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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향한 열정 심도깊게 파헤쳐보다
저자/역자
김탁환
출판사명
민음사
출판년도
2019-05-10
독서시작일
2023년 11월 03일
독서종료일
2023년 12월 08일
서평작성자
김*한

Contents

-나에게 소설이란?

 소설. 이전까지 한국사 인물에 대해서만 관심을 보이던 나에게 유독 친숙하게 느끼지 않는 도서의 장르다. 사실  이 책을 접하기 전에 \’대소설의 시대\’  1권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책과 더불어 \’대소설의 시대\’ 이라는 책들을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은 도합 600쪽에 달하는 책을 하나하나 이해하면서 읽을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물론 이전 책들을 읽을 때도 그렇게 얇은 책은 아니었고 애초에 내가 쪽수가 적은 책을 읽은 적이 그렇게 많지도 않으며 책을 읽을 때는 대충 훑어보는 속독으로 대하지만, 서평 과제를 수행할 도서를 읽을 때는 신중하고 어떤 문장이나 단어에 대해 일일이 이해하면서 서평으로 작성할 내용을 미리 생각해 놓고 서평을 비로소 기록하는 나에게 부담이 되었다. 그러한 걱정과 부담은 이 책을 읽은 지 5쪽 만에 사라지게 되었다.

-너의 장르는?

 \’대소설의 시대\’ 이라는 책 1, 2권을 연속으로 보고 이 책들을 단순히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조선 후기 정조 대에 규장각에서 활약한 북학파의 대표 인물인 박제가와 이덕무의 이름을 본 순간 이 책은 의심도 하지 않고 내가 실제 역사를 다룬 서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이 외에도 정조가 국왕 친위 부대로 설치했던 장용영에서 이름을 날린 무사였던 백동수와 정조의 부모인 혜경궁 홍씨와 사도 세자, 천주교를 수용한 선비였던 이벽과 당시 풍속 화가로 이름을 날리던 김홍도, 정점에서는 실학의 대표 학자인 정약용까지 조선 후기 실제 인물들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서 역사, 특히 한국사 중에서 조선사를 좋아하는 나에게 흥미 있는 책으로 다가왔다. 그들이 실제로 기록과 문헌 상에서 그러한 행동을 했을 것이라고 말미까지 계속 믿을 만큼 실제 역사 속에서 전개되는 상황으로 내용이 전개되었고 내가 느꼈던 흥미는 내가 이 책을 더욱 흡입력 있게 읽게 해 준 중요 요인이었지만, 내가 이 책에 대해 빠져들었던 또 다른 원인이 존재한다.

-셜록 홈즈 뺨치는 조선판 추리 소설

 이 책은 장르를 좀처럼 종잡을 수 없다. 평소 도서라면 역사만 줄곧 팠던 내가 추리, 로맨스, 사극, 심지어 액션까지 존재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다양하게 장르가 전환되는 책은 처음 본다고 생각할 정도로 이러한 신선한 충격을 주는 책이 있을지 느꼈다. 그 중에서도 추리적인 소설의 면모를 보여준 것이 바로 ‘김진’ 이라는 인물의 활약이라고 볼 수 있다. 처음에는 그냥 주인공인 ‘이명방’ 을 계속 놀려먹으려는 절친인 줄 알았지만, 갈수록 예언자와 같은 기질로 그럴 줄 알았다는 모습을 자주 보이면서 주인공이 뭔지 모르지만 김진이 하라는 대로 계속 행동했더니 일이 잘 풀리고 당시 대단한 소설가로 표현된 ‘임두’와 정조의 왕후인 의빈 성씨, 심지어 박제가까지 넋놓고 바라보게 만들어 대부분의 인물들을 능가하는 언변과 추리로 그야말로 모든 인물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역할을 이 책에서 수행한다. 마치 ‘셜록 홈즈’나 ‘명탐정 코난’을 떠오르게 하는 치밀하고 미리 계산된 그의 추리 능력은 나로서는 미친 사람인 것처럼 느껴지고 이 작품의 만능 치트키이자 주인공은 사실 ‘이명방’이 아닌 ‘김진’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인왕산 하하재의 살인 사건의 진범을 밝히는 과정과 그의 증거가 되는 야소교 모임과 ‘임두’의 실종, 그리고 하하재의 ‘경문’이라는 사람의 죽음이 어떻게 살인자와 연결되는지 등의 의문점이 드는 문제의 실마리를 차례차례 설명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가는 모습을 읽으면서 조선 시대에도 탐정이라는 직업이 따로 존재했다는 착각이 들어 여러모로 비범한 인물로 묘사되었다. 나뿐만 아니라 현재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도 도저히 다른 사람이 대놓고 말해줘도 기억하지도, 생각하지도 못하는 근거들을 조목조목 제시하는 것을 보면서 처음에는 감탄하면서 보았지만, 뒤로 갈수록 이 사람이 당연히 다 해결하고 말해 주겠지라는 생각과 예상대로 책이 전개되고 있는 과정을 보면 이제는 믿고 보는 해결사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사람과의 능력을 자신과 비교하면서 허탈감과 아예 그 사람의 주장이 잘못되어 지적받는 흠집있고 통쾌한 모습을 기대할 만큼 차라리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이 더 되는 상황으로 이러한 ‘김진’의 잘난 척하고 질투심을 유발하는 사기캐적인 면모가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긴 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감정이입이 될 정도로 ‘김진’과 같은 인물과 추리적인 요소를 삽입한 것은 이 책에 몰입할 수 있게 해 주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였다.

