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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같은 사랑의 현실
저자/역자
김금희
출판사명
창비
출판년도
2018-06-15
독서시작일
2023년 12월 30일
독서종료일
2023년 12월 30일
서평작성자
정*윤

Contents

. 들어가며

흔히 운명 같은 만남은 아름답고, 빠르게 사랑으로 발전한다고 한다. 소설 경애의 마음에서 경애와 상수의 만남은 운명적이다. 그러나 그 만남이 사랑으로 발전하기까지는 느리고, 조심스럽다. 그래서 더욱 둘의 사랑의 완성은 아름답고 여운이 남는다.

. 상수와 경애의 만남

상수라는 사람은 어떠한 사람인가? 소설 속 상수는 국회의원의 아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낙하산으로 들어온 사람, 같은 회사의 유정을 짝사랑하는 사람, ‘언니들은 죄가 없다.’의 운영자와 같이 다양한 역할을 가지고 있다. 또, 경애라는 사람은 어떠한 사람인가? 소설 속 경애는 파업노조에서 삭발까지 감행한 여자, 홍보부를 시작으로 총무부를 거쳐 영업부로 발령받은 사람, 고기가 없으면 밥을 못 먹는 사람과 같이 상수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역할을 보여준다. 소설은 둘의 만남이 운명적이라는 것을 아주 예전부터 암시했다. 누군가에게는 E라는 별칭을, 누군가에게는 은총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의 공통된 상실로 작가는 둘의 만남을 암시했다. 이러한 암시를 모른 채 두 인물은 반도미싱이라는 회사의 팀장과 팀원으로 만나면서 단순히 일상에서 거쳐 가는 흔한 만남의 방식으로 두 인물은 만나게 된다.

상수는 뛰어난 사업 실력은 없었지만, 국회의원인 상수의 아버지와 반도미싱의 회장이 친분이 있다는 회사 사람들의 의심으로 애매한 팀장대리라는 직책을 부여받는다. 팀원이 하나도 없어 팀장대리라는 직책을 받은 상수는 자기도 팀을 이끌 수 있다며, 팀원을 한 명 배정해달라고 한다. 그렇게 배정되는 팀원이 이전에 노조를 통해 파업을 주도적으로 실시한 경애였다. 경애는 파업 도중에 일어난 성추행 문제를 들고 일어나기도 했기에, 회사와 노조 모두에게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따라서 경애가 상수의 팀원으로 배정되는 것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경애는 이전 부서에서 그저 획일적으로 회사로 납품되는 물건을 각 사원에게 배부하는 역할을 하는 수동적인 존재였다. 그녀가 팀원이 되면서 상수의 팀장대리라는 직책이 팀장으로 변경되면서 그녀는 첫 능동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 상수와 경애의 과거

둘은 처음부터 맞지 않았다. 윗선에서 계속 반려되는 물건을 상수가 신청해 경애는 곤란한 일이 많았다. 계속해서 반려해야 했던 경애는 상수를 긍정적인 팀장으로 볼 수는 없었다. 그러나 둘은 어색한 회식 자리를 같이하기도 하고, 열심히 준비한 프로젝트를 유정에게 빼앗기기도 하고, 사무실 이사와 체육대회 등을 통하여 친밀해진다. 그러면서 소설 속의 두 인물은 각자의 과거를 회상한다.

경애는 자신이 처음으로 사랑했던 E라는 사람의 상실, 같은 학교 선배였던 산주와의 만남과 연애, 그리고 헤어짐을 떠올린다. 산주와 경애의 만남은 끝이났음에도 끊기지 않았고, 몇 번의 만남을 지속하지만, 산주의 결혼으로 둘의 관계가 정리되었다. 그러나 관계가 정리되었음에도 경애와 산주는 계속해서 만남을 지속한다. 이를 걱정하는 경애의 친구 유미를 통해서도, 자신이 생각해도, 이러한 만남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느낀 경애는 ‘언니는 죄가 없다.’에 사연을 보내고 그 답변을 읽는다. 상수도 어느 날, 경애가 듣던 음악에서 자신의 옛 친구이던 은총과의 추억을 상기한다. 같이 영화를 찍기도 한 은총이라는 인물과 학교에서 겉도는 인물이었던 자신을 떠올리고, 상수의 형인 상규와의 일화 또한 떠올린다. 상규는 동급생을 납치하고 폭행했으며, 이는 국회의원인 아버지에게 큰 피해가 갈 수 있었기에, 아버지는 사과하지 않겠다는 상규 대신 상수를 피해자의 집으로 데려간다. 영문도 모르고 온 피해자의 집에서 있었던 일은 상수가 정의는 어쩌면 비열함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이뿐만 아니라 상수는 생물학적 남성임에도 ‘언니는 죄가 없다.’의 운영자로서 E와 자신의 연애가 힘들다는 길고 길었던 이메일에 답장한 자신도 떠올려보았다.

