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특히 문학은 인문학이면서 동시에 미학이다. 글은 예술의 한 분야로서 그 형태 자체로 심미성을 지녀야 하고, 인문학으로서 내용에 사회적, 역사적 맥락이 존재해야 한다. 글 쓰는 사람의 자질이라고 하면 완전한 백지로부터 흥미로운 내용을 창조해내는 것도 있겠지만, 글이 종잇장을 넘어 현실까지 와닿게 하는 맥락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작가만의 특별한 능력이 아닐까?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시되는 현대 사회에서, 자신의 생각을 독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작가야말로 이 시대에 걸맞는 인재상일 지도 모른다. 이러한 관점에서 황현산 작가의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는 이상적이며 충실한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016년에 발행된 이 책은 2000년대와 2010년대 초반에 황현산 작가가 쓴 칼럼들과 그 이전에 쓴 글 여러 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글들은 대부분 사회에서 이슈가 된 사건이나 작가 자신의 다양한 경험으로부터 시작하여 작가의 생각을 이야기 해나가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글을 참 잘 쓴다’ 였다. 불필요하고 복잡한 표현 없이 간결한 문장만으로 작성되어 가독성이 좋다. 오랜 시간 글을 써온 결과일 것이다. 또 각각의 짧은 글은 다양한 주제를 담고 있는데, 한 주제에 대해 너무 깊이 파고들지 않고 작가의 의견을 내비치는 정도로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반대되는 사상을 지닌 독자라도 심한 거부감 없이 읽어볼 수 있을 것이다. 또 이러한 서술 방식은 독자에게 의견을 강요하지 않고 천천히 이야기하는 느낌을 주어 더욱 효과적으로 독자와 소통할 수 있다.
또한 이 책에 실린 글의 매력은 작가의 일상적인 경험을 확장 시켜서 스스로의 사상과 마음가짐을 정비하거나 더 확실하게 굳히고 있다는 것이다. 작가가 삶에서 경험해 온 어릴 적 추억이나 유신정권 시대, 가족과의 대화, 사회적 이슈 등의 일상적 사연들은 이 책에서 드러나는 작가의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쌓아 올려져 왔는지에 대한 근거를 차근차근 보여준다.
소설에 비해서 수필은 지루하다는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해 왔었다. 황현산 작가의 산문은 나처럼 수필 형식의 산문과 그다지 친하지 않은 사람들이 입문용으로 읽기에 좋을 것 같다. 누구든지 공감할 수 있을 만한 일상적인 상황과 그것에 따라오는 심지 굳은 생각을 읽어가다 보면 글이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예술이며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인문학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수필은 딱딱하여 어려운 글이라고 생각하던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통해 수필에 조금 쉽게 다가가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