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소재를 좋아하는 편이다. 관광을 공부하지만 딱히 놀러 다니는 걸 좋아하지는 않고. 반복적인 삶 속에서. 그리고 일상적인 것들에서 소소한 감정을 느끼는 편이다. 일상과 탈일상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나에게는 타인의 일상 속 소소함과 그로 인해 불러져오는 공감은 궁금증을 자아낸다. 제목에 나온 당신은 누구인가. 내가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그대인가. 사랑하는 이 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다른 모습을 하는 나인가. 그 모습에 얼마나 영향을 받았을까.
지금까지 내가 쓴 글들은 솔직하고 담백했다. 스스로의 감정을 글로 적으면 잔잔해졌다. 슬픈 일이 있을 때는 그 일에 그렇게 슬퍼하지 않아도 됨을 알았다. 기쁜 일이 있을 때는 그 일에 그렇게 흥분하지 않아도 됨을 알았다. ‘하지만 작은 눈에서 그 많은 눈물을 흘렸던 당신의 슬픔은 아직 자랑이 될 수 있다.’ 사람들 대부분은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아플 때 아프다고 힘들 때 힘들다고 말하지 않는 것 같다. 본인의 이름을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이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본인의 능력을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본인들의 고생은 자랑이 될 수 있다고. 그때의 감정과 경험은 아직도 살아있다고.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읽으면서 내 미래에 대한 생각보다 과거에 대한 기억이 계속 들었다. ‘뱃사람들은 바닷길을 외울 때 앞이 아니라 배가 지나온 뒤의 광경을 기억한다는 사실.’ 쓸모없는 기억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 당시에는 세상에서 자기가 제일 힘든 것 같은 상황도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 시기가 있었기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1학년 1학기 내 성적은 2.3이었다. 어머니의 통장에서 전액 등록금이 빠져나가는 걸 눈으로 봤다. 그 길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앞으로 나아갔다. 그래서 뭐가 잘났길래 성적을 언급하냐고? 과거의 내가 있었기에 지난 학기에 4.5를 받았다. 그리고 이 또한 과거가 되어 지금의 나를 나아갈 수 있게 한다.
외동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뭐든 혼자 하는 걸 좋아한다. 새로운 활동을 할 때도 어지간하면 기본 값이 나 혼자 하는 것이다. 딱히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거나 나누지 않고 빠르게 가려고 한다. ‘소리 없이 죽을 수는 있어도 소리 없이 살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다가’ 어쩌면 남들한테 무신경 했던 나도 누군가에게 영향을 줬을 지도 모른다. 버스를 탈 때 기사님에게 전하는 인사. 식당 이모들에게 전하는 감사. 맨 앞에서만 수업을 듣는 열정까지. 나도 소리 없이 사라질 수는 있다. 하지만 소리 없이 살아갈 수는 없겠다.
우리는 저마다 다른 사람이다. 같은 일상이라는 단어 안에서도 다른 것을 보고 다른 것을 느낀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살아간다. 나는 이 책을 추천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저마다의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살아가면서 무수한 존재들과 교류하는 이에게. 아프지만 아프다고 말하지 않는 이들에게.
‘요즘 사람들은 자존심은 높은데 자존감이 낮아요. 집에서도 찌그러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작가의 말이다. 시 ‘풀꽃’, 수능 필적확인란 등으로 많은 이의 마음에 온기를 불어 넣어 주었던 작가. 작가의 눈에는 나도 어쩌면 그렇게 보이는 지도 모르겠다. 안에 있는 비겁한 겁쟁이를 감추기 위해 더 강하고 단단하게 보이는 내가 보이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