-한 편의 드라마를 만들어내다

 추리라는 면모를 이 책에서 앞서 너무 많이 거론했지만, 사실 로맨스의 요소도 존재한다. 당연히 초기인 1권 처음에서는 그러한 점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역사를 반영한 내용과 소설을 어떻게 쓸지에 대한 ‘임두’ 의 고뇌와 그에 대한 의빈 성씨의 재촉과 그 사이를 해결하려 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었지만, 점차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바로 주인공인 ‘이명방’ 과 ‘임두’ 의 손녀인 ‘임승혜’ 였다. 처음 ‘임두’ 를 만나기 위해 설암당을 찾았을 때부터 주인공의 마음이 있는 듯한 묘사, ‘임두’ 가 사라진 이후 그녀의 초고를 옮겨 쓸 때의 서로 눈맞춘 분위기, 주인공이 ‘임두’ 의 제자들을 감시하다가 ‘임승혜’ 를 계속 쫓아가는 행동, 호랑이의 습격으로 입은 부상을 치료할 때 진심으로 스킨십과 관계를 나누는 모습을 정점으로 웬만한 로맨스 소설에 버금가는 사랑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이후의 원래 그녀가 좋아했던 ‘경문’ 이라는 별칭의 남자가 죽은 이후 그를 위한 복수를 주인공에게 부탁하는 모습과 그 사건을 해결하고 다시 사라진 그녀와 재회하고 잠시 동안 기쁨을 나누다가 이별의 아픔을 겪는 모습은 여운이 남는 장면을 떠올리게 하였다. 이러한 내용은 나에게 이 책에 집중하게 하는 또 하나의 요인이 되었다.

-소설의 대유행 역사를 기록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이목이 끌리는 점은 여러 소설들의 이름들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책에서 등장인물들이 이야기했던 모든 소설들이 실제로 존재하는 문헌이나 문학 작품은 아니지만, 그래도 익숙한 소설들의 이름이 몇몇 보였는데 대표적으로 누가 봐도 ‘삼국지연의’ 를 모티브로 한 ‘삼국연의’ 와 저자가 조선 후기 관료로 붕당 다툼으로 유배갔던 김만중으로 알려진 ‘사씨남정기’ , 중국 소설들을 베낀 ‘서유기’ 와 ‘수호전’ 이 그나마 눈에 익은 이름의 소설들이었다. 그러나 생전 처음 보는 소설들이 하도 많이 등장해서 이 소설을 읽는데 어려움이 있었으며 특히 각종 고전 소설의 이름과 그 내용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다소 걸려 이 책의 대표 단점으로 후반부에 책을 대충 읽고 넘기는 원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의 진정한 의미는 다른 데에 있다고 생각한다.

