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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다시 찾는다는 것은
저자/역자
임선우
출판사명
민음사
출판년도
2022-03-25
독서시작일
2024년 05월 25일
독서종료일
2024년 05월 31일
서평작성자
최*호

Contents

   나는 언제나 나로서 존재할 수 있을까? 임선우가 쓴 8편의 단편 소설은 나를 놓쳐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다. 끊임없는 시간의 연쇄는 계절을 바꾸고 나를 바꾼다. 그 사이 벌어진 수많은 사건은 나를 바꾸지만 정작 나는 그 시간을 따라가기에 숨이 찬다. 임신우의 소설은 그런 나를 놓쳐버린 사람이 다시 나를 찾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러나 다시 찾은 나는 예전의 나인가? 우리는 정말 처음으로 완전하게 돌아갈 수 있는 것일까?

   ‘전조 증상도 없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죽을 수가 있나?’ (「유령의 마음으로」 10쪽) 세상의 모든 일이 예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주인공 ‘나’가 겪은 일은 죽음보다 더 이상한 일이었다. ‘나’는 빵집에 아르바이트하며, 토요일마다 식물인간이 된 남자친구를 만나러 간다. 이런 생활에 ‘나’는 이미 지쳐 있지만 그를 떠나지 못하고 시간만 흐른다. 그런 ‘나’가 결심을 한 것은 예기치 않은 사건 때문이다.

   ‘나’는 자신에 대해 솔직하지 못한 인물이다. 오히려 ‘유령’이 ‘나’보다 더 솔직한 감정을 표현한다. 그런 ‘유령’을 보며 ‘나’는 자신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동안 부정하고 감춰오기 바빳던 나의 감정이 여과없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결국 나는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구원을 얻게 된다. 그리고 유령, 외면해 오던 나의 모습을 완전히 받아들이며 완벽한 자신을 되찾게 된다. 다른 누군가에게 종속되고 감정이 통제된 것이 아닌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고 통제할 수 있는 존재로 복귀한 것이다.

   「여름은 물빛처럼」에서는 ‘산’이라는 인물이 자신을 잃게 된다. 여자친구와의 결별은 그가 더 이상 예전의 상태에 머물지 못하게 한다. 그는 나무가 되어버렸고, 결국 처음 본 여자의 원룸 한가운데 서 있는 신세가 된다. 그러나 그는 극복해 내서 스스로 방을 벗어나게 된다.

   자신의 변화를 극복하고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는 것은 몹시 힘든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다시 원상태로 회귀한다고 하여 그때와 똑같은 나로는 돌아갈 수 없다. 그런 모습을 「빛이 나지 않아요」에서 잘 보여준다.

   닿으면 해파리로 변하게 만드는 ‘좀비 해파리’가 등장한 세계에서 ‘나’는 동거인 ‘구’와 적응해 산다. 둘은 음악을 잠시 접고 돈을 벌기 위해 나선다. 해파리를 청소하고, 해파리가 될 수 있게 도와주며 둘은 자신을 잃게 된다. 더 이상 둘은 같이 음악 하던 시절의 둘이 되지 못한다. 현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본래의 자신을 잃어버리고 만것이다.

    그러나 ‘나’는 해파리가 되어서도 ‘나’를 잃지 못하는 ‘김지선’을 만나게 되며 ‘구’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게 된다. ‘김지선’은 해파리가 된다는 극단적인 변화 속에서도 자아를 유지했다. 또한 일상의 자신에게서 벗어나려 했지만, 오히려 자신을 유지한 채 죽는다. 그런 모습을 본 ‘나’는 음악을 포기한 ‘구’와는 달리 다시 음악을 하기로 하며 ‘구’와의 동거를 끝낸다. 주변 환경의 변화가 결코 나의 변화를 정당화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자신을 잃고 현실에 타협하며 나를 잃었지만, 경험을 통해 극복해 내고 다시 나를 찾는 것이다. 그러나 임선우의 소설은 단순히 나를 찾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시 찾은 나는 더 성장한 나임을 암시한다. 변화를 겪은 나는 절대로 그 전의 나로 돌아가지 못한다. 나를 변하게 만든 충격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분명 나에게 영향을 준다.

   고전의 플롯은 대체로 A-B-A’이다. A라는 일상 상태에서 B라는 이상 상태를 겪고 다시 일상인 A’로 돌아오는 것이다. 그러나 A와 A’은 결코 같은 것이 아니다. 그곳에는 ‘라는 변화, 성장한 ‘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임선우의 소설은 나를 다시 찾으며 성장하는 모든 ‘나’에 대한 찬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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