마’가 혼자 투숙을 하러 왔는데 그때의 엄마에게 자살할 거 같은 이상한 낌새가 나서 술을 먹여 자살을 못 하게 하려고 서점주인이 방에 들어갔다. 하지만 오히려 엄마가 인생에 지친 서점주인을 위로해 주며 “지금까지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야. 오로지 미래만 생각하기로 해. 이제까지는 과거의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면, 앞으로는 미래가 지금의 나를 만들 수 있도록 말이야” 라고 말하며 서점주인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 말은  서점주인은 그 이후로부터 선생님이라는 꿈을 찾고 삶의 방향을 정확히 잡았다고 하였다.  주인공은 엄마에 대해 아는 게 없고, 엄마가 돌아가신 후에야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에 후회를 하며 막을 내린다.

나는 [첫여름]을 읽으며 엄마에게 후회만 남은 주인공의 마음이 소녀가 성장하는 과정 중 거쳐야 할 관문 같았다.  주인공은 엄마가 계실 때는 엄마를  궁금해 하지 않고 속마음을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엄마가 세상에서 사라지니 엄마의 주변사람에게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물어보는 것이 참 안타까웠다. 엄마의 과거를 이해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감정을 치유하는 과정이 잘 표현되어서 더욱 더 몰입할 수 있었다. 엄마의 인생처럼 우리 모두의 인생은 예측할 수 없지만 어떻게든 흘러간다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주인공의 성장여정은 일상에 치여 소중한 것들을 잃게 된 경험을 한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고 소중한 삶의 교훈을 주었다.

이 소설을 읽는 동안 시집과 에세이를 읽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작가님의 서사와 몰입력을 주는 글의 표현방식은 묘하게 분위기에 이끌려서 후루룩 읽게 되었다. 등장인물의 대사 중 독특하지만 공감이 가는 문장들을 읽을 때마다 내 안에 있는 생각들이 바뀌고 추가되고 생각이 뒤섞이며 나에게 혼란과 깨달음을 동시에 주었다. “창조는 오직 이유 없는 다정함에서만 나온다“ 라는 문장이 나를 이유없이 미소 짓게 만들어주었다. 읽으면서 많은 이별을 한번에 마주하니 무력해지기도 하였지만 언젠가 마주할 이야기들을 미리 볼 수 있다는 것에 미래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생각할 것 이다.

평범하지만 또 평범하지만은 않은 여름의 이야기가 짧고 다양하게 있으니 장편소설이 질리고 읽기 힘든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이 단편소설들은 서사에 몰입하기보단 작가가 하고 싶은 말과 인생에 꼭 필요한 말들을 아름다운 문장으로 구사해 놓았기 때문에 주요 인물이 명언 같은 말을 할 때마다 주의 깊게 읽으면 좋겠다.  각 소설마다 잘 어울리는 음악이 있어 같이 들으니 더 몰입할 수 있어 음악과 함께 읽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이번 여름은 워낙 덥고 모두가 힘들었던 만큼 {너무나 많은 여름이}를 읽고 조금이나마 시원해졌으면 좋겠다. 나도 이 책을 읽고 있는 동안 온전히 끝나가는 여름을 마지막까지 즐기고 쌀쌀한 가을을 맞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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