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s

>>
Book Reviews
>
밤이 돼서야 알 수 있는, 우리가 잊어버린 것.
저자/역자
황현산
출판사명
난다
출판년도
2016-05-11
독서시작일
2024년 05월 25일
독서종료일
2024년 05월 29일
서평작성자
차*홍

Contents

밤이 되어서야 알 수 있는, 우리가 잊어버린 것.

 

모든 생명이 함께 행복하게 사는 꿈을 꿀 수 없을까. 수만 년 전부터 어두운 밤에 꾸었던 꿈을 안타깝게도 왜 지금도 꾸고 있을까. 우리는 무엇을 잊고 살아갈까.

『밤이 선생이다』는 불어학자이자 문학평론가 황현산이 1980년대부터 썼던 글과 2000년대 초엽에 한겨레신문이나 국민일보에 실었던 칼럼들을 엮은 산문집이다. 책 뒷 표지에 적혀 있는 ‘책을 펴내며’를 읽어보면 작가는 자연을 사랑했음을 엿볼 수 있고, 합당한 언어와 정직한 수사법을 사용해 아름답게 표현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꾸어왔던 꿈을 지금도 꾸고 있다는 점에 대해 아쉬워한다. 때로는 막연하고 때로는 구체적인 생각을 글쓴이가 더듬어 낸 글을 읽다 보면, 우리가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것에 대해서 간과했거나 잊어버리고 살아왔던 점들에 대해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책의 구성

 

제1부는 표면적인 것에만 집중하는 사회에 대해 아쉬움을 작가의 경험과 사견을 같이 엮어 이야기하고 있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자연을 개발하거나 현실을 바라볼 수 있는 인문학과 과거를 돌아볼 수 있는 역사가 정치적 의도에 가치가 묵살되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현하고 있다. “현실을 현실 아닌 것으로 바꾸고, 역사의 사실을 사실 아닌 것으로 눈가림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상상력이 뛰어나기 때문이 아니라 비겁하기 때문이다.”(p.18) 표면적인 결과에 집중한 나머지 잊어가는 가치에 대해 아쉬움이 담긴 장이다.

제2부는 전문 사진작가들이 촬영한 사진에 대해 감상을 논하며 늘 지나쳐갔던 현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장이다. 사진들 대부분은 자연과 현대화의 산물들이 같이 촬영되어 있다.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으로 보이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는 삶과 함께했던 자연이 현대화로 인해 순간 낯섬을 표현을 하고 있다. “기억이 내 존재의 일관성을 보증해 준다고 하지만 과거의 어느 기간 속으로 내가 찾아내려 간다면, 나는 거기서 다정하고 친숙한 물건들을 다시 만나기 보다, ”나는 여기서 산적이 없다“고 말하게 될 것만 같다.”(p.145)

제3부는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우리 주변에 누리고 있는 것에 대해 집중하면서 삶을 윤택할 수 있는 방법을 드러내고 있는 장이다. “우리가 사물을 바라보며 마음의 깊은 곳에 그 기억을 간직할 때에만 사물도 그 깊은 내면을 열어 보인다. ····그것으로 세상과 관계를 맺어 나와 세상을 함께 길들이려는 관대한 마음이다.”(p.192)

우리가 지나왔던 사건들이나 자연들에 대한 사진을 첨부해 작가의 생각을 알 수 있지만 동시에 우리도 경험했던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끔 한다. 글쓴이의 의도는 지나쳤던 것들이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보라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작가의 표현 특징

산문 형식을 따르는 글이지만 시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든다. 각 글은 짧은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어 빠르게 읽어 나갈 수 있다. 그렇지만 짧은 문장임에 불구하고 구체적인 묘사와 함축적인 표현이 쓰여 문장들은 쉽게 지나가기 힘들다. 구체적인 묘사와 함축적인 표현은 글을 빠르게 읽어 나가다 멈춰서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는 매력이 있고, 글쓴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깊게 생각해 보게 하는 매력이 있다. 내용을 곱씹어볼 수 있고, 작가의 의도를 생각해보게 하는 이 책은 문학작품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잊어 왔던 점을 다시 들춰 봐야 한다

 

이 책은 우리가 간과했거나 잊어버리고 살아왔던 점들에 대해 생각을 해 보게 한다. 자연을 개발해서 풍요를 얻었지만, 자연이 주는 안식을 잊어버렸다. 우리가 단순히 지나치는 현실은 각종 권력이 원하는 정치적 의도가 숨겨져 있었다. 우리의 삶은 표면적인 것에만 집중될 뿐, 그 속에 숨겨둔 의미를 전혀 돌아보지 않고 있다. 우리가 고통받는 이유는 외부에서 찾기보다는 숨겨져 있는 이면에 대해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잊어버렸던, 간과했던 이면을 들춰내기 위해서 밤에서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낮은 사회에서 시간을 보내는 시간, 표면에 집중하는 시간이다. 빛을 가까이 보면 주변이 바라보지 않듯이, 우리가 지나쳤던 것들에서 무엇을 간과하고 있는지 깨닫기 힘들다. 밤이 되어서야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고, 낮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자기의 생각을 기록으로 남겨 두어 시간이 지나고서야 그 의미를 다시 생각할 수 있다. 의미를 생각하는 과정은 현실을 살아가는 고통을 위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황현상 작가의 『밤이 선생이다』가 그 예를 잘 보여 준다고 생각한다.

<책을 펴내며>에서 “천년 전에도, 수수만년 전에도, 사람들이 어두운 밤마다 꾸고 있었을 꿈”이 무엇인지 생각하자면 삶에서 고통에서 해방하기 위함이 아닐까. 밤이 오길 기대하며 밤이 우리에게 행복한 방향을 가르쳐줄 선생이 되었으면 한다.

Full men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