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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구멍을 채워 주는 것
저자/역자
임선우
출판사명
민음사
출판년도
2022-03-25
독서시작일
2024년 05월 20일
독서종료일
2024년 05월 29일
서평작성자
이*영

Contents

 자신의 삶은 자신 혼자만이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은 필연적으로 외롭다. 불완전한 인간이 잠시나마 완전해질 수 있는 순간은 다른 존재와 유대할 때이다. 그러나 마음속 구멍은 약점과도 같아서, 악의를 가진 사람이 파고들어 상처 입힐 수도 있다. 현대인들이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꺼리고 개인주의적 성향을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상처 입는 것이 두려워 구멍을 가진 채로 사는 것은 행복한 삶일까? 임선우 작가의 단편소설집 <유령의 마음으로>에 실린 8편의 소설에서는 각기 다른 형태의 유대를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은 유대를 잊은 사람들에게 그것의 존재를 일깨워 준다. 그리고 구멍을 채우기가 두려워진 사람들이 유대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

 이 책의 소설들은 누구나 마주칠 법한 일상적인 풍경 속에 비현실적 요소를 은근슬쩍 묘사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독자가 그 이질적 존재를 받아들이게 한다. 작품의 환상적 풍경은 덤덤하게 이야기하고, 그 옆에 있는 사람들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독자들은 현실에서 한 발짝 떨어져서 그들을 바라보게 되므로 현실적인 갈등을 너무 무겁지 않게, 어쩌면 조금 즐거운 마음으로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갈등과 부딪히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지쳐 있는 사람들은 책 속에 빠져들 체력 따위가 없을 때도 있다. 그런 사람들도 짧은 소설들을 천천히 읽어 가다 보면 등장인물이 처한 상황에 대해 곰곰이 생각할 수 있다.

 첫 소설에서부터 등장하는 주제이지만, 타인과의 유대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것이 필요하다. 혼자 책을 읽는 행위는 자신과 마주하기 가장 쉬운 방법이다. 이 책은 여러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보여 주고, 독자는 그들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삶도 이해하려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는 동안은 이해하지 못했다고 해도 괜찮다. 책을 읽으면서 떠올린 생각들은 마음 속에 차곡차곡 쌓여서 언젠가 퍼즐처럼 맞춰질 것이다.

 이 책의 좋은 점은 내용이 부드럽게 진행된다는 점이다. 하나의 이야기가 시작되고 나면 갑작스러운 텐션 변화가 적고 조용히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 이 책은 독자를 깊이 끌어들이기보다 옆에서 걷는 듯이 그들의 삶에 은근한 조언을 주는 역할을 한다. 자기개발서도 아닌 소설집이 자기 인생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하려는게 눈에 보이면 읽기 싫어지지 않을까? 이 책은 독자와의 적당한 선을 지키면서 흥미로운 내용 전개로 자연스럽게 독자가 책에 다가오게 만든다. 또한 각 이야기의 결말이 단편소설답게 이야기 도중에 뚝 하고 끊기는 느낌이 있어 가벼운 여운을 느끼기에도 좋다.

 이 책은 삶이 혼자라는 사실에 직면한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정신없이 살아가다 보면 문득 마주치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진실이다. 이 책은 그런 외로움을 채워주지는 못하겠지만 그것이 채워질지도 모른다는 희망 정도는 줄 것이다. 유령, 좀비, 도마뱀, 고양이, 구멍의 모습으로 각자의 삶에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희망. 그리고 이 책을 읽은 것조차 잊은 채 살아가다가 문득 주변을 보면 자신만의 형태로 존재하는 나만의 유대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잠시 그것이 멀어지면 다시 외로움이 찾아오지만, 자신의 유대를 알고 있는 사람은 그것이 언젠가 또 돌아올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외로움을 견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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