. 호찌민으로의 발령

이렇다 할 사업 실적을 내지 못한 상수는 베트남, 호찌민으로의 발령을 받게 된다. 상수의 발령만이 결정된 사안이었으나, 작가는 둘의 감정과 다양한 상황을 통하여 경애 역시 상수와 같이 가게끔 만든다. 여기서 둘의 긍정적인 만남이 성사될 것이라 확신했다. 이전 파업을 같이 주도했으나, 회사로 복직하지 못했던 조선생이라는 인물을 설득하여 같이 호찌민으로 가게 된다. 호찌민에서도 상수의 팀이 성과를 내기란 쉽지 않았다. 호찌민에는 김부장이라는 사람이 이미 자신의 팀으로 성과를 내고 있었고, 둘의 관계는 협력이 아닌 경쟁이었기 때문이다. 호찌민에서도 어려운 회사생활을 하던 상수와 경애가 개인적으로 친밀해지는 과정이 하나 있었다. 사업을 김부장 팀에 넘겨주게 되고 팀에 긍정적인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을 때, 경애는 상수를 자기 집으로 초대하여 즉석떡볶이를 해주며 경애와 상수는 대화를 나눈다. 그러면서 은총이라는 인물이 영화를 좋아했음을, 1999년 화재로 인하여 꿈을 펼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음을 경애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에 관하여 이야기한다. 또, 자신이 어린 시절 뚱뚱한 체형이었다고 자신의 과거도 말하는 상수였다. 이 대화 중 두 인물은 경애가 생각하는 E라는 사람과 상수가 말하는 은총이라는 사람이 같은 사람임을 짐작하게 되고 경애가 이전에 만났던 사람이 상수라고 확신한다. 동시에 상수는 자신이 ‘언니는 죄가 없다.’의 운영자라고 자신이 이미 경애의 힘든 연애 감정을 알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끝내 그녀에게 전하지 못한다.

. ‘언니는 죄가 없다.’의 해킹 사건

어느 날, ‘언니는 죄가 없다.’ 페이지가 해킹되어 성인 광고가 뜨고, 일부 사연이 유출되는 문제가 생긴다. 이를 확인한 상수는 급히 공지를 올리고 페이지를 닫았지만, 해킹으로 인한 유출에 대해 직접적으로 대응할 수는 없었다. 페이지 속 자신은 여자의 관점에서 답변을 해주는 언니였으나 현실에서는 포마드 머리를 하는 남자였기 때문이다. 댓글에도 왜 운영자는 아무런 대처가 없느냐는 원성이 쏟아졌으나 상수는 숨는 방식을 택했다. 경애 역시 유출된 사건을 확인했기에 더욱 앞으로 나설 수 없는 상수였다. 이전무의 황당한 변심을 따지자고 나서자는 경애의 말에도 이미 머릿속에 다른 생각만이 가득한 상수는 그게 눈에 들어올 리 없었다. 혼자 길을 쓸쓸히 걷던 상수는 한 호찌민 상점의 주인에게 도움을 받고, 경애와 연락하고 경애와 그 팀원들은 상수를 찾아온다. 경애의 얼굴을 보자 더욱 심란해진 상수는 불쑥 그녀의 손을 잡고,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는다. 그 와중에도 상수는 여전히 ‘언니는 죄가 없다.’의 운영자라고 말할 용기가 없었다. 그렇게 상수는 팀원과 함께 이전무를 만났음에도 별 성과 없이 다시 회사로 돌아온다.

