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잃은 것을 밤에 되찾는다.” 부정적인 것이 밤에 일어난다는 나의 생각을 깬 말이다. 작가는 낮에 일어난 사건들이 밤을 통해 치유의 과정을 거치고 회복한다고 말한다. 밤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고로 작가는 낮에 일어난, 우리 사회의 잃은 시간들을 많이 이야기한다.
이 책 <밤은 선생이다>는 2016년에 출간된 작품으로, 인문학자 황현산의 산문집이다. 작가를 칭할 수 있는 단어는 많겠지만, 인문학자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듯하다. 책에서 볼 수 있는 사회 전반에 대한 모습, 여러 문학가, 사진작가들을 비롯한 예술가에 대한 언급은 그의 인간에 대한 사랑을 보여준다.
주로 작가가 과거에 신문에 기재했던 칼럼으로 구성된다. 1부와 3부가 대개 그러한 칼럼들이고, 2부는 사진작가 구본창과 강원구의 작품을 같이 실으며 생각을 펼쳐나간다.
작가는 제 깊이 있는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산문 ‘어디에나 사랑이 있다’는 모든 일, 더구나 사물에조차도, 뒤에는 사람이 존재한다고 말해준다. 이는 책 전체를 관통하는 말 같다. 어디에나 사람이 있으므로, 작가가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애정이 느껴진다.
시대의 상처를 자신의 것처럼 느끼며 여러 사회적인 사건을 말한다. 작가는 과거의 자신이 느꼈던 감정을 잘 묘사하여, 그 당시를 겪어보지 못한 독자들에게 고스란히 잘 전달한다. 유신정권 당시의 울분, 사라지는 옛것에 대한 애틋함, 누군가의 슬픔에 대한 슬픔들이 전해져온다. 다양한 소재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가에게서 섬세함을 느낄 수 있다.
여러 칼럼을 모아놓은 책이다 보니, 내용이 비슷한 것들도 있다. 가령 영어강의나 시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반복된다. 이전에 읽은 부분을 다시 읽고 있나 착각을 들게끔 하기도 한다. 그러나 산문의 소재가 비슷하다고 작가를 나무라고 싶지는 않다. 작가가 특정 사안에 대해 일회성의 생각이 아닌 거듭된 고민을 했다고 자연스럽게 표출하는 것 같기도 하다.
빠르게 흘러가는 사회에서 작가는 섬세한 시선으로 독자들을 멈추게 하여 생각거리를 건넨다. 혐오의 시대라고 불리기도 하는 지금 시대에, 작가의 세상에 대한 폭넓은 애정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작가는 생채기 난 과거를 바라보며, 현재는 그 상처를 치유하는 밤이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 책을 엮은 것이 아닐까 싶다.
나와 비슷한, 젊은 학생들에게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이 산문집을 통해 작가의 시선을 따라 깊은 생각들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체험의 즐거움을 느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