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의 마음으로》는 핫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소설이다. 담담하고 어쩌면 건조하기까지 한 문체로 언젠가 우리가 지나쳐 버린 마음을 알게 해 주고, 돌보게 해 준다.
각 단편들은 판타지적 요소가 등장하면서 시작된다. 이는 우리가 한 번씩 상상하던 ‘허무맹랑한 상상’과 닮았다. 작가는 우리가 왜 그런 상상을 하는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어 소설을 진행한다. 그래서 현실을 살아가는 시민의 마음을 상세하게 기술한다. 이를 통해 독자는 공감과 이해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여러 사건들을 만나며 변화하는 주인공들을 통해, 현실 세계의 독자에게 위로와 용기를 준다. 마치 핫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다.
“조용히 앉아 있던 유령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령은 김지원 옆으로 가서 앉더니, 김지원의 어깨를 감싸 안아 주었다.”
주제는 이별, 악의, 거짓말, 꿈, 평범함 등으로 단편마다 다르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어 보거나 볼법한 주인공의 상황, 생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소설이 진행되면서 주인공들은 만나지 못하는 남자친구와의 이별, 빛이 나지 않지만 포기할 수 없는 꿈에 대한 도전, 숙제가 되어버린 평범한 가정, 외로움에 의한 거짓말 등에 대한 숨겨 왔던 마음을 직면하게 된다. 이는 우리가 지나쳐 버린 고민과 감정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해 본다. 이 과정을 독자가 함께 따라가다 보면 자신의 묵혀 뒀지만, 중요했던 기억을 떠올리고, 나아가 보듬거나 바로 잡을 수 있다.
“그러자 할머니는 나를 바라보더니 손으로 의자를 두 번 툭툭 두르렸다. 여기 앉아서 다 반성하고 금옥이 오면 미안하다고 해. 나는 그러겠다고 했다.”
하지만 결말이 주인공들의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꽃길로 끝나지는 않는다. 그들의 자신의 삶을 계속 살아가기도 하고, 포기했던 꿈에 대해 도전하기도 하며, 때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친구와 식사를 하며 끝나기도 한다. 작가가 독자에게 주인공을 통해 삶의 정답을 알려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의 삶에 대한 정답은 모두에게 다르고 그걸 독자의 몫으로 남겨주는 것. 이것은 작가의 개성 있는 모든 삶에 대한 존중을 나타낸다. 이는 차가움으로 정신을 차리게 해주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다.
“이제는 그만 누워 있고 싶어질 때까지 누워 있어 볼 것이었다. 내일은 출근하지 않을 것이다.”
이 소설은 모든 것을 긍정하며 위로와 응원만 주어 따뜻하기만 하지 않는다. 현실만을 보여 주며 차갑게 굴지도 않는다. 적절한 위로와 현실이 적당히 섞여 있는 핫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소설이다. 그래서 매력적인 소설이다.
어딘가 불편하고 힘들지만,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