. 갑작스러운 경애의 시흥으로의 발령

김부장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던 경애는 상수 또한 알고 있는 김부장의 타 미싱 판매를 밝혀버린다. 김부장의 팀은 놀란 듯했으나, 이후에는 경애를 무시하고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이 자신들의 업무를 계속해나간다. 상수는 경애에게 왜 상의도 없이 문제에 대한 말을 했냐고 물어보지만, 경애는 이게 왜 문제냐고 다시 묻는다. 이런 시간이 지나고, 본사에서 갑작스럽게 경애를 시흥의 물류창고로 발령해버린다. 이는 명백히 김부장과 회사가 어떤 리베이트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었다. 결국 경애는 시흥으로 향하고 자신의 공간을 정리한 후, 1인 시위한다. 매일 경애가 홀로 외롭게 시위하고 있다는 사실을 유정에게 연락받고 고통스러워하는 상수는 결국 본사를 찾아간다. 상수가 찾아올 것을 안 윗선은 이미 모든 조치를 해 놓았고, 상수는 어떠한 힘드 쓰지 못하고 그저 경애를 바라본다.

. 상수의 결정과 경애와의 만남

자신이 아무런 힘을 쓰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자신이 ‘언니는 죄가 없다.’의 운영자임을 밝히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선택한다. 같이 주도적으로 페이지를 이끌어가던 사람과 먼저 만나, 자신이 운영자임을 밝히고, 어떻게 할지 설명한다. 결국 자신이 ‘언니는 죄가 없다.’의 운영자임을 밝힌 상수는 경애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그녀에게 연락하지 못한다. 이전 열쇠를 경애에게 주었고 일요일에 보자고 했던 터라, 그는 일요일이면 집을 나서지 않으려 노력한다. 유출된 사연을 보낸 사람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자신이 기만하려 한 것은 아니었음을, 매 사연 진심이었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에 동의하지 않고 그를 떠난 사람도 있었으나, 계속 페이지에 남아 그를 응원하는 사람 또한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바뀌어도 상수가 기다리던 경애는 일요일에 찾아오지 않았다. 상수는 경애가 ‘언니는 죄가 없다.’의 언니가 자기였다는 것을 보고 불쾌한 감정을 느꼈으리라 생각하며 그녀를 잊으려 한다. 어느 추운 날, 담요도 없이 외롭게 잠을 청하고 일어난다. 일어난 상수의 발은 따뜻했고, 은총과의 마지막 추억인 비디오테이프가 올려져 있었다. 어느새 길어진 머리로 묶은 머리를 할 수 있었던 그녀를 보는 상수의 모습으로 둘의 만남을 완성하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 맺으며

우리가 익히 배워온 소설의 전개 방식은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이다. 소설은 의도적으로 발단 이전에 은총의 죽음이라는 한 사건을 배치했다. 둘의 과거에 있어 공통된 감정은 외로움이었다. 그 외로움과 반대에 있는 인물이었던 은총이라는 인물은, 1999년 호프집의 사고로 인해 세상을 떠났다. 그저 일반적인 화재였지만, 호프집 사장의 욕심으로 인해 어린 청년들이 세상을 떠났다.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오마주한 작가가 이 사건을 배치함으로써 둘의 만남의 속도는 늦춰졌다. 이 사건을 상수와 경애는 큰 아픔으로 느꼈지만, 다른 외부 사람들은 젊은 아이들이 술을 먹다가 자기들의 잘못으로 죽은 것처럼 받아들였다. 이태원 참사가 떠올랐다. 막을 수 있었음에도 일부의 잘못으로 다수의 피해가 생기는 사건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사건으로 생긴 두 외로운 사람의 만남은 회사에서 시작하여 베트남, 다시 회사로 돌아온다. 그 과정에서 둘은 수도 없이 위기를 맞는다. 그 위기를 해결하는 서로의 모습은 느렸지만 아름다웠다. 두 인물 사이에 있었던 은총이라는 이름은 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잘못된 감정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산주를 떨쳐내며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경애라는 여자가 견딜 수 있게, ‘언니는 죄가 없다.’의 운영자라는 자신만의 틀에서 벗어나 상수라는 삶을 살 수 있게 자신을 드러낸 용기가 있을 수 있게 한 은총이라는 인물은 그들에게 찾아온 은총이라고 생각한다. 제목도 중의적인 의미가 있고 은총이라는 인물의 이름, 그리고 은총이 매일같이 하던 인사말, ‘은총이 있으라.’라는 표현이 그들을 아름다운 사랑으로 이끌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우리 스스로가 누군가에게 은총 같은 사람이 될 수 있길, 은총 같은 사람이 세상에서 떠나지 않게 그를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길 간절히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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