-연결고리가 되어준 소설과 천주교

 바로 조선 후기 18세기에서 이러한 소설을 읽는 문화와 외부에서 유입한 서적들이 유행한 풍조가 퍼져나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즉 조선 시대에도 현재의 서점이나 도서관과 같은 서적 관련 장소인 세책방이 존재했으며 그곳에서 서적을 읽고 빌리면서 작가를 통해 새로운 책이 추가가 되기도 하는 조선 시대 서적과 관련된 문화에 대해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서쾌와 같은 사람들이 외국에서 서적을 수입하여 조선으로 들여오는 과정으로 청뿐만 아니라 서양의 천주교 서적들까지 유입되어 천주교가 전파된 원인 중 하나로 이러한 문화의 확산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서 이 소설은 내가 조선의 또 다른 문화를 들여다 보는 계기가 되었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소설과 천주교의 관계는 조선 시대든 지금이든 전혀 관계가 연상되지 않는, 그야말로 생뚱맞는 연관성이라고 언뜻 보인다. 나도 이 소설을 읽기 전까지는 그러한 생각을 항상 가진 사람들 중 한 명이었고 그래서 이 소설에서 연결시킨 소설과 천주교의 관계가 풀리는 것을 보고 허를 찔렸었다. 그러나 이 소설은 역사가 때로는 상상치도 못한 면에서 연계되어 작용된다는 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사실 우리가 대부분 알고 있는 조선 시대의 문헌과 서적들은 양반 가문이나 국왕 직할의 조정 기관, 지방의 관청에서 저술한 것이며, 그 밖의 저자를 알 수 없는 소설과 서적들은 이 소설에서 등장하는 상당수의 소설들의 이름들을 검색해 보면 알 수 있듯이 무수히 많다. 그렇다면 이러한 이름 없는 저자들의 서적들은 누가 저술한 것일까? 나는 저자가 이 질문에 대해 아마 이 소설을 통해 힌트를 던지고 있다고 보았다. 현재 듣고 있는 강의에서 배우고 있는 내용과 연결되어 조선 후기로 가면 경제적인 부분이 어느 정도 만족된 상황에서 소설을 소비하기 시작하는 문화가 유행하기 시작하고 이것이 대하 소설의 발달에도 영향을 미쳐 18세기에 들어서면서 양반 남자가 소설을 쓰던 문화에서 이제는 이 소설 속의 왕가 여인들처럼 소설을 향유하던 문화가 성별을 가리지 않고 전파되기 시작했고 이제는 여자들도 소설을 저술하고 출판하는 풍조가 만연해진 것이다. 이러한 점과 더불어 천주교의 전파도 여성에게 더 널리 확산되었다는 것도 인식할 수 있다. 당시 조선은 가부장제가 열녀와 정절이라는 개념으로 뿌리내린 상태로 남편과 사별하고 그대로 수절하고 지내는 여인들에게는 최소한 자신의 신체라도 훼손하지 않으면 열녀라는 명칭이 주어지지 않는 가혹한 사회에서 인간이 신 앞에서 모두 평등하다는 개념의 새로운 믿음은 이 상황을 탈출할 한 줄기 빛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소설처럼 ‘임두’ 와 ‘임승혜’ , 여러 궁녀들이 천주교라는 낯선 개념을 수용한 것은 실제 조선 시대 후기의 천주교 박해들에서 체포된 사람들이 여자가 상당수였다는 점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즉 소설로써 여인들끼리 소설을 읽고 후기를 서로 나누는 공동체가 형성되어 이 와중에 서양의 서적이 유입되고 한글로 번역되면서 그 중 천주교에 대한 교리를 접하고 흥미를 느끼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조선과 사뭇 다른 개념을 접하게 되면서 자신들이 처한 사회보다 평등한 세계를 차츰 동경하게 되면서 여성들에게 천주교가 상당수 전파될 수 있었던 원인이었으며 천주교에 대해 유입하게 되는 이 과정이 이 소설에서 소설과 성, 천주교의 연결고리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역사를 상징하는 자료, 소설

시대가 달라지면 사회도 변화하고 문화도 달라진다. 소설도 그렇다. 하지만 어떤 사람이 쓰느냐에 따라 소설 자체의 특징이 전혀 다르게 전개되는 무한한 상상력과 가능성은 없앨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위의 글처럼 예상치 못한 점에서 공통점과 연결고리를 발견함으로써 신박한 재미와 흥미를 불러온다는 점에서 소설이 예나 지금이나 아직까지도 읽히는 원인이고 바로 그것이 지금에도 소설을 읽는 이유라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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