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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하고 싶은 밤의 이정표
저자/역자
황현산
출판사명
난다
출판년도
2016-05-11
독서시작일
2024년 07월 01일
독서종료일
2024년 07월 04일
서평작성자
박*이

Contents

「밤이 선생이다」(황현산 저, 난다)는 짧은 글들이 수십 개 모여서 하나의 책을 이루고 있다. 각각 조금씩 다른 주제를 다루고 있기는 하나, 읽다 보면 하나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책을 읽는 저마다 그 주제를 다르게 명명할 수 있겠으나, 나는 ‘변해야 마땅했던 것’이라 말하고 싶다.

책의 초판은 2013년이고 지금은 2024년 초여름이다. 대략 계산해 봐도 무려 10년. 흔한 말로 강산이 변하는 시간이 지난 후에 읽은 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저자가 말하는 과거에 변해야 했던 것들은 지금도 여전히 변해야 하는 것이다. 각종 사회 문제부터 인식, 사람들의 시선 등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고 있던 것이다. 심지어 저자가 쓴 글은 2000년대 초에 써진 것도 있으므로 20년 전의 글이 지금에도 공감하게 되는 것이다. 강산이 두 번 변하는 동안 지적되고 공감되는 일들이 아직도 변하지 않았다.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저자는 10년 전에 쓴 글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비슷한 상황인 것을 슬퍼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변화를 포기할 이유는 없다. 인류는 1969년 7월 19일까지 사람은 달에 가지 못했다. 하지만 20일이 되는 날, 인류는 드디어 첫 번째 인간을 달에 데려다 놓았다. 고작 20년 동안 하지 못했다고 포기할 이유는 아무 데도 없는 것이다. 불평해도 좋고 불만을 가져도 좋다. 중요한 것은 그 불평불만을 정확한 ‘수사법’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저자도 본인이 품고 있던 작은 생각들은 정확하게 말로써 풀어내고 있다. 그런 말들은 결국 20년이 지난 후에도 누군가에게 공감을 끌어내고 있다.

불편하면 자세를 고쳐 앉으라는 날 서린 말들이 오가는 시대가 되어 버렸지만, 앉아 있는 의자를, 기울어진 땅을 아래에 두고 있으면 고쳐 앉아 봐야 소용없다. 도려 자세만 망가지며 몸이 틀어진다. 불편을 정제해서 말해야 한다. 타인의 공감을 얻고 불편하게 만드는 의자를, 땅을 다시 되돌려야 한다. 「밤이 선생이다」는 그 방법을 은유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당신이 불편한 것은 비단 자세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라고. 당신이 앉아 있는 의자가, 당신이 서 있는 세상이 삐뚤어져 있는 건 아닐까 돌아보게 만들어 준다.

밤마다 조금씩 읽기에 좋다. 「밤이 선생이다」의 구조가 짧은 글들이 여럿 모여 있어서 그런지 중간에 멈추고 다시 시작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 어렵지 않은 것도 장점이다. 조용한 밤에 작가와 나, 이렇게 둘이 조용한 토론을 도와준다. 그리고 그 토론이 마무리되고 나면 더 나은 내가 되어 있을 것이라 자신한다. 타인이 창작한 세계에서 유영하는 게 아닌 현실의 세계를 뒤돌아 보고 싶은 밤, 「밤이 선생이다」는